기자들, 5만 원으로 행복을 사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창간특집호 아이템회의 시간, 기자들에게 1인당 무려 5만 원씩이 쥐어졌다. 그리고 5주년 기념으로 5만 원어치의 호사를 누리라는 과제가 배당됐다. 직장인에게도 소중한 5만 원이 ‘대학생에게는 얼마나 더 귀할까’ 싶은 생각에 1주일간 가장 의미 있는 호사를 고민하느라 다들 적잖이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덕분에 행복했던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들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단돈 5만 원으로 파마·염색까지


스페셜리포트 - 5만 원의 호사

5만 원은 큰돈은 아니지만, 결코 적은 돈도 아니다. 대학생의 처지에서는 특히 그럴 것. 그래서 생각한 게 ‘단돈 5만 원으로 헤어스타일 확 바꾸기’였다. 대학생, 특히 남학생의 경우 머리를 다듬는 데 거금을 들이기가 쉽지 않으리라. 데이트비용에 술 마시고 노느라 늘 주머니가 가벼울 법한 남자 공대생의 길라잡이가 되고자 생애 첫 파마·염색에 도전했다.


서울 구의동에 염색과 두피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헤어스파’가 생겼다. 입구에 쓰인 ‘염색 2만 원’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단골 미용실에 들러 염색비용을 물었다. 최소 5만 원이란다. 다시 헤어스파 매장을 방문했다. 모 제약사가 직영하는 곳으로, 일반 미용실의 반값 이하의 가격에 염색은 물론 두피·모발 케어를 받을 수 있다.


한참 고민하다 짙은 갈색으로 머리염색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새치가 섞여 어정쩡했던 머리가 한 시간여 만에 진갈색으로 바뀌었다. 분위기는 물론 서비스 모두 만족스러웠다. 감히 추천할 만하다.


이제 남은 3만 원으로 파마 도전. 이곳저곳의 미용실에 물어봐도 3만 원짜리 파마는 없다. 그렇게 헤매기 10여 분. 조금 한산한 분위기의 미용실에 들러 문의하니 선뜻 해주겠단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시작. 굵은 파마를 주문했다. 40여 분 만에 완성. 나름 만족스러웠다.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여! 동네 미용실을 뚫어라. 단돈 5만 원으로 얼마든 변신이 가능하다. 자신감과 함께 적당한 구라를 섞는다면 5만 원짜리 머리가 30만 원짜리가 될 줄 누가 알리오.


* 염색 : 2만 원

* 파마 : 3만 원

-최은석 기자-


만남과 이별을 겪는 그곳, 기차역으로 여행을 떠나다


스페셜리포트 - 5만 원의 호사


2013년 4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중부내륙관광열차는 열차관광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하루 5만 원 투자로 O-train, V-train 등 기차여행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투어를 소개한다.


O-train의 O는 One의 약자이자 순환을 상징한다. 이름처럼 O-train은 중부내륙 3도인 강원?충북?경북을 하나로 이으며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끼고 순환 운행한다. 대한민국의 4계절을 디자인한 매력적인 관광열차다. 열차 이미지가 다람쥐를 닮았다 하여 ‘다람쥐 열차’로 부르기도 한다.


O-train은 모든 객실에서 실시간 방송이 흘러나온다. 승무원의 설명과 여행에 어울리는 음악이 여행하는 내내 즐거움을 더했다. 열차를 통해 우리나라 최장터널과 가장 작은 역(양원역), 가장 높은 역(추전역)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역을 출발해 목적지인 철암역까지 4시간 30분 동안 느긋한 마음으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V-train의 V는 ‘vally(협곡)’의 약자다. 백두대간의 협곡 모습을 본떠 이름을 지었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기차여행이다. 노선은 철암에서 분천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백두대간 호랑이의 기상을 표현하는 아기백호열차는 디젤 기관차를 개조하여 만들었다. 복고풍 실내 디자인으로 기차여행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청정자연과 하나가 되는 콘셉트로 객실을 디자인했다. 강원도와 경상도를 잇는 이 열차는 때로는 구름 위를 걷는 느낌으로 협곡을 달리기도 하며 낙동강을 따라 1시간가량 운행한다. 역마다 사진촬영을 하거나 현지 먹거리 등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두 열차 이용권과 서울로 돌아오는 비용까지 모두 포함된 여행 패스를 구입하면 성인 기준 1일 권이 5만4700원이다. O-train, V-train, 새마을호, 누리호, 무궁화호 모두 이용가능하다. 열차여행의 마지막 순간 승무원이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 이순간”이라는 메시지가 다시금 떠오르는 중부내륙관광열차. 하루 5만 원의 투자로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즐겨보자.


* 왕복 여행 패스 : 5만4700원

-이진호 기자-


이제 바쁘더라도 우리의 추억을 기억해줘


스페셜리포트 - 5만 원의 호사


야구 마니아로 늘 잠실야구장 레드석만 찾던 내게 테이블석이야말로 진정 바라던 사치였지만 생각보다 비싼 금액에 차치하고, 차선책으로 역시 ‘생각보다’ 비싼 금액에 포기해야 했던 콘서트 ‘토요일을 즐겨라’가 문득 떠올랐다.


4월 25일 토요일 저녁 6시, 한때 풍선 좀 흔들어봤을 언니들이 친구 또는 남편의 손을 잡고 공연장으로 하나둘 들어섰다. 그리고 곧이어 ‘히트곡 제조기’ 주영훈 MC의 등장과 함께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사촌언니네 놀러 가면 늘 방을 반으로 갈라 서로 신방이라며 싸우게 했던 김원준 오빠를 비롯해 20여 년 만에 5명이 완전히 다시 뭉친 영턱스클럽,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함께 떼창했던 기억이 생생한 ‘순정’의 코요테까지….


약 4시간의 공연 동안 우리 모두는 ‘투 헤븐(To heaven)’ 제외하고는 거의 서 있었다. 이미 S석도, B석도 무의미했다. 춤추고 노래하며 조PD의 ‘친구여’ 속사포 랩까지 하나가 되어 소화해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대학생에게 5만 원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꼬박 바쳐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특별했다. 플래카드를 만들겠다며 오랜만에 문구점을 찾는 내 모습이 어색했고, 몇 년 만에 풀을 잡은 손가락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콘서트를 앞둔 며칠과 현장에서의 몇 시간 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들, 학교 교정, 심지어 꿈까지 떠올랐다. 20% 할인된 3만3000원이 되새겨준 추억을 많은 대학생들에게도 선물해주고 싶다.


* 콘서트 ‘토요일을 즐겨라’ B석 : 5만5000원(원가)

-이도희 기자-


예쁜 게 최고다, 눈썹 한 올까지


스페셜리포트 - 5만 원의 호사


지금껏 메이크업에 대해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했다. 남자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메이크업을 제안하면서 브로우조차 그리지 못했으니 말이다. 큰맘 먹고 눈썹그리기에 입문했던 건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족집게와 눈썹칼로 모양을 만들고 티 나지 않게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결국 브로우 바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여러 곳을 물색하다보니 결론은 오리지널이었다. 1976년부터 브로우 바를 운영해온 베네피트는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브로우 바를 도입한 브랜드. ‘브로우 엑스퍼트’들이 세심하게 관리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 눈썹을 관리해준 엑스퍼트는 내가 브로우를 어둡고 짙게 그린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얼굴형에 맞는 일자형 눈썹을 제안했다. 뜨거운 왁싱 제품이 살갗에 닿을 즈음 남자 손님들이 많은지 넌지시 물었다. 남자손님도 제법 온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루밍에 관심이 많거나 방송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단다. 왠지 안심이 됐다.


지금껏 왁싱에 대해 ‘아름다움을 위한 고통’으로만 여겼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 오히려 잔털이 뽑힐 때 약간의 쾌감마저 느껴질 정도. 왁싱 작업이 끝나자 엑스퍼트는 마스카라를 활용해 눈썹의 빈 공간을 채웠다. 평소 펜슬 타입을 사용한다고 하자 내 눈썹의 결과 모양에는 마스카라 타입이 더 맞는다고 추천했다.


왁싱을 하는 동안 엑스퍼트는 능숙한 손길과 더불어 친절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덕분에 30분이라는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졌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거울로 마주한 내 눈썹은 훌륭했다. 그녀가 추천한 마스카라도 구입했다. 절대로 그녀의 조언에 혹해서였던 건 아니다. 자연스럽고 정돈된 눈썹을 갖는 건 남녀 모두의 욕망이니까.


* 브로우 왁싱 : 2만7000원

* 브로우 마스카라 : 3만3000원

-이동찬 기자-


영화는 이렇게 보는 것이다!


스페셜리포트 - 5만 원의 호사

영화라면 다 좋다. 액션영화나 영웅이 나오는 영화를 제외하고. 그러니 3년 전 지인의 손에 이끌려 <어벤저스>를 봐야 했을 때는 참으로 곤욕스러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호크아이·토르·아이언맨·캡틴아메리카 등 등장인물의 능력을 꼬치꼬치 캐물었으니 함께한 지인도 꽤 짜증났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이 맛에 히어로 영화를 보는구나’ 싶었다. 꿈에 호크아이가 등장할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5년 4월. <어벤저스>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그동안 아이맥스나 골든 클래스, 4D처럼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소망이 있었지만, 비싼 가격 탓에 매번 포기해야 했다. 그러니 이번이 기회다 싶어 가격을 뒤로 하고 가장 편한 상영관을 골랐다. 영화 마니아들에게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으리라.


가장 먼저 준비목록을 작성한 것은 영웅들의 아이템. 영화의 여운을 제대로 즐기려면 영화 속 음악이나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한 순서였다. 마침 서울 명동에서 <어벤저스>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가 아이언맨 주먹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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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디데이! 지난 4월 25일, 토요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CGV 청담씨네시티를 찾았다. 물론 아이언맨 주먹을 들고. 아이맥스관 표를 구하지 못했지만, 특별하게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Beats by dr dre’관을 찾았다. 닥터 드레 헤드폰을 착용하고 영화를 보는 상영관이었다. 헤드폰을 머리에 두르고 아이언맨 주먹을 손에 쥔 채 <어벤저스>를 보는 느낌이란! 아이언맨 주먹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만나면 줘야지.


* CGV 청담씨네시티 ‘Beats by dr dre’관 : 1만2000원

* 아이언맨 주먹 : 3만8000원

-김은진 기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달콤한 나만의 향수


스페셜리포트 - 5만 원의 호사


요즘 열심히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냄새를 보는 소녀>. 다른 사람들은 신세경과 박유천의 케미에 집중했겠지만, 내가 주목했던 것은 다름 아닌 ‘주마리 향수’였다. 나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나만의 향수가 있다니! 맡기만 해도 나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향수의 존재는 사회에 갓 발을 내디딘 나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향수를 뿌리면 진짜 어른이 된 느낌이랄까. 학생이 사기에는 사치품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만들러 갔다, ‘한선주 향수’를. 찾아간 곳은 방배동에 위치한 향수공방 ‘지엔퍼퓸 스튜디오’. 여러 가지 향이 어지럽게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깔끔한 향이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다.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마친 후 하나하나 시향해가며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나갔다. 퍼퓸베이스는 달콤한 B향과 오렌지 향의 프루티 플로랄(Fruity Floral), 포근한 느낌의 스노우(snow)를, 향료 베이스로는 은방울꽃 향의 릴리 오브더 밸리(Lilly of the Valley), 숲과 장미꽃 향이 시원하게 퍼지는 로즈우드(Rose Wood), 톡쏘는 자몽향의 그레이프푸르트(Grape Fruit)를 골랐다. 여기에 은은한 꽃향이 나는 히야신스(Hyacinth)와 메그놀리아(Magnolia)를 더했다.


그렇게 첫 향은 달달하면서 포근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깔끔한 꽃 향으로 변해가는 ‘한선주 향수’가 완성됐다. 향수를 만든 것도 좋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향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나에 대해 새로운 면을 알게 되어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

* 50ml 향수 제작 : 5만 원

-한선주 인턴기자-


정리 이도희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