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굽는' 베이크솔 론칭 2년 만에 중국, 일본 진출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으로 글로벌 2030세대 공략

△이제한 먼슬리슈즈 대표.
△이제한 먼슬리슈즈 대표.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Made In Korea'를 달고 중국으로 진출한 신발브랜드는 몇 안 됩니다. 사실 한국에서 만드는 것과 중국에서 만드는 단가가 4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인도네시아와 비교하면 60% 정도 되고요. 초반엔 제조 단가가 맞지 않아 시장 진입이 힘들었지만 제품 하나로 승부 걸었습니다. 부산 사나이 뚝심 하나로 밀어붙여 볼랍니다.(웃음)”

먼슬리슈즈는 ‘신발을 굽는다’는 뜻을 담은 브랜드 베이크솔(Bakesole)을 전개 중인 부산 향토 기업이다. 이제한(43) 먼슬리슈즈 대표는 론칭 2년 만에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일본시장에 진출해 부산 기업 특유의 저력을 내뿜고 있다.

부산은 한국의 신발 산업의 시작점이자 부흥기를 누린 도시다. 1970년 신발 산업의 부흥기 시절 당시 부산 지역 신발산업의 고용인구는 5만 명이 넘었고, 단일 품목으로 40억 달러를 수출하는 등 한국의 효자 산업으로 불렸다. 1980년대까지 이어진 부산 신발 산업의 부흥기는 높은 인건비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넘어가게 됐다. 현재 부산 내 신발 산업 종사자는 80년대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4880명(2020년 통계청 자료)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아직 한국의 신발산업의 근원지라 불리는 이유는 전국 산업 종사자의 절반(48%)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이 대표 역시 2018년 신발 제조 공장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면서 제화생산기술의 노하우를 무기로 자체개발과 생산이 가능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2019년 론칭 이후 해외박람회에 참가하면서 브랜드를 홍보하기 시작한 이 대표는 직접 경영을 통해 성장하며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나이키·아디다스 제 손으로 잡을 겁니다” 부산 신발 향토기업 ‘먼슬리슈즈’ 글로벌 진출 승부수 띄운다
베이크솔의 경쟁력은 국내 자체 공장을 통한 높은 품질이다. 이 대표는 국내 최초 신소재를 접목한 ‘Vulcanized shoes’ 개발과 동시에 실크소재를 접목한 Vulcanized shoes, 한복(천연 염색)신발, 나노기술이 접목된 생활방수 신발 등을 선보였다. 여기에 생활 방수기능을 접목한 '글레이즈(GLAZE)'로 2020 패패부산 국제첨단신발기능경진대회에서 사업성 부문 1등을 수상했다. 방수신발인 글레이즈는 일반 코팅원단과 달리 투습 및 통풍 기능성을 유지하며 빗물 등 기타 외부 수분으로부터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20년 6월 중국 상해에 진출했다. 앞선 걱정과는 달리 중국의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꾸준히 재오더가 들어왔다. 그 인기 덕분인지 베이크솔의 가짜제품이 현지에서 나돌면서 위기도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 대표는 최근 한국조폐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위조방지택을 부착해 판매하고 있다.

이제한 대표가 불혹이 넘은 나이에 창업이라는 험한 길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이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해외 상표권 등록 및 원산지인증수출자 등 이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상태다. 이 대표는 “매출 규모나 직원 수는 아직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하지만 모든 직원들의 마인드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저희의 강점, 그리고 부산의 강점을 잘 다듬어서 꼭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