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신’. 대학 등록금을 대출받아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 돼 백수로 살아가다 보니 결국 빚을 갚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의 신조어(실업자+신용불량자)다. 취업은 차치하고라도 대학생 때부터 채무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학생 7만1682명이 저축은행에서 사실상 사채이자와 다를 바 없는 연리 30%에 가까운 금리로 2500억여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불량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대학생들, 올바른 신용관리 방법이 절실하다.


빨간불 켜진 대학생 신용

빚에 허덕이는 대학생들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구입자금대출이요? 제 인생은 이미 마이너스예요. 그런 것은 생각하지도, 생각할 수도 없어요.”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김대용(26) 씨는 넋두리부터 늘어놓았다. 취업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학자금대출 2000만 원, 생활비 대출 500만 원 등 적지 않은 빚을 진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신세지는 것도 한두 번이죠. 고시원 월세 내기도 빠듯해 알바는 연중무휴예요. 이런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 수도권의 한 여대에 재학 중인 한선미(가명·25) 씨는 카드 돌려막기와 채무 독촉전화에 기가 질렸다. 중산층 가정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란 한씨에게 어려움이 닥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쇼핑하는 재미에 빠져 신용카드를 여러 장 만들어 여기저기 쓰고 다녔어요. 한도액을 다 소진할 정도로요. 한 카드를 결제하지 못하면 다른 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충당하고, 다음 달에는 다시 또 다른 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메우는 식이었죠.”

전형적인 카드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그래도 안 돼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고.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으니까요. 얼마 전 알아봤더니 제 신용등급이 9등급이래요. 방법이 없네요.”

한씨가 내민 핸드폰의 수신 문자 대부분은 각종 카드사와 대부업체에서 보낸 채무 관련 경고문이었다.


신용등급 Up & Down

신용등급(1~10등급)은 개인의 금융거래 및 상거래에 따른 신용거래 실적을 분석한 데이터에 따라 결정된다. 신용평가사가 보유한 신용정보는 은행연합회로 집중되는 대출·보증·채무불이행 등의 정보, 그리고 은행·카드사 등 금융회사와 신용평가사가 협약해 집중하는 정보가 있다. 신용평가사는 이런 신용정보를 기반으로 향후 1년 내 90일 이상 장기연체 등 신용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수치화(1~1000점)하는 방식으로 분석·평가한다. 단 여기에 소득·재산·직장 등의 정보는 반영하지 않는다.

각 금융회사는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신용평점, 신용정보를 참고로 자체 보유하한 거래정보 등을 반영해 내부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이와 더불어 개인이 제공한 직장·소득정보 등을 활용해 대출 승인, 신용카드 발급, 한도·금리 결정 등 금융거래를 위한 의사결정을 한다.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주요인은 연체다. 신용카드 대금·대출금 연체는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과도한 대출이나 무분별한 카드론·현금서비스 사용은 신용등급 하락의 요인이다. 통신 및 휴대폰 요금 연체정보도 3개월 이상 장기화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한다. 신용등급이 좋지 않으면 신용카드 발급, 대출 등 금융거래가 불편해진다.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는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이 되어야 발급 가능하다. 신용카드를 연체 없이 적정한 수준으로 꾸준히 사용하는 경우 신용에 긍정적인데, 신용카드 발급 자체가 안 되면 신용관리를 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신용등급은 한 번 하락하면 다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평소 미리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우선 연체금액보다 연체기간이 신용평가 가중치가 높기 때문에 연체 건수가 여러 개라면 연체기간이 긴 것부터 먼저 갚아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대출이 여러 건 있는 경우에는 고금리 대출부터 갚아나가야 한다. 또 신용·체크카드를 꾸준히 이용하는지도 주요 평가요소이므로, 매월 일정금액 이상 연체 없이 사용하는 것이 신용등급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신용관리는 평소 자신의 신용등급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각 신용평가사에서는 간단한 회원가입을 통해 연간 3회 전 국민 무료 신용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료회원으로 등록하면 신용 변동사항 발생 시 SMS와 이메일 등으로 알려주며, 각종 금융사고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신용관리 10계명

1. 인터넷·전화 등을 통한 대출은 신중하게 결정하자.

2. 건전한 신용거래 이력을 꾸준히 쌓아가자.

3.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적정한 채무규모를 설정하자.

4. 주거래 금융회사를 정해 이용하자.

5. 타인을 위한 대출보증은 신중하게 결정하자.

6. 주기적인 결제대금은 자동이체를 이용하자.

7. 연락처 변경 시 반드시 금융회사에 통보하자.

8. 소액이라도 연체는 절대로 하지 말자.

9. 연체 상환 시에는 연체기간이 오래된 것부터 상환하자.

10. 본인의 신용정보 현황을 자주 확인하자.




빨간불 켜진 대학생 신용

[미니 인터뷰 - 김신숙 NICE평가정보 CB기획실 팀장]

Q. 신용평가사는 어떤 일을 하나?

정확히 말하면 개인신용평가회사(CB, Credit Bureau)로, 개인의 신용정보를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수집 가공하여 신용등급 등 종합적인 신용정보를 제공한다. 금융회사 등에서는 신용평가사가 제공한 신용정보를 신용거래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Q. 우리사회에서 ‘신용’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신용등급은 개인 경제활동에 대한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신용이 좋은 사람은 쉽고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신용이 나빠 돈을 갚을 능력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돈을 빌리기 어렵고 빌릴 수 있더라도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한다. 신용을 잘 알고 관리하면 꼭 필요한 순간 소중하게 쓰일 자산이 되지만, 소홀히 하면 금융거래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평소 신용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Q. 청년들에게 신용관리가 왜 중요한가?

신용등급이 낮을 경우 신용카드 발급, 대출 등 금융거래가 불편할 수 있으며 고금리 금융회사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연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취업·창업 등 경제활동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학생 때부터 신용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심지어 결혼정보업체에서도 회원들의 신용을 따진다고 한다.


Q. 신용관리 전문가로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휴대폰들은 대부분 고가다. 그런데 휴대폰 대금을 연체할 경우 신용등급 산출 시 부정적 요인으로 반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렇다 할 신용거래가 없는 대학생·사회초년생은 보통 신용등급이 6등급이다. 이를 높이려면 본인의 등급에 맞는 금융회사를 통해 대출거래 및 신용·체크카드를 적절하게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 도움말 NICE평가정보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