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정혜성 The Little  Blossom

주름이 들어간 가죽 톱은 로우클래식


정혜성

1991년생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휴학

2009년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로 데뷔

2012년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2013년 시트콤 <감자별 2013QR3>

2014년 드라마 <기분좋은 날> <오만과 편견>

2015년 드라마 <블러드>



누가 봐도 정혜성은 앳된 소녀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워커홀릭에 노안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갑자기 걸걸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느닷없이 흥에 겨운 몸짓을 취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녀는 예뻤다.

이제 막 피어나는, 이른 봄의 꽃봉오리처럼.



혜성이라는 이름이 참 예뻐요. 본명이에요?

본명은 정은주예요. 활동할 때 중성적 느낌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름만 들었을 때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를 정도로요. 작명소에서 여러 이름을 받아왔는데 혜성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죠.


아이돌 제의를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중학생 때요. 하지만 연습생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바로 데뷔하는 게 아니잖아요. 걸그룹을 하려고 했으면 아직 데뷔도 못했을 거예요. 제가 춤도 못 추고 노래도 잘 못하거든요. 춤 연습을 1년 정도 했는데 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걸그룹은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그래서 배우의 길로 들어선 거예요? 제 성격과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를 촬영했는데 작은 역할이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현장 분위기도 좋고 감독님과 선배님들 모두 잘해주셨어요. 그래서 배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스타 인터뷰] 정혜성 The Little  Blossom

크롭트 니트 톱은 스타일난다, 나뭇잎 패턴 스커트는 자라, 슈즈는 페르쉐


그 우연한 기회라는 게 무엇인가요? <친구, 우리들의 시간>이라는 드라마였어요. 아무 생각 없이 공개 오디션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은 거예요. 알고 보니 감독님이 부산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여배우를 원했는데, 부산 출신인 제가 감독님 마음에 들었던 거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배우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던가요? 일할 때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계속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해요. 저는 연기할 때 제 안에 있는 다양한 면들을 하나씩 꺼내서 보여주기만 하는데, 사람들이 ‘잘한다’ ‘예쁘다’고 칭찬해 주시잖아요? 그러면 제가 정말 사랑받고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요.


새로 드라마를 시작하더군요. 어떤 드라마인가요?

<블러드>라는 뱀파이어 의학드라마예요. 뱀파이어와 의사. 서로 상극인 개념을 섞어 신선하게 풀어냈죠. 예를 들면 주인공인 뱀파이어 의사는 피를 보면 흥분하기 때문에 수술 전에 항상 진정제를 먹는다는 설정이 있어요. 저는 여주인공인 구혜선 언니의 절친으로 나와요. 아, 둘 다 일반인이에요. 뱀파이어 아니고요.


이번에도 약간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네요. 촬영하다 그 분위기에 빠져들지는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극중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이거든요. 사실 드라마에서 저의 메인 스토리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특수사건 전담반 TEN 2>처럼요. 말보다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어요.


[스타 인터뷰] 정혜성 The Little  Blossom

타이트한 터틀넥 톱은 스타일난다, 나비 패턴 쇼츠는 풀앤베어, 반지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스니커즈는 케즈


<오만과 편견>이 정혜성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잖아요? 어떻게 캐스팅된 거예요?

<기분 좋은 날> 드라마를 촬영하는데 감독님이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어요. <오만과 편견>은 제가 해보지 않은 미니시리즈 장르였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저를 보시자마자 캐스팅하시더라고요. <기분 좋은 날>에서 제 연기가 마음에 드셨대요. 사실 지금까지의 캐스팅은 제 전 작품을 보신 감독님들이 저를 불러주셔서 된 거였어요.


최우식 씨와 키스신이 명장면이었죠. 너무 귀여웠어요, 두 분. 그날 찍을 신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한 번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촬영하는데 키스하고 나서 최우식 오빠가 탁 떼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다시 붙잡고요. 뗐다 붙잡았다 반복했어요. 그런데 그게 풋풋하고 귀여워 보였나봐요. 그 장면이 방송에 나가게 됐어요.


사실 제가 인상 깊게 본 드라마는 <기분 좋은 날>이에요. 정말 얄밉게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이에요?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이 모두 섞여 있어요. <감자별>의 비서처럼 까불고 푼수 짓을 하다 가끔씩 욱하는 모습, 이소이처럼 애교 많고 한 사람만 바라보는 모습, 유광미처럼 도도하다가도 잘 챙겨주는 모습이 딱 저예요. 하지만 비서처럼 비열하거나 소이처럼 눈치 없거나 광미처럼 밀당을 잘하지는 못해요. 누구를 좋아하면 완전히 티가 나는 스타일이죠. (웃음)


쉬지 않고 드라마를 촬영하는데, 힘들지는 않나요?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하는데, 인터뷰를 25번 하고 나서 눈에 다래끼가 났어요.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나 봐요. 그래도 쉬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만약 누군가 ‘한 달 동안 쉴래, 일할래’ 하고 제게 선택권을 준다면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한다고 할 거예요.


그 정도면 워커홀릭 아닌가요? 그런 면이 있어요. 저는 연휴나 공휴일·명절 때 일하는 걸 엄청 좋아해요. 이 직업이 딱 제 적성에 맞나 봐요.


촬영이 없거나 쉬는 날에는 뭐해요? 계속 아파요. 눈에 다래끼 난 것도 인터뷰 끝내고 이틀 쉬었더니 이렇게 된 거예요. 쉬는 날에는 잠만 자거나,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요. 어깨도 결리고, 삭신이 그렇게 쑤시더라고요.


[스타 인터뷰] 정혜성 The Little  Blossom

소매에 매듭이 들어간 원피스는 자라, 반지는 스트라디바리우스


하하…. 종합병원 수준이네요. 쉬면 안 돼요. 자리를 잡으면 좀 편히 쉴 수 있겠죠. 그때까지는 아직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 욕심이 많기도 하고요. 쉬면 불안하고 생각이 많아져 병드는 타입이에요.


벌써 새해의 한 달이 지나갔어요. 계획대로 잘 진행되나요? 드라마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화보도 찍어보고….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해요. 사실 화보 촬영을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광고도 하고 싶고요. 개인적으로는 플루트·골프·기타·일본어·춤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춤은 포기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춤도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10년 정도 하면 기본은 하겠죠. 운동도 매일 하고요. 그래서 많이 먹고 스케줄이 불규칙해도 몸매를 유지하나 봐요.


앞으로 남은 열한 달 동안 이룰 목표는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거요! (스태프들도 쉬어야죠?) 그래서 스태프들도 다 병이 났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열심히 해서 저를 미워하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웃음) 일이 더 많아져서 매일매일 TV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글·진행 이동찬 기자 I 사진 신채영(신채영 스튜디오)

헤어 유태(에이바이봄) I 메이크업 박선미(에이바이봄)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