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국어시간에 시를 배웠다. 국어책 속의 시는 읽는 대상이 아닌 배우는 대상이었다.

시험을 위한 시가 아닌 마음을 위한 시를 통해 시와 가까워지자. 사랑에 다치고 청춘이 아픈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줄 명작 시를 소개한다.



지쳐 포기해버리고 싶은 너에게

남들처럼 살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많아지지만, 나답게 살기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은 점점 포기하게 된다. ‘나다움’을 잃지 않고 ‘나’로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말기를.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 도종환, ‘폐허 이후’ 중에서




관계의 외로움을 느끼는 너에게

적당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다. 외로움을 참고 익숙해지기만 바라지 말고 때로는 외로움에 맘껏 슬퍼하고 쉬어가기를.


외로움보다 더 가파른 절벽은 없지

살다 보면 엉망으로 취해 아무 어깨나 기대

소리 내서 울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어디든 흘러가고 싶은 마음이 발치에서

물거품으로 부서져가는 것을 본다

점점 어두워오는 바다로 가는 물결

무슨 그리움이 저 허공 뒤에 숨어 있을까

- 김수영,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중에서




아픈 이별을 겪는 너에게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이별을 겪으며 어른이 된다. 이별을 통해 배우고 성숙해지지만 어른이 된다고 이별이 쉬워지지는 않는 듯하다. 지금 겪는 이별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선운사에서’ 중에서




흘러가는 시간이 초조하기만 한 너에게

100세 시대는 끝났다. 120세가 평균수명으로 거론된다. 80~90세의 나는 스물한 살과 스물일곱 살 때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120페이지의 인생이라는 책에서 21페이지와 27페이지는 모두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페이지다. 한 살 한 살 나이 드는 것에 초조해하지 말기를.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중략)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 박우현,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중에서



글 오영옥 대학생기자(한국교통대 경영 2)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