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청년들

좌판에 청춘을 바치다 - ②부평로터리마켓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인천 부평로터리마켓


한산한 줄만 알았던 시장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 자신이 꿈을 좇는 청년들이 '장사꾼'을 자청하고 나섰단다. 풍문으로 듣자니,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시장’과 ‘청년’이 만나 완벽한 ‘케미’를 이룬 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 사는 맛을 즐기는 청년들을 만났다.



부평로터리마켓에 좌판 펼친 아티스트 청년들


인천 부평역지하상가는 인천에서 하루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지하상가 최다점포 수 부문에서 세계기록을 세울 정도. 하지만 활력이 넘치는 부평역지하상가와 달리 부평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갈 수 있는 부평시장로터리지하상가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십 수 년간 부평역지하상가와 대조적인 모습으로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기 때문.



부평로터리마켓에 좌판 펼친 아티스트 청년들


이런 부평시장로터리지하상가에 지난 7월 생기 가득한 에너지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아이템을 가진 청년들이 지하상가에 입상(?)했기 때문. 이들은 찬바람만 불던 텅 빈 16개의 점포에 각자의 아이템을 펼쳐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인천시와 부평구는 시장의 활성화와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상가 임대료와 창업교육, 각종 컨설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부평로터리마켓에 좌판 펼친 아티스트 청년들


부평로터리마켓이라는 이름도 정했다. 디자이너, 비보이, 영화감독, 마술사까지. 점포 사장님들의 이력에도 개성이 가득하다. 덕분에 부평로터리마켓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적잖이 늘었다. 비보이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 그림으로 만든 가방 등 독특한 경험과 시장이 주는 특별한 정에 하나둘씩 단골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상인들에게는 지하상가에 에너지를 몰아다준 젊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것과 꿈꾸던 것들을 이루기 위해 사업장을 찾던 청년들에게는 기회의 문을 열어준 상인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목요일은 마켓 문을 닫는 날.








부평로터리마켓에 좌판 펼친 아티스트 청년들


미대생의 그림으로 만든 가방, 마지(Mazi)

경영, 경제, 미술,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선·후배 5명이 모여 가방을 만드는 곳이다. 평범한 가방이라면 로터리마켓에서 가장 ‘핫’한 점포가 될 수는 없었을 터. 마지는 미대생과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해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들을 만들고 있다. 미대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그리는 수많은 그림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구상한 아이디어다.

청년들이 함께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로터리마켓을 찾았다고. 오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210호를 지킨다.







부평로터리마켓에 좌판 펼친 아티스트 청년들


세 아티스트의 정성이 모이다, 도즈분 1961

팝페라 가수, 일러스트레이터, 조향사가 꾸미는 프로젝트 ‘도즈분 1961’. 세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아티스트’들이 공교롭게도 활동한 시기가 1961년이어서 도즈분 뒤에 1961을 적어 넣었다. 도즈분의 점포에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라이베어’와 ‘트루덕’이 그려진 캔들과 벽에 걸린 ‘라이베어’의 이야기 한 장면.

라이베어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장면에 맞게 조향한 향초와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 순간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향초와 동화, 그리고 음악이 한데 섞여 선사하는 예상치 못한 감동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오감만족을 원한다면 도즈분으로.








부평로터리마켓에 좌판 펼친 아티스트 청년들


장인의 손길로 놓은 자수, 풀리토(Pulito)

직접 놓는 컴퓨터 자수로 로터리마켓의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점포 ‘풀리토’. 미대출신의 디자이너 권구홍 씨가 한땀한땀 자수를 놓아 선보이는 곳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대표이자 아티스트가 직접 새겨주는 자수는 어떤 프린트와도 바꿀 수 없는 작품.

인천의 아트그룹에서 활동하는 권 대표는 그동안 의뢰를 받아 자수를 새겼지만, 그 외에도 ‘풀리토’를 새긴 의류나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






글·사진 김은진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