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터너
감독 마이크 리 출연 티모시 스폴, 폴 제슨, 도로시 앳킨슨, 마리온 베일리
19세기, 왕립미술아카데미 회원이자 국민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터너(티모시 스폴)는 새로운 작풍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스케치여행을 다닌다. 여느 때처럼 증기선을 타고 먼 바닷가 마을로 스케치여행을 떠난 터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머물던 여관의 안주인인 소피아와 친분을 맺게 되고, 그녀가 과부가 된 후에는 그녀의 집을 왕래하며 이중생활을 한다. 빛을 중요시하며 기존의 현실적 화풍에서 벗어난 초기 인상주의 화풍을 선보인 그의 작품을 기존의 미술계와 대중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지병인 심장병이 도진 노년의 터너는 “태양은 신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연인인 소피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난다.
영국의 거장 마이크 리의 신작 〈미스터 터너〉는 영국의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의 말년을 그린 영화다. 〈미스터 터너〉는 터너의 작풍을 영화 속 미장센에 최대한 반영해, 그야말로 그림처럼 아름답고 정교한 이미지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마이크 리가 그린 19세기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며, 터너 역을 맡은 티모시 스폴의 강렬하고 섬세한 연기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이라는 명예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깊은 인상을 남긴다.
터너는 작품의 유명세에 비해 사생활이나 외모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감독 마이크 리는 터너를 평범함을 넘어 결코 호감을 갖기 힘든 인물로 묘사한다. 터너는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돼지에 비유되는데, 이는 그의 섬세한 화풍과 복잡한 사생활 사이의 간극을 상징한다. 동시에 아름다움과 추함, 우아함과 비천함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예술의 아름다움이 내포하는 어두운 그림자 혹은 그 양면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미스터 터너〉는 15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상쇄하고도 남는 이미지의 향연 외에, 위대한 예술가이자 결점 많고 평범한 터너의 이중성을 세속적 가치판단을 배재한 투명한 시선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이달의 영화
내 심장을 쏴라
감독 문제용
출연 이민기, 여진구, 유오성, 김정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7년의 밤> 등 화제작을 선보여온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6년째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수명(여진구)은 이유도 없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된 승민(이민기)을 만나게 되고, 마치 시한폭탄처럼 좌충우돌하는 승민은 수명에게 병원에서 탈출하자고 제안한다.
빅 아이즈
감독 팀 버튼
출연 에이미 애덤스, 크리스토프 왈츠, 크리스틴 리터, 제이슨 슈워츠맨
1950년대 〈큰 눈을 가진 아이〉 그림으로 대중미술계에서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여류화가 마거릿 킨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작품. 동화 혹은 만화 풍 영화들을 주로 선보여온 팀 버튼 감독은 전기영화임에도 동화적 감수성으로 특유의 색채를 영화 속에 불어넣는다. 마거릿 대신 〈빅 아이즈〉를 그린 화가 행세를 하던 남편 월터와 마거릿의 갈등이 코믹하게 펼쳐진다.
트라이브
감독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출연 그레고리 브페센코, 야나 노비코바, 로사 바비브
연기 경험이 전무한 청각장애 소년 소녀들을 캐스팅해 오로지 수화로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독특한 방식의 영화.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학교 조직(The tribe)을 둘러싸고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벌이는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를 대사와 음악 없이 담아낸다. 2014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및 3관왕을 수상하며 그 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글 최은영 영화평론가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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