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캐가 떴다! 성승헌 캐스터가 말하는 게임 캐스터의 모든 것


[게임 캐스터] 엄마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중계하는 남자, 성승헌 캐스터


“경기~ 시작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기의 재미를 배로 만드는 직업, 해설가와 함께 합을 맞춰 경기장의 호흡을 지배하는 목소리. 바로 게임 캐스터다.


e스포츠와 UFC와 같은 격투기 등의 중계를 전담해 ‘엄마들이 싫어하는 모든 것을 중계하는 캐스터’라 불리는 성승헌 캐스터를 만나 게임 캐스터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어떤 계기로 게임 캐스터가 됐나요?

처음에는 PD 지망이었어요. 실제로 모 케이블 방송사에서 PD로 근무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일을 해보니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방송을 직접하는 것이 더 잘 맞을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고민 끝에 퇴사를 하고 캐스터로 방향을 바꿨어요.

캐스터 중에서도 게임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쪽 분야에서 제가 풀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게임 중계가 매력적인 것은 캐스터가 MC와 캐스터의 중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거든요. 제 생각을 훨씬 더 많이 녹여낼 수 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요.


국내에서는 방송 중 사담을 하는 모습이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풍경이거든요. 야구나 농구 중계를 할 때도 사담이나 농담을 많이 하기도 하고요. 제가 캐스터를 지망하던 10여년 전만해도 국내 스포츠 중계는 좀 딱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중계를 할 수 있는 게임 분야를 선택하게 됐죠.

지금도 대중적인 직업은 아닌데, 당시에는 더 낯설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환경도 열악했을 것 같고요.

흔히 말하는 ‘열정 페이’?(웃음) 그때는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가진 게 정말 열정 밖에 없었으니까요. 다행히 게임 산업이 성장하면서 처우도 점점 더 좋아졌고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

경기 중계를 위해 게임 캐스터는 어떤 준비를 하나요?

중계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준비해야해요.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공부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떠도는 자료를 읽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죠. 저는 선수들의 개인적인 상황에 집중해요. 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보여드리려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거죠.

게임이나 격투기는 마니아적인 종목이죠. 좀 더 대중적인 장르에 도전하실 계획은 없나요?

저를 ‘어머니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중계하는 남자’라고 부르시더라고요.(웃음) 게임과 격투기 스포츠 모두 신생화된 분야이긴 하지만 크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죠. 특히 저는 틀이 딱딱 나와 있는 정석적인 스포츠보다는 제 컬러를 입히기 좋은 스포츠에 매력을 느껴요.


가끔 어떤 분들은 “이제 야구나 축구같은 것을 중계하면서 지상파로 진출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세요. 하지만 제가 거기에서 뭘 보여줄 수 있겠어요. 저는 지금 저에게 어울리는 가장 적합한 무대에 서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굉장히 즐겁고 만족해요.

캐스터와 해설가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요?

해설가가 깊이를 파는 사람이라면, 캐스터는 그 넓이를 만들어주는 사람이에요. 캐스터가 먼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거기에 해설가가 살을 붙여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죠. 둘 다 경기 중계에 있어 꼭 필요한 역할이랍니다.

거대한 경기장에서 내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질 때의 그 기분, 항상 남다를 것 같아요.

늘 시작 전에 설레는 마음이에요. 오늘은 어떠한 상황이 생길까에 대한 기대감이 있죠. 처음에는 엄청 떨렸어요. ‘이 사람들 앞에서 어떠한 얘기를 해야 할까?’하는 생각에 멍했죠. 관객과 마주치지 않는 부스에 들어가면 좀 나을 것 같은데, 게임 중계는 관중석과 중계석이가까워요.


이 일이 MC와 캐스터의 중간이라는 표현처럼 캐스터의 호흡과 멘트가 바로 관중에게 전해지죠. 그래서 처음에는 부담감이 컸어요. 이제는 그게 정말 즐겁고요. 관객과 대화하는 느낌이죠.

캐스터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죠?

일단 가장 좋은 방법은 공채죠. 캐스터 모집 공고가 나면 시험을 보고 회사로 입사하는 거요. 실무는 입사하면 배울 수 있어요. 그 전에는 기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방송실무적인 스킬이나 테크닉보다는 진짜 기본적인 것들이 탄탄해야 해요. 읽고 말하기 등 굉장히 기본적인 것들이요.

게임 중계를 준비할 때 평소에 게임을 많이 해야 할까요?

한가지 게임만 계속 하기 보다는 다작을 해야 해요. 여러 게임을 해서 각 게임의 매력과 전술을 익혀야하죠. 웬만한 게임은 한 번 이상 해보려고 항상 노력해요.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재미를 알아야 제가 중계를 할 때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그것에 공감할 수 있을 테니까요.

팬들 사이에서 ‘만담성캐’라고 불릴 정도로 타고난 ‘드립력’이 일품이세요. 모두 노력의 결과인가요?

책을 통해 표현방식을 많이 배우는 편이에요. 책을 읽을 때 좋은 은유나 비유 등이 담긴 괜찮은 문장이나 표현을 따로 모아두거든요.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하는 표현이나 생각을 조금씩 배워나가는 거죠. 그렇게 되면 똑같은 상황들이 펼쳐져도 매번 다른 식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과거에 읽은 책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느끼는 점이 매 순간 다르거든요.

캐스터에 관심있는 지원자는 많은데, 신입을 채용하는 곳은 많지 않더라고요.

기회가 많지는 않죠.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또 대부분의 캐스터가 사실상 프리랜서에 가까워서 어떻게 시작할지도 막막할거고요. 하지만 스포츠 산업이 점점 성장해가는 만큼 다양한 캐스터들이 많아질거라 생각해요. 지금도 분명 새로운 캐스터의 모집은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스포츠 캐스터로서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저는 SNS 친구신청을 받을 때면 항상 그런 말을 해요. ‘당신의 얼굴을 보여달라’. SNS 친구하자는 건 친해지자는 것이잖아요.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친해지겠어요? 서로 안면도 트고 앞으로 친한 사이가 되자는 의미거든요. 중계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관중들과 친숙하게 형, 동생과 같은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중계를 하고 싶어요.

잡앤조이 대학생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소위 ‘스펙’이라고 해서 스킬을 늘리는 작업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단순히 스킬을 연마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어요.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것들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 매 순간이 재미있어지죠.


즐기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만약 시험이 없었다면 학창 생활이 굉장히 무미건조했을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선생님 몰래 노는 재미도 시험이라는 상황이 있어서 생기는 거니까요.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매 순간이 더 재미있고 즐겁게 느껴질 수 있죠. 무엇을 위해 지금 노력하고 있는지를 느끼고 그것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글 정지훈 대학생 기자(성공회대 사회과학 2) 사진 이승재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