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주요그룹 총수들이 전한 신년 메시지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너도나도 올해를 ‘위기’로 명시하고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차, LG 등 4대그룹은 이러한 대표의 공격적인 경영방침에 맞춰 적극적인 R&D분야 투자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 해 채용시장에서 이들 4대그룹을 중심으로 한 이공계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성장 동력을 위한 새로운 기술 발굴에 주력하는 만큼 석?박사급의 고급 인력도 대거 영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병구 전 삼성전자 인재개발실 전무는 “기업들은 채용계획을 짜기 전 우선 부서별 주력 사업이나 투자 규모를 분석하기 때문에 산업의 흐름을 알고 기업의 경영 화두를 분석하면 기업이 올해 어떤 부서에 주력하고 어떤 인재를 원할지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 신년사로 본 ‘4대그룹 채용방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 우수한 R&D 연구 인력 대거 채용


현대차그룹의 올해 이슈는 ‘미래 경쟁력 확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판매량 목표인 820만대를 넘어 900만대까지 판매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완성차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R&D 인력 채용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R&D 분야의 투자를 크게 확대해 첨단 연구시설을 늘리고 우수한 연구 인력 채용과 산학 협력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공격 경영 방침에 따라 향후 4년간 시설 및 R&D 등 투자에 81조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또 2018년까지 친환경차 분야에 11조 3000억원을 투자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전용모델 △수소연료전지차 추가 모델 등을 개발할 방침이다.


5년 내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 사물인터넷(IoT)化


이건희 회장이 부재중인 삼성은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권오현 부회장이 시무식을 통해 임직원에게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생활가전, 프린팅솔루션, 네트워크 등 육성 사업은 본격적으로 매출 성장과 수익 창출을 실현하자”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B2B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핵심 신사업으로 사물인터넷(IoT)를 꼽았다. 권 부회장은 “스마트헬스, 스마트홈 등 IoT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미래 경쟁력을 확충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에서 “5년 대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를 IoT로 연결하고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올해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제일모직 소재 부문과 합병한 삼성SDI의 조남성 사장은 빠른 시장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낡은 관행을 탈피하는 철저한 변화’를 주문했고 지난해 첫 상장한 삼성SDS의 전동수 사장은 “글로벌 IT 변화의 중심으로 과감히 들어가자”고 강조했다.


LG, 시장선도 방안 찾아야


LG는 올해를 그동안의 R&D 투자에 대한 성과를 거둘 해로 정의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시장선도’를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정의하고 “굳은 각오로 시장을 선도할 방법을 찾고 힘을 모아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LG그룹은 전자, 화학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전략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국내 시장을 선도하고 출시 국가를 확대하는 등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최근 신사업 발굴 및 전개를 위한 이노베이션사업센터와 전사 기업간 거래 활성화를 위한 B2B부문, 에너지사업센터 등을 신설했다. 특히 ‘G플렉스2’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본격화될 OLED TV 시장에서의 입지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LG화학은 첨단 소재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LG유플러스는 차세대 LTE 네트워트 구축을 최대 목표로 잡고 있다.


SK, 사회적 기업 전문가 양성 노력


SK 역시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을 최대 과제로 삼았다.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룹 신년회에서 “올해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최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전례없는 경영애로가 예상된다”며 “업의 본질과 게임의 룰을 바꾸는 혁신적 노력으로 극한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SK는 성장동력원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도시 등 7대 분야에 R&D 역량을 집중해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벤처창업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는 지난해 그룹 차원의 SK창조경제추진단까지 만들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SK가 사회적 기업 전문가 양성을 위해 지난 2012년 KAIST와 함께 개설한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의 첫 졸업생도 올 초에 배출된다. 올 가을학기부터는 부산대에 사회적 기업가 양성 석사과정이 스타트에 들어간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