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펌’이 일상이 돼버린 요즘이다. 어두운 경로를 통해 영화, 음악을 다운받는 것은 예삿일이고 떠도는 영상이나 사진을 마치 내 것인 양 SNS에 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남들도 다 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라면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할 것.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범법자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저작권이란 시, 소설,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컴퓨터프로그램 등과 같은 ‘저작물’에 대해 창작자가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소설가가 소설 작품을 창작한 경우, 원고 그대로 출판·배포할 수 있는 복제·배포권과 함께 영화나 번역물처럼 다른 형태로 제작할 수 있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연극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연권, 방송물로 만들어 방송할 수 있는 방송권 등 여러 가지 권리를 갖게 된다. 이러한 여러 권리 전체를 저작권이라고 하는 것.


최근 이러한 저작권 관련 소송이 부쩍 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퍼 나르던 콘텐츠가 발목을 잡는 것. 대학생들의 경우, 과제나 공모전을 위해 사용한 폰트나 음원, 이미지 등 때문에 본의 아니게 저작권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 올렸더니 합의금 100만원?! 저작권이 뭐기에

음란물도 저작권법 해당돼

대학생 김 씨는 최근 C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에게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스팸메일인가’ 의심하며 메일을 열어본 김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작권 침해에 따른 경고장이라는 내용의 메일에는 김 씨가 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 도대체 김 씨는 어떤 잘못을 했기에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리게 된 것일까?

김 씨는 몇 년 전 성적 소수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A카페에 가입했다. 하지만 등업을 위해서는 커뮤니티에서 요구하는 영상을 업로드해야만했다. 커뮤니티 관리자는 ‘B카페에 가면 관련 영상이 많다’고 공지했고, 김 씨는 아무 생각 없이 B카페의 영상을 퍼와 A카페에 올렸다. 김 씨 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거리낌 없이 B카페의 영상을 A카페에 퍼 날랐다. 다른 회원 최 씨의 경우, 인터넷을 다루는 것이 서툴러 영상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자 운영진이 대신 올려주며 등업을 시켜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러한 행동이 범법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저작권이 있는 B카페의 영상을 A카페에 ‘불펌’하는 행동은 모두 저작권법을 침해하는 행위. 때문에 김 씨처럼 B카페의 영상을 퍼 온 회원들은 모두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영상 한 개당 저작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50만원이 청구됐고, 저작인격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50만원까지 더해져 1백만 원의 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씨는 한 개의 영상만 올려 가장 적은 금액인 1백만 원을 청구 받았지만, 몇몇 회원은 천만 원 단위의 합의금을 물어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김 씨는 “음란물도 저작권에 포함되는 것인 줄은 최근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개인적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지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회원들은 A카페와 B카페가 사전에 도모해 만든 사기 사건이라 주장하고 있다. A카페의 운영진과 B카페의 운영진이 동일인이며, 회원들이 저작권법을 위반하도록 함정을 파 놓았다는 것. 성적 소수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본인의 성향이 드러나기를 극도로 꺼린다는 점을 악용해, 소송을 통해 본인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합의금을 쉽게 물 것이라 예상했다는 것.

이에 B카페의 법률대리인은 “A와 B카페 운영진이 동일인이라는 것은 일부 회원의 주장일 뿐”이라며 “동일인이 아니며 B카페는 A카페에 지속적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으며, 그럼에도 시정이 되지 않고 저작권 침해 행위가 더욱 심각해져 최후의 방법으로 이같은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운영진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회원들에게도 고소를 진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물건을 훔쳐오라고 해서 훔친 것도 범죄에 해당된다”며 저작권법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공모전 입상작, 저작권은 어디에?

이 씨는 얼마 전 직접 촬영한 사진을 모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진 공모전에 출품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씨는 굉장히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됐다. 주최 측에서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상작을 가지고 전시회를 개최하고, 다른 용도로 사진을 도용한 것. 이 씨는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항의를 했으나, 주최 측은 ‘응모작에 대한 권리는 주최기관에 귀속된다’는 약관조항이 있다며 대응했다. 결국 이 씨는 공모전 출품작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했다.


많은 학생들이 공모전에 본인의 창작물 혹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수의 공모전 주최 측은 공모전 약관에 ‘응모작(또는 수상작)에 대한 일체의 권리는 주최기관에 귀속되는 것’으로 규정해왔다. 내가 힘들게 결과물을 만든 콘텐츠나 아이디어가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것.


최근 이에 따른 응모자들의 불만과 항의가 지속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응모작(또는 수상작)에 대한 일체의 권리가 응모자(또는 수상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조항을 수정하도록 했다. 공모전 주최 사업자가 응모작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대가 지급 없이 양수한다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모전 수상작 사용에 대한 대가처럼 알려진 수상 혜택에 대해서도 공모전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급하는 포상금 내지 격려금 성격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때문에 앞으로는 수상작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상자로부터 지식재산권을 양수받거나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도움말 한국저작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