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아레나3] 크리에이티브 포토그래퍼 이전호 에이전시 테오 실장



“창작과정의 고통은 크나큰 희열이기도 하죠”

크리에이티브 포토그래퍼 이전호 에이전시 테오 실장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포토그래퍼’를 꼽으라면 업계에서는 이전호 에이전시 테오 실장을 빼놓지 않는다. 광고사진부터 영화ㆍ드라마 포스터, 그리고 아이돌 자켓 앨범까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커머셜 포토의 중 상당수가 이 실장의 손을 거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벅차다. 삼성전자, BMW, LG기업PR, 게스, 뉴트로지나 등 광고 사진, ‘올드보이’, ‘왕의남자’, ‘영화는영화다’,‘위험한 상견례’,‘해무’ 등 영화포스터, 그리고 2PM, 미스A, FT아일랜드 등의 앨범 자켓 등의 그의 주요 포트폴리오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살아 숨 쉰다. 한 장의 사진이지만 영혼을 담아냈기 때문에 그 장면 속에는 수많은 스토링텔링이 함축적으로 이뤄진다. 최근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의 포스터도 그렇다.


[크리에이티브아레나3] 크리에이티브 포토그래퍼 이전호 에이전시 테오 실장


어려운 시절 굳세게 살아온 아버지와 가족의 모습을 잘 표현하기 위해 이 실장은 모든 상황을 ‘리얼’로 추구했다. 영화 촬영 세트가 아닌 사진 촬영만을 위한 ‘꽃분이네’ 세트를 따로 만들었고 1970~80년대 당시 가구와 소품을 일일이 아트 팀이 구했다. 그리고 당시 가족사진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 실장은 촬영에 앞서 오래된 가족사진들을 직접 수소문해 리서치 했다. 그는 “최대한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치밀한게 준비했지만 실제 촬영에서는 옛 사진이 주는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 설정을 과감히 없앴다”라며 촬영 뒷이야기를 밝혔다. 주연배우들에게 특별한 주문 없이도 그들의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툭툭 잡아낸 것.


“영화 포스터 촬영을 위해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이상하게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오르고 떠나지 않아요. 제 머릿속에서 재창조된 장면이죠. 이 상상의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회의와 치밀한 준비를 하죠.”

김중만의 매력에 사로잡히다

커머셜 포토의 대가로 우뚝 서기까지 이 실장은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중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카메라는 그가 사진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됐다. 학교에서도 사진반에 들어가 나름 감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아버지는 사진은 취미일 뿐 공부에 집중해 공무원이 되길 원했다. 사진 쪽으로 진로를 정한 친구가 있어 그와 함께 늘 사진 찍기를 즐기기는 했지만 그는 사진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21살이던 1988년, 우연히 사진작가 김중만의 촬영현장에 방문하면서 포토그래퍼의 아우라에 반했다. 혜화동 한옥에서 있었던 배우 김금용의 촬영에 열중하는 김중만 작가의 매력에 사로잡힌 것이다.


“비오는 날이었는데 김중만 작가는 어시스턴트가 없어 구경갔던 저와 친구가 우산을 받치는 등 촬영을 도왔어요. 독특한 외모와 프로페셔널한 김중만 작가가 뭔지 모르지만 근사했죠. 그리고 ‘포토그래퍼가 되면 유명 배우와 늘 같이 작업할 수 있겠구나’란 지극히 20대다운 생각도 했어요.”


그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해보기로 결심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예술아카데미에서는 사진을 공부할 때 이제까지와는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미국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오기가 발동했다”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아닌 밤 세며 공부하는 미래 포토그래퍼가 있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공부하는 것이지만 이론을 섭렵하며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그는 회상한다.


“학생들에게 늘 말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 매우 중요해요. 내가 허상만 보고 쫓아왔는가 아니면 힘든 현실을 이겨내 결국 끝까지 갈 수 있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죠.”

외국의 아트스쿨에서는 이론적 커리큘럼이 매우 강조된다. 이 실장은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 심리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촬영기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중을 사로잡는 사진에는 포토그래퍼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뒷면에는 일종의 공식에 얼마나 충실한가도 있다. 사진의 컨셉, 비주얼, 스토리 그리고 앵글, 칼라, 소품 등 시각적 흥미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대중의 시선이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좋은 사진이란 대중이 본능적으로 알며 수많은 사진 속에서 시선을 딱 멈추게 한다고 말한다.


“시각과 뇌가 좋은 것을 보면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아요. 이를 위해 모든 기법을 총동원하는 것이죠.”


“진짜는 누가봐도 통한다”


[크리에이티브아레나3] 크리에이티브 포토그래퍼 이전호 에이전시 테오 실장



이러한 좋은 사진 한 컷을 얻기까지 헝가리의 보도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말처럼 포토그래퍼는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시점을 다양화 하는 등 부지런해야 한다. 이 실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영화 ‘돌려차기’ 포스터 촬영을 잊지 못한다. 주연이었던 신화의 김동완이 태권도 토너먼트 결승을 앞두고 다치고 지쳐 포기 직전의 상황을 사진에 담고자 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황 설정을 김동완에게 이야기했지만 실제 표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김동완은 잠시 시간을 달라며 봉에 매달려 윗몸일으키기를 해 실제 체력을 소모시켰다. 아트팀이 도복도 흐트러뜨리는 등 3시간의 촬영 끝에 실제 녹초가 된 김동완으로부터 원하는 모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실장은 “그 촬영의 과정과 결과가 잊혀지지 않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촬영 순간이었다”며 “진짜는 누가 봐도 진짜인 것처럼 그 사진 한 장이 사람들의 심금을 건드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오는 3월 13,14 양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크리에이티브 아레나 시즌 3에서의 강연을 통해 이 실장은 대학생들에게 크리에이터의 고되고 힘든 창작 과정을 설명할 예정이다.


“크리에이터는 분명 지치고 힘든 일이에요. 작업에 몰두할 때는 며칠을 집에 못가거나 4시가 넘어야 들어가곤 해요. 하지만 창작 과정에서 생각한 바를 구현해낼 수 있을 때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죠.”


그가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생처럼 조직에 들어가 일할 친구도 있지만 크리에이터 대가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술 뿐 아니라 트렌드 분석, 기획 능력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빙펜, 리차드 아베든과 같은 포토그래퍼 대가들은 예를 들어 미국횡단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촬영하는 기획을 스스로 했어요. 기획을 할 줄 하는 사람만이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 수 있죠. 이를 통해 이야기 만들고 이야기를 잘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실력있는 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크리에이티브 아레나3

일시: 2015년 3월 14~15일

장소: 코엑스 D홀

티켓예매처: 캠퍼스잡앤조이 홈페이지(www.jobnjoy.com)에서 온라인 예매 가능 ▶예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