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와 두피 트러블. 듣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단어들이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이른바 노푸(NoPoo)가 대세다.

그래서 에디터가 직접 체험해봤다.


[New Trend] 에디터의 생생 ‘노푸’ 체험기, 샴푸 없이 사는 법


“어머, 탈모 같은데?” 시작은 이 한마디였다. 무심코 머리를 자르러 간 미용실에서 들은 한마디가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는 ‘노푸’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노푸는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했던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루에도 아침 저녁 두 번씩, 심지어 미용실에 다녀온 날은 네 번씩이나 머리를 감았는데 샴푸 금지라니. 하지만 샴푸 후 뭉텅이로 빠지는 머리카락과 사라지지 않는 두피 트러블, 목 뒷부분의 아토피성 피부염은 이미 노푸를 결심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노푸를 하기 전 많은 사전조사가 필요했다. 언제부터 효과가 나타나는지, 물로만 감아도 되는지, 냄새와 각질 등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한 점이 많았으니까. 노푸를 체험했다는 수많은 블로거들을 검색한 결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개인차가 있지만 첫 일주일이 가장 힘들다는 것과, 베이킹파우더와 물을 섞어 샴푸처럼 쓰고, 식초와 물을 섞어 린스처럼 활용한다는 점, 일주일 후 각질이 일어나고, 냄새는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야 없어진다는 점 등이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두피의 타입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옳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베이킹파우더가 강력한 염기성을 띠기 때문에 두피와 모발에 좋지 않다는 소리도 접했다. 결국 나는 2주 동안 물로만 머리감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일주일은 넘겨보자는 심산이었고, 2주 후에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꾸준히 지켜나갈 생각이었다.


노푸를 시작하고 나서 하루 이틀은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샴푸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냄새도 나지 않고 모발이나 두피에서 유분감도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심리적 문제가 나타났다. 샤워하는 도중 무심코 샴푸를 향해 손을 뻗기도 하고, 하루 종일 머리가 무겁고 찝찝해 당장 노푸를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흘째부터 머리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 대충 물로만 헹굴 경우 머리가 심각하게 떡이 지는 참사도 일어났다. 그 뒤로는 최소 15분 이상 충분한 두피 마사지와 함께 미지근한 물로 완벽하게 헹궈냈다. 두피를 마사지할 때마다 손가락 끝에 기름기가 느껴졌는데,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혐오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나오는 천연 헤어오일이라고 생각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참을 만했다. 마무리는 항상 차가운 물로 했는데, 따뜻한 물로 열린 두피의 모공을 수렴하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았다. 덕분에 헤어드라이의 찬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거나 타올드라이를 할 때 심각한 기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New Trend] 에디터의 생생 ‘노푸’ 체험기, 샴푸 없이 사는 법

노푸 일주일이 지나자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무거움’이 사라졌다. 머리카락에는 자연스러운 윤기와 탄력이 생기고 린스를 하지 않아도 머릿결이 부드러웠다. 샴푸와 린스를 함께 사용했을 때는 머리카락이 가늘게 흩날리는 느낌이었는데 노푸를 하고부터는 머리카락에 힘이 생겨 드라이가 훨씬 수월해졌다. 빠지는 머리카락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집에서 혼자만 갈색으로 염색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면 확연히 드러났는데, 어느 순간 갈색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샴푸 중에도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았다. 물론 이주일만에 노푸의 탈모 방지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머리카락에 힘이 생기고 두피에 더 단단히 ‘심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기에 심리적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가장 큰 변화는 두피 트러블과 아토피성 피부염의 완화. 미용사도 늘 걱정하던 붉게 달아오른 두피와 머리 뒷부분의 두피 트러블이 노푸를 한 지 일주일 후 눈에 보일 정도로 사라진 것이다. 목 부분의 아토피가 심해 터틀넥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까슬까슬한 터틀넥 니트를 입어도 가렵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사실 가장 걱정한 것은 각질과 냄새였다. 하지만 물로 충분히 헹궈서인지 각질도 일어나지 않았고 가려움증도 없었다. 다만 사람의 비릿한 기름 냄새가 나는 듯 싶었지만 정수리에 코를 박고 맡지 않는 이상 주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샴푸는 모든 두피 문제의 원인

샴푸는 두피의 신진대사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탈모, 두피 트러블, 모발 약화 같은 전반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7년째 물로만 머리를 감았다는 일본의 우츠키 류이치 의사는 자신의 저서 <물로만 머리감기 놀라운 기적>에서 샴푸의 가장 큰 폐해가 피지샘을 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샴푸가 두피와 모발에 필요한 피지까지 강력하게 제거해 결과적으로 부족해진 피지가 과잉생산되고, 이로 인해 피지샘이 비정상적으로 커진다는 말이다. 이는 두피의 염증성 트러블과 모발 약화, 그리고 탈모로 이어진다.


샴푸의 계면활성제 또한 두피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계면활성제가 피부 속 천연 보습인자와 지용성 세포간지질을 모두 녹여버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부 방어막이 무너지고 두피가 건조해져 새로운 세포를 형성하지 못하고 점차 얇아진다. 얇아진 두피에서는 모발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어 결국 탈모로 이어진다. 샴푸에 함유된 방부제도 마찬가지. 장 속에 유산균이 존재하는 것처럼 두피에도 이로운 균들이 존재하는데, 방부제의 강력한 살균작용이 이로운 균들까지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로운 균들은 두피를 약산성 상태로 만들어 해로운 균과 곰팡이의 침입을 방지한다. 하지만 방부제, 특히 파라벤 성분이 이로운 균들을 모두 죽여 두피와 모발이 손상을 입게 된다.


그렇다고 물로만 감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노푸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물의 세정력이다. 우츠기 의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 몸에서 나온 땀·피지·배설물은 모두 물로 말끔하게 씻겨나간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물로만 머리를 감은 사람의 두피가 샴푸를 사용한 사람의 두피보다 훨씬 청결하다고 우츠기 의사는 덧붙인다. 우리는 어쩌면 샴푸 후에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개운함에 중독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샴푸의 화학적 성분과 세정력에 의한 것일 뿐, 두피와 모발은 샴푸의 부작용으로 괴로웠을 수 있다. 단 한 번에 샴푸를 끊기는 어렵다. 노푸를 하기 전에 반드시 충분한 사전조사를 하고 확실한 동기를 가질 것. 부디 이 글을 읽고 노푸를 시도하는 모든 이들이 탈모와 두피 트러블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쩌면 샴푸 후에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개운함에 중독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샴푸의 화학적 성분과 세정력에 의한 것일 뿐, 두피와 모발은 샴푸의 부작용으로 괴로웠을 수 있다.



글 이동찬 기자 | 참고도서 <물로만 머리감기 놀라운 기적>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