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막연히 기업 이미지만으로 입사를 결정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구체적인 연봉부터 복리후생, 출퇴근시간까지 속속들이 알아보고 지원한다.


이는 인터넷의 발달로 관련 정보를 얻기 한층 수월해진 덕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미국의 글래스도어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팀블라인드, 잡플래닛 등 기업평판조회 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작은 한 유명 어학원의 이야기


‘회사 뒷담화’라는 이번 기사의 발단이 된 건 한 유명 어학원과 관련된 글이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이 어학원의 근무환경에 반기를 든 퇴사자들이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을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유명 어학원은 매년 상?하반기 공채를 통해 각각 50명씩 100여 명을 채용하고 있다. 인턴도 두 차례에 걸쳐 100명 안팎을 뽑는다. 여기에 수시채용을 더하면 연간 채용인원은 200~250명에 달한다.


많은 채용 인원만큼 채용 직무도 다양한데 이중 유독 시끄러운 곳은 ‘마케팅?기획’ 부서다. ‘댓글 달기’라는 바이럴(viral) 업무 때문이다. 퇴직자들 사이의 전언에 의하면 이 부서의 공채 출신 신입사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주로 회사를 홍보하는 게시글이나 관련 댓글을 쉴 새 없이 생산해내는 일이다. 회사를 비판하는 글을 다른 글을 쌓아올리는 ‘밀어 내기’로 원천 봉쇄하는 일도 주요 업무라고 했다.


즉 이들의 요지는, 마케팅?기획 부서라 해서 회사 사업방향을 제시하는 업무라 생각했지만 실제 입사 후에 주어진 업무는 아르바이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뒷담화 글에 면접을 앞둔 구직자의 댓글도 줄지어 달렸다. 한 구직자는 “안 그래도 면접 기회가 생겨 회사 정보에 대해 알아보던 중 이 글을 발견했다”며 “업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네임밸류’보다 근무조건이 중요한 요즘 세대들


이와 같은 일명 ‘회사 뒷담화’는 한 두 기업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뒷담화가 달리는 커뮤니티 종류도, 기업 직종도 다양하다. 하지만 글 게시자들은 공통적으로 회사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들어 회사를 소위 ‘까대고’ 있었다.


기업평판부터 훑는 요즘 취준생

야근, 주말근무 등 입사 전 근무 환경에 대해 알아보려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한 취업커뮤니티에 올라온 ‘OO기업 지원하지 마세요. 100% 후회합니다’라는 글도 그중 하나다. 이 글의 게시자는 “평균 근무시간이 10시간에 달한다. 그만큼 업무강도가 심한데도 근무안정성이 제로에 가까워 사전 통보 없이 당일 날 해고하기도 한다”며 회사의 근무환경에 대해 적나라하게 적었다. 댓글에서는 ‘안 그래도 면접을 앞두고 있는데 가지 말아야겠다’ ‘안 좋은 평이 너무 많아 회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는 구직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회사 내부 사진을 올리는 것부터 회사 상사를 험담하는 글, 부서 내 퇴사자 수 등 커뮤니티 내에서의 비판 정도도 구체적이다. 특히 대기업과 관련된 글에는 관심도가 더욱 높았다.


당신의 회사는 안녕하십니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정보화라는 산업적 뒷받침이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최근 신조어에서 보듯 근로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구직자들이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고자 움직이기 시작한 데서 이 같은 흐름이 생겨난 것이라는 이야기다.


잡플래닛의 경우 지난해 말, 취준생용 서비스를 신설했다. 이 회사는 원래 이직자를 타겟으로 삼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직 기업의 근무조건을 입력하게 하도록 했는데 직장 경험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취준생 서비스 개설 당일, 가입자가 두 배로 뛰었고 한동안 이용자가 평균치 대비 120%가량 늘었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최근 기업정보를 원하는 취준생이 늘고 있지만 기업정보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서 착안해 회사를 설립했다”며 “채용시즌이 되면 트래픽 수가 급증하는 등 회사가 자신과 얼마나 맞는지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확실히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