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빨리 달려 결승선에 도달하는 1등에게는 마땅히 박수를 보내야 한다.

단, 섹스를 제외하고.


[낭만팬더] Slow Motion






그와 섹스를 하고 나면 ‘허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그래, 한바탕 뜨겁게 사랑을 나눴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았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야.

그와의 섹스에 단 한 번도 만족하지 못했다는 거지. 시간 때문에? 테크닉이 부족해서?

아니. 사실 나는 섹스 러닝타임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아. 나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빨리 끝나도 상관없어. 테크닉은 둘 다 초보자(?)이다 보니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 같아. 서로 성감대를 찾기도 하고, 할 때마다 새로운 자세에 도전하기도 하는 아름다운 노력을 하거든.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한 순간도 잊지 못할 만큼 천천히 서로의 몸을 탐하는 전희와 달리 막상 합체하면 시간에 쫓기듯 정신없이 움직인다는 거야.

이런 패턴이 나에게 허무함을 안겨주는 걸까?






콘돔은 부스터가 아니다. 왜 갑자기 전력질주를 하는가? 남는것은 '허무함'뿐인데! 여성이 애무를 좋아한다는 말은 합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즐긴다는 뜻이지, 합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합체 직전에 느끼는 긴장감이 그 증거. 온 몸의 근육에 탄력이 붙는 그 짜릿함은 본격적인 합체에 대한 기대에서 오는 것이니 말이다.


서로 만족하는 섹스를 위해서는 ‘애무’뿐 아니라 러닝타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공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공식은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니 상대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할 수밖에. 그래도 몇 가지 통하는 핵심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속도 조절’. 자, 2인 3각을 떠올려보자. 혼자라면 빨리 달려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이 능사겠지만, 둘이 함께 달린다면 무조건 빨리 가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무사히 결승선에 닿으려면 서로 속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침대에서도 마찬가지.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빨리 달린다고 해서 더욱 자극적인 것도, 흥분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느리게 달리며, 때로는 걸으며 말을 주고받을 때 훨씬 큰 자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굳이 “사랑해”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이렇게 해볼까?” “여기를 만지면 어때?”와 같은 말을 부드럽게 나눠 보자.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인상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기억하자. 침대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그)도 함께 있다는 것을. 주위에서 재촉하는 사람도, 훔쳐보는 사람도 없으니 속도 조절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은가! 빨리 달리면 본인도, 상대도 쉽게 지칠 뿐이다.


‘속도 조절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다음 단계는 상대방과 대화다. 상대가 고민하는 A양처럼 너무 빨리 달리는 탓에 섹스 후 ‘허무함’을 느끼진 않는지, 또는 미친 듯이 빨리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파악해야 조절할 테니 말이다.











[낭만팬더] Slow Motion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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