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의결…국내 첫 설립

산업계 요구 적극 반영해 교육

올해 신입생 80명 모집 계획


서울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한다. 그동안 이론 연구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아온 서울대가 산업 현장에 다가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서울대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공과대학에 공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상반기 중 교육부 승인을 받는 대로 신입생 80명을 모집해 내년에 개교한다는 계획이다. 성낙인 총장은 “현장과 이론이 결합된 실무형 인재를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학전문대학원은 산업체 근무 경력 3년 이상인 학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2년의 교육 과정을 거쳐 공학전문석사(MEP·master of engineering practice) 학위를 부여한다. ‘공대판 경영학석사(MBA)’라 할 수 있다.


지원하려면 소속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추천과 학비 지원을 받아야 한다. 등록금은 연간 2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 임직원 등에게는 장학금을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은 교과목 이수 1년(기초공통+융복합 기술심화과정 30학점)과 기업 현장 프로젝트 1년(프로젝트 6학점)으로 전일제와 파트제를 병행하게 된다. 기초공통과정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의 소양을 강화하기 위한 공학 기초와 리더십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융복합 기술심화과정은 산업계 변화와 요구를 반영한 10여개 공학 이슈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은 학생이 소속된 기업과 대학 간 협약 또는 학생의 자유 설계를 통해 짜여진다.


서울대의 공학전문대학원 신설은 대학의 공학교육이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의 공대혁신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박용현 서울대 이사장(전 두산그룹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플랜트 등 산업계가 요구하는 분야를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공대를 졸업한 인력의 재교육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대 공대가 지난해 말 기업체 CEO·고위 임원 등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0%가 공학전문대학원에 직원들을 입학시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입학시키려는 목적은 최신 공학지식 습득(36%), CTO 등 핵심 엔지니어 양성(26%) 순이었다.


오형주 한국경제신문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