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홍합밸리 ② "창업은 문화처럼 능동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


뛰어난 기술이 없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홍합밸리를 조성한 ANT Holdings의 고경환 대표의 믿음이다.

스타트업, 더 크게는 창업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새로운 플랫폼인 ‘홍합밸리’를 만든 고 대표는 모든 창업자가 열린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창업가 마인드’를 곳곳에 심을 작정이다.






강남 테헤란밸리, 구로G밸리와 함께 창조 경제 3대 밸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다른 밸리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테헤란로와 구로에 유사 업종의 기업이 몰리게 된 것은 정부 정책때문이었어요. 주제를 던져주고 세재혜택을 통해 기업들을 모았죠. 반면에, 홍합밸리는 스타트업이 스스로 찾아 ‘지구’를 형성한 곳 이예요. 따라서 기존의 ‘밸리’들은 트렌드가 사라지면 와해될 위험이 크죠. 반면, 홍합밸리는 조직 규모가 적고 능동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트렌드를 만들어간다는 특징이 있어요. 트렌드에 맞춰 팀이 분해되고 합체되는 것이 자연스럽죠. 쉽게 말해 홍합밸리는 ‘퍼즐’같은 구조예요. 부속품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기획자의 의견을 듣고 개발자가 나서서 협력할 수 있는 구조예요. 혼자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몇 배로 커지는 형식이죠. 따라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만 만나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이렇게 준비한 아이템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투자를 받으면 그 때부터 하나의 기업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걸리긴 하지만,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능동적으로 하기 때문에 발휘되는 역량이 매우 높아요.


벤처기업들이 한데 모여 ‘밸리’를 형성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벤처기업이 특정 지역에 몰리는 이유는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예요. 디자인팀과 개발자, 기획자가 다 같은 곳에 몰려있으면 소통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잖아요. 사실 테헤란밸리와 G밸리는 ‘소통’에 상대적으로 취약해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뺏기면 안된다는 닫힌 마음 탓이겠죠. 사실 아이디어는 중요치 않아요.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시키며 하루 빨리 개발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픈 마인드가 정말 중요해요.


‘오픈 마인드’를 갖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데모데이 때 꼭 하는 말이 ‘생각을 공유하자’예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정답일 수 없잖아요. 자신의 실패담을 털어놓고 조언도 해주면서 선배벤처와 후배벤처가 서로의 시행착오를 줄이며 일하는 것이 정답을 이끌어 낼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홍합밸리에서 데모데이를 하는 이유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예요.


홍합밸리의 입주기업 대부분이 IT관련 분야인가요?

아니요. IT에 한정되어 있지 않아요. 오히려 IT를 기반으로 문화를 녹여낸 기업 대부분 이에요. 외국의 사례를 보면, 매년 3월 초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열려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라고 하는 데 이 페스티벌에서는 음악뿐 아니라 영화, 게임 페스티벌과 콘퍼런스 등도 열려요. 주목할 것은 이곳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위터, 포스퀘어와 같은 IT기업이 데뷔를 했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 홍대처럼 콘텐츠가 많은 곳에 IT가 결합되면 엄청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홍합밸리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트렌드를 넘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요.


창업자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가요?

제가 오픈마인드를 갖게 된 것은 문화에 대한 편견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여행을 많이 다니며 세상에 관심을 둔 덕도 있죠. 주변 사람에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일만 고집하면 발전을 못하고,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죠. 세상을 돌아보며 다양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정답보다는 해답을, 틀림보다는 다름을 좋아해야 하죠. ‘창업’이 ‘문화’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 강조해요. 직원 수가 많으면 성공, 없으면 실패 또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아이템이면 성공, 그렇지 않으면 실패 등 중간이 없이 판단하는 사람이 많아요. 계속해서 ‘실패’라는 딱지를 붙이면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되겠죠. 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틀렸다고 해도 외국에 나가서는 맞을 수 있거든요. 이런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재미있게,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창업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금융권, 제조업, 유통업 등 창업을 많이 해봤는데 그 때 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해요.


또 다른 곳에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문화가 창업으로 연결되는 곳 어디든지요. 고유의 문화와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국내외를 넘어서서 또 다른 밸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