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n Campus


외국인 남친, 여친을 둔 이들의 솔직 토크

“내 남자친구 이름은 마이클”


365일 하고도 10일, 한국인 대학생 정*림, 싱가포르 출신 창홍 커플이 함께 지내온 날들이다. 한국인 대학생 황*현, 오스트리아 출신 밀레나는 이제 막 2달을 넘긴 풋풋한 새내기 커플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이들. 한국인·외국인 커플의 남다른 러브 스토리를 들었다.



정*림·창홍 커플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귀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내 남자친구 이름은 마이클


한국인 대학생 정*림(한국외대 4) 씨의 남자친구는 싱가포르 출신 창홍(싱가포르경영대 졸업).

올해로 1년을 맞이한 깨가 쏟아지는 커플이다. 둘의 인연은 지난해 정 씨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경영대에 가면서 맺어졌다.

당시 창홍은 교환학생의 적응을 돕는 버디로 활동했는데, 창홍이 정씨 룸메이트의 버디였다.

“제 룸메이트의 버디여서 저도 함께 식사를 하고는 했습니다. 영어가 많이 부족한 저였지만 제 불편을 이해해주고, 또 제 과제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마음이 오가게 되었어요. 그러다 결정적으로 밸런타인데이에 단 둘이 식사하게 되면서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커플에도 뒤지지 않았지만 감정을 외국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진심을 전하는 것이 어려웠다. 세밀한 감정을 영어로 녹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싱가포르 사람들은 ‘Singlish(Singapore+English)’라는 그들만의 영어를 사용한다. 언어적 차이로 상대방의 말뜻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는 일은 일상다반사. 정*림·창홍 커플은 나름의 극복법을 찾았다.

“인간은 같은 정서를 공유하므로 맥락 전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자주 말하고 연락하다 보면 둘만의 감정 전달에 노하우가 생기는 듯해요.”


자라온 문화환경이 달라 공통 관심사가 적다는 것도 문제였다. 정씨는 음악이나 영화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싱가포르는 화교가 대부분이어서 중국문화가 많이 유입되어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서양 콘텐츠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적습니다.”


교육환경에서 생기는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고등학교 때까지 모든 과목을 배우는 한국학생들과 달리 싱가포르는 자신의 전공을 미리 파악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창홍은 모를 때가 많다.

“서로 열린 마음으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중요하죠. 상대방 국가의 문화나 이슈에 대해 끊임없이 찾아보고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국인 남자친구를 만나 영어실력이 늘었느냐는 질문에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일상생활에서 영어 대화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지지만 했던 말을 반복하기 때문에 완전히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고.

“어떤 이슈에 대해 토의하고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단어를 찾고 사용하는 기회가 생기겠지만, 항상 일상의 이야기만 하다 보니 몇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그 이상 느는 것 같지는 않아요. 실력 유지 차원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사람을 사귀는 데 신중을 기하는 정씨. 그 대상이 누구든 진심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교환학생으로 가거나 자신의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신중해야 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을 때 사랑의 가치가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를 위해 혹은 경험삼아 등의 이유들은 오래갈 수도 없을뿐더러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요.

결국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여 좋은 추억 남기시기 바라요.”




황*현·밀레나 커플

“사랑싸움 지지않으려고 영어공부 더 열심히 해요”


내 남자친구 이름은 마이클


1학년을 마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황*현(호서대 1) 씨.

그는 오스트리아 출신 밀레나(빈 대학교 1)의 든든한 남자친구다. 서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이 커플은 이제 막 2달을 넘겼다. 처음 이 둘의 만남은 기타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저는 기타를 배우는 입장이었고, 밀레나는 기타 선생님과 함께 버스킹(Busking)을 한 경험이 있었어요. 그러다 버스킹 공연을 같이하기로 계획했고,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밀레나를 만났습니다.”


황*현·밀레나 커플은 신기할 정도로 ‘쿵짝’이 잘 맞는다. 눈빛만 봐도 안다고 했던가.

말하지 않아도 텔레파시처럼 통할 때가 많다고 한다. 황씨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여자친구가 “그거?”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할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언어의 차이는 존재하게 마련. 한국인과 외국인 커플의 경우 서로 다른 언어의 뉘앙스를 알아차리지 못해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커플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밀레나를 공항에 데려다줄 때 ‘I don't want to miss you’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너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는데 여자친구는 ‘너를 그리워할 것 같지 않다’고 이해했더라고요. 그래서 ‘I want to live with you forever’라는 뜻이라고 다시 설명해줬어요.”


그 일이 있은 후 황씨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맞는 표현을 메모하고 뉘앙스를 익힌다고 한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자신이 한 말이 뜻에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신뢰이기 때문.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그때그때 물어본다.


애정표현도, 사랑싸움도 영어로 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황씨는 영어로 말하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때가 많다고 말한다. 영어 단어와 표현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도 종종 있지만, 때로는 불편하기 때문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이렇게 느낀 적 있지 않나요? 영화를 보다 보면 애정표현을 영어로 할 때는 자연스럽고 로맨틱한데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너무 오글거릴 때 있잖아요?

자주 하는 애정표현은 없어요. 하지만 유치한 장난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하면서 서로 더 잘 알게 되는 게 가장 큰 애정표현인 거 같아요.”


싸울 때도 마찬가지. 오히려 할 말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침착해진다.

심지어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사전을 찾아볼 때도 있다. 황*현·밀레나 커플은 아직 감정이 격해져 싸운 적은 없다. “너의 입장은 그렇구나”라고 항상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황상현 씨는 여자친구보다 영어를 못해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사귄 이후 더욱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글 한선주 인턴기자 jour_cindy93@hankyung.com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