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자소설' 못 믿어! 증거자료 요구하는 기업들

자소서 허위경력 작성 늘자 채용평가 혼선…피해 사례도

기업 "근거 첨부" 철저 검증


'취준생 자소설' 못 믿어! 증거자료 요구하는 기업들

올해 2월 서울의 한 사립대 졸업을 앞둔 A씨(27)는 지난해 하반기 기업 공채에서 친구의 경제 관련 동아리 활동을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꾸며 자기소개서를 썼다. 서류전형에서 늘 합격하는 친구의 경험을 포함시키면 자신도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A씨는 거짓 경험을 적은 자기소개서로 지난달 한 대기업에 합격해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면접에서 질문을 받았지만 친구에게 미리 자세한 얘기를 들어둔 터라 적당히 둘러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적은 세세한 경험에 대해 증빙서류 등 증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기소개서에 과장을 섞거나 허위사실을 기재한 이른바 ‘자소설’이 많아지면서 채용 평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삼천리는 작년 하반기 공채에서 자기소개서에 활동·경험의 증거자료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예컨대 ‘최근 3년 이내에 동료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적으면 그 밑에 활동수료증 번호나 결과물, 사진 등 근거를 써넣어야 한다.


EBS는 지난해부터 자기소개서의 두 개 항목에서 경험이나 사례를 입증할 수 있는 파일 또는 인터넷 주소(URL)를 첨부하도록 했다. SK플래닛 역시 경험 또는 사례를 적고 하단에 관련 파일을 첨부하도록 요구했다.


이처럼 증거 자료를 요구한 기업은 평가의 공정성이 높아지고 허수 지원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과거엔 서류를 통과한 지원자가 적어낸 경험이 부풀려진 경우가 많아 면접 때 이를 검증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서류전형에서부터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하니 허수 지원자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이모씨(25)는 “나중에 어딘가에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증명하기 힘든 해외 봉사활동 같은 경험도 있는데 근거를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 난감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앞으로 증명 가능한 활동만 해야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오형주 한국경제신문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