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홍합밸리① - 스타트업의 고민이 해결되는 곳


홍합과 밸리,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홍대와 합정역 사이에서 만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스타트업 기업이 모여 네트워킹하면서 더 많은 기회와 혁신을 만들어내는 이곳,

‘홍합밸리’다.




최근 들어 지식을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기업, 빠르게 성장하며 높은 수익을 내는 신생 기업, 즉 ‘스타트업(Startup)’이 부쩍 눈에 띈다. ‘세상에 그런 앱이 있어?’ 하고 묻는 말 뒤에는 어김없이 스타트업의 이름이 따라 나오고,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취준생들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다. 한마디로 ‘스타트업 붐’이다.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친 ‘닷컴 버블’ 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스타트업은 통상 ‘굉장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회사’를 말하지만, 스타트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정확한 정의가 없다 보니 한국에서는 흔히 실리콘밸리에서 생긴 것이라는 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IT기업’이라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은 모든 분야에 걸쳐 ‘신생’인 벤처기업을 말한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핵심. 인식은 차이가 있지만 한국의 스타트업도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주고받는 ‘열린 문화’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 주도의 지원제도라는 것. 듣기엔 든든하지만, 사실 정부지원책이 한 없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쓴 예산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 기간은 1년 남짓이기 때문. 한 기업이 1년 안에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성과 측정 후 예산을 삭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처럼 예산 삭감이 반복되면 스타트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자생력이 떨어지면 스타트업은 '스타트'에만 머물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정부기관 의존도가 높은 탓에 전문가들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 홍합밸리① - 스타트업의 고민이 해결되는 곳

홍대와 합정역 사이 스타트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홍합밸리’는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다. 홍대와 합정역 사이에는 많은 스타트업이 몰려있음에도 창업해서 번 돈을 또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실패한 스타트업이 포기하지 않고 더 성숙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등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편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간파한 고경환 ANT Holdings 대표가 고영혁 최고전략책임자와 함께 자생적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홍합밸리’라고 명명한 것.


트렌드를 이끄는 문화, 편리한 교통까지 환상의 인프라

‘단위면적당 창업기업 수’가 서울시 평균보다 높은 지역. 강남 테헤란밸리도, 구로 G밸리도 아닌 홍대·합정지역이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인원은 많지 않지만 그만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트렌드를 만들어가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정보통신기술·디자인·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특징. 스타트업이 한 지역에 몰려있는 것은 다른 창업자들과 협업을 위해서인데,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하고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홍합밸리 오프라인센터는 이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언론과 투자자를 상대로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데모데이’, 창업자들이 같이 아침밥을 먹으며 식구가 되는 ‘홍합밸리 아침밥상 모임’, 공방에서 만든 것을 판매하는 ‘프리마켓’,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공유하는 ‘투어데이’까지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소통한다. 홍합밸리 주변의 건물을 인수해 벌크형 게스트하우스를 꾸미고, 홍합밸리에 입주한 사람에게는 할인해주는 방식의 ‘하우징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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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홍합밸리① - 스타트업의 고민이 해결되는 곳

글로컬(Global+Local)'도 홍합밸리의 콘셉트 중 하나다. 홍합밸리 인근 동교동에 주민등록한 외국인만 1만 600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길을 지나던 외국인이 ‘데모데이’에 참석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 본국에 돌아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즉,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의 창업자 누구나 의견을 나누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김포공항에서 12분, 서울역에서 5분, 용산역에서 7분. 외국인은 물론 지방에서 올라온 창업자들에게도 함께하기에 최적의 위치다. 인재풀이 넓다는 것도 ‘홍합’의 장점. 홍대를 기준으로 반경 5km 안에 드는 종합대학만 홍익대,연세대,이화여대,명지대,서강대,숙명여대,경기대 등 13개에 이른다. 특성화고도 2개나 있다.

홍합밸리에서는 전문가 컨설팅, 공개교육 및 강의, 제품 데모 시연 등 적극적인 창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창업의 ‘창’ 자도 모르겠다면 홍합밸리에 찾아가 ‘도와 달라!’고 외쳐보자. 선배 창업자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새 단장을 마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홍합밸리의 오프라인 공간은 함께 퍼즐을 맞춰나갈 입주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글 김은진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