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각자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해외에서 본격적인 생활을 시작한 유학생들. 이번에는 중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도 일기를 보내왔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지만,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그 용기를 바탕으로 하루하루 멋지게 살아가는 4인의 유학생 이야기.









# 미국 유학생 일기


강주형 (De Anza College, Geography, 2)

필리핀 어학연수를 계기로 영어공부에 흥미를 느껴 미국유학을 결정한 영어 성애자. 군복무 때는 영어공부를, 휴가 때는 유학준비를 한 의지의 청년이다. 미국에 조건부입학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전역 한 달 만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학 3년차.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미국생활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②]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경험해본 덕분에 미국에서도 대학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으니까.


하지만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처음 수학수업에 들어갔을 때다. 긴장된 마음으로 교수를 기다리는데 맙소사! 옆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가방에서 샐러드를 꺼내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교수가 오면 집어넣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여학생은 수업 중에 끝까지 샐러드를 먹었다.


지금에야 익숙하지만,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그 충격이란.

알고 보니 미국 친구들과 교수, 그러니까 미국 학교에서는 무언가를 먹으며 수업을 듣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점심시간에도 충격은 계속됐다. 한국에서는 점심 먹을 시간에 수업이 있는 경우 점심을 건너뛰거나 수업이 끝난 뒤 배를 채우는 것이 보통이지 않나.


미국 친구들도 물론 수업은 듣지만, 시간이 없을 때면 어김없이 과자봉지를 집어 들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매점에서는 과자와 음료수가 불티나게 팔렸다.


가장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은 수업시간이다. 한국의 수업시간과 달리 학생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주저 없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사소한 질문이어도, 사소한 답변이어도 서로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신기한 장면!


알면 알수록 미국은 어렵고 신기한 나라다. 언제쯤 미국이 우리나라처럼 가깝게 느껴질까?







# 네덜란드 워홀러 일기


웅쓰

모험을 떠난 지 70일째 되는 네덜란드 하루살이. 10여 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치킨과 곱창만 먹어대다 불현듯 네덜란드 워킹홀리데이를 결정했다. 사진과 하늘, 여행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노는 것과 사람 만나는 것을 사랑하며 먹는 것에 예민한 워홀러.


꼬박 하루 걸려 도착한 네덜란드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②]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


워킹홀리데이의 시작이자 무전여행이 시작됐다. 떠나올 때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동전 500원은 김포공항 편의점에서 탕진했다. 친구가 물통이 필요할 것이라며 편의점에서 물을 샀기 때문이었다.


돈이 없으니 환전은 하지 않아도 되니 편했고, 무언가를 잃어버릴 걱정도 없었다. 소매치기가 나를 노렸다면 허탕함에 땅을 쳤겠지. 걱정보다 홀가분한 기분이 훨씬 더 컸다.


돈 한 푼 없이 외국을 간다니 모두 걱정이 가득 담긴 한 마디씩 던졌다.


사실 나도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체크카드에 5만 원을 넣어놨는데 아뿔싸! 생각해보니 교통비를 9만 원가량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은행에서 먼저 가져가느냐, 아무것도 없이 간 것을 후회하며 한국으로 돌아오느냐가 걸린 문제!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②]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

돈문제는 접어두고, 일단 출발했으니 뭐든 해보는 수밖에.


소중한 생수 한 병을 껴안고 한국에서 출발해 무사히 베이징공항에 도착했다.

무료 와이파이존에서 신명나게 인터넷을 하려는데, 메일계정이 금지되었단다. 설상가상 공항 서버도 고장났단다. ‘레주메(resume, 이력서)’도 보내야 하고, 잘 곳도 찾아야 하는데….

남는 것은 시간이니 차차 해결되겠지.


드디어 네덜란드 도착.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혹시 입국심사 때 세관에서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비행기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무료 식수대에서 물까지 구했다. 화장실도 시~원하게 이용했고, 깨끗이 씻었다. 네덜란드 하루살이 출격준비 완료!












# 미국 교환학생 일기


김용선(University of Central Missouri)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은 욕심에 미국 교환학생을 신청해 떠난 열혈 여대생. 다섯 살에 떠나온 미국에서 한 번쯤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올해 2학기까지 수학 예정.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 거죠?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②]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

정신없이 개강 첫 주를 보내고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문득 든 생각.


어떻게 하면 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수업시간에 친구를 사귀기는 쉽지 않았다.

가을에 1학기가 시작하기에 봄 학기가 되면 이미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끼리 무리가 형성되어 있었으니까….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고 초조해하던 찰나, 나에게 손을 내민 친구들이 있었다. 교류제도를 통해 한국외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던 현지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캠퍼스투어를 해주기도 하고, 선뜻 마트에 갈 때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안 만들어봤던 만두를 함께 빚어 먹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감동적인 순간이다.


UCM 학생과 국제학생을 1 대 1로 연결해주는 버디 프로그램인 ‘컨버세이션 파트너(Conversation Partner)’를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내 파트너는 아리스타(Arista)!


지난해 여름 한국외대에 다녀온 아리스타는 한국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더 배우고 싶어한다. 공연을 전공하는 아리스타의 표현력은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만나기만 하면 서로 수다를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리스타와 대화할 때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문화충격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리스타는 마치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같다. 그렇게 나를 대했다. 내가 여행 도중 공항에서 문제가 생겨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가족처럼 걱정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주려자 했다.


학기 중반을 지난 지금, 나는 미국에서 소중한 인연이 될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 중국 유학생 일기


전정환

중국유학 7년차. 외국 유학생활을 동경하다 한 줄기 빛과 같이 중국유학 기회를 얻어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중국으로 떠난 결단력 있는 청년이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직접 옆에서 보고 느낀 중국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니호’만 알고 떠난 중국유학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②]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

중학교 때 배운 몇 마디의 중국어와 간단한 짐만 들고 나선 유학길. 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용기 있게 부닥쳤지만, 기름진 음식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유쾌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베이징의 한 기숙사 고등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 배운 중국어가 전부였기에 국제부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했다.


당시 한족 선생님께 배운 기초 중국어가 지금 내 중국어 실력의 탄탄한 기반이 된 듯싶다.

기초반을 마치고 로컬반으로 이동. 처음 접한 로컬반은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다. 한국만 특히 학구열이 높은 줄 알았는데, 중국도 못지않았다.


[어느 유학생의 일기 ②]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

허겁지겁 수업을 따라가기에 바빴던 1년을 보낸 후 어느덧 중국인들의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시간이 흘러 고3이 되었고, 본격적인 입시준비에 나섰다.


1년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맹세한다. 결국 원하던 중국인민대에 입학했으니까.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