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은 너에게


영화는 기존 예술들의 표현 수단이 합쳐진 장르다.

문학, 음악, 회화 등을 모두 수용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복잡한 예술인 '영화'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영화 속 요소들에 집중하는 것.

영화만의 미학을 만들어내는 표현 수단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그것들이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진지한 자세로 영화를 탐구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영화 제대로 보는 법을 소개한다.




Point 1. 카메라는 영화의 ‘눈’

문학에 펜이 필요하다면, 영화에는 카메라가 필요하다. 내용을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쓰이는 것이 바로 카메라다. 영화에서는 카메라가 화자도 되고, 등장인물도 되고, 내레이터도 된다. 카메라와 피사체와의 관계를 관찰하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둘 사이의 거리나 각도, 카메라 안 피사체들의 이동 등 카메라의 배치에 따라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

카메라의 눈으로 보면 ‘감독이 어떤 의도로 저 장면을 찍었을까’가 가장 잘 나타나기 때문에,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황이나 인물의 성격에 대한 해석도 카메라의 각도 하나로 좌우된다.

한 마디로, 영화는 카메라가 쓰는 서사물이라고 할 수 있다.



Point 2. 이야기를 이끄는 건 캐릭터

영화 속의 인물들은 이야기를 구축해가는 기능을 한다. 캐릭터의 직업, 연령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영화에서는 캐릭터를 통해 사회를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개봉한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경우에는 미국 사회가 추앙하는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부각해 인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몇 가지 캐릭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주인공과 그에 대적하는 인물, 트릭스터, 변신자재자 등이 대표적. 영화 속 캐릭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조합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해석이 될 수 있다.



Point 3. 알고 있는 학문적 지식과 접목

자신이 가진 학문적 배경으로도 영화를 해석할 수 있다. 꼭 전문적으로 특정 이론에 대해 깊게 알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간단하게 어떤 학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지만 알아도 영화에 접목시킬 수 있다. 심리학적인 관점, 정신분석학적인 관점 또는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등의 문화 이론으로 봐도 좋다.

영화는 인물들의 삶을 시뮬레이션 한 것이기 때문에, 인문학적 이론의 틀을 놓고 보면 알고 있던 영화들도 새롭게 보게 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보거나,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을 신화 속 인물인 오이디푸스의 현대판으로 보는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Point 4. 영화의 해석에는 과거가 필요

영화는 연애와 같다. 상대방의 인생을 알면 연애를 잘 할 수 있듯이, 현재에 대한 해석을 잘 하기 위해서는 과거가 필요하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역사를 알면 분석에도 큰 도움이 된다.

몇 년도엔 뭐가 나왔고, 누가 뭘 만들었고, 당시에는 누가 유명했으며… 이런 것들을 달달 외우라는 것이 아니다. 감독들의 전작을 알면 영화를 더 잘 읽어낼 수 있다. 분석하고자 하는 작품의 감독이 활동했던 시대 속 영화의 큰 흐름, 다른 감독과의 차이, 그 감독이 주로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의 맥락에서 영화를 보면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영화평론가가 추천하는 ‘필수 감상 영화’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은 너에게


<나를 찾아줘>

주인공과 그의 아내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긴장을 쌓아가는 영화.

똑같은 사건이라도 아내의 시점과 남편의 시점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묘미가 있다.

영화 속 시선의 주체에 관해 분석해보길.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은 너에게



<인터스텔라>

SF 장르의 영화이지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홀로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틀은

서부극을 떠올리게 한다.

장르의 틀에서 접근해보면 좋을 영화.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은 너에게



<보이후드>

한 소년의 성장을 보여주되, 일반 영화처럼 아역을 써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만든 독특한 작품.

영화 속 시간과 영화 밖의 시간에 관해 생각해보길.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은 너에게


<내일을 위한 시간>

벨기에 출신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의연출 작.

다르덴 형제는 전작들에서부터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다뤄,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불안정성, 불합리함에 대해 말해왔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일관되게 다루고 있는

주제나 스타일을 분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은 너에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마치 회화 혹은 만화를 보는듯한 대칭적인 이미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영화와 회화, 혹은 만화와의 접점과 영향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








글 김수아(건국대 국어국문 4) | 도움말 안숭범 영화평론가 · 최은영 영화평론가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