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커피 한잔


아뿔싸, 슈퍼키드(kids)가 아니고 슈퍼키드(kidd)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진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밴드 ‘슈퍼 어린이들’인 줄 알았다. 직접 만나보니 철은 들면서 명랑함은 잃지 않은 천연기념물 같은 어른들이었다. ‘슈퍼 농담’이라는 팀 이름처럼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릴 줄 아는 밴드. 그들과 나눈 기분 좋은 ‘농담’ 아닌 ‘진담’을 7가지 키워드로 풀어봤다.
슈퍼키드 “우린 남과는 비교 안 해, 우리의 과거와 비교하지”
허첵(보컬), 징고(보컬·군복무 중), 헤비포터(베이스),슈카카(드럼), 세버(기타)
2004년 MBC 대학가요제 금상
2006년 1집 앨범‘Super Kidd’ 로데뷔
2008년 2집 앨범‘Action Lover’
2010년 3집 앨범‘멋지다 슈퍼키드’


Survival[생존]

5년 전 ‘쇼바이벌’에 이어 두 번째 서바이벌 프로그램(KBS ‘TOP밴드2’)에 출연했어. 또다시 경쟁 안으로 뛰어든 이유가 있어?

세버 :인터뷰할 때마다 그 질문을 받는데 서바이벌이라서 나간 게 아니라 밴드가 나가는 프로그램이라서 출연했던 거야.

허첵 :공중파에서 밴드들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다고 하잖아. 그래서 나간 거지.

헤비포터 :오디션 프로그램 나가는 게 꼭 계백장군이 황산벌 전투 나가듯 비장한 결의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우린 꼭 ‘TOP 밴드가 돼서 무언가를 얻겠다’ 하는 각오는 없었어. 산이 있으면 오르듯이 무대가 있으니까 나간 거지.

슈카카 :밴드들의 축제야 축제.
슈퍼키드 “우린 남과는 비교 안 해, 우리의 과거와 비교하지”
Stage[무대]
슈퍼키드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야?

세버 :슈퍼키드의 원천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곳이지. ‘음악이 좋아요’ ‘잘생겼어요’ 이런 칭찬보다 연주가 딱 시작됐을 때 ‘악~’ 하고 터져나오는 함성소리가 더 큰 힘을 줘. 일종의 마약 같은 거야. 그게 없어지면 아무런 재미가 없을 것 같아.

헤비포터 :나도 세버랑 비슷해. 무대에 올라갔을 때 관객들 눈빛을 보면 그날 공연의 분위기가 바로 느껴지니까. 미쳐서 놀 때도 있고 어떤 날은 팔짱 끼고 서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기도 하고. 때론 리액션이 액션을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

허첵 :우린 리액션이 없는 곳에서도 많이 해봤어. 우리를 원치 않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예를 들면 아이돌 무대만 기다리는 관객들이라든지…. 그땐 ‘너희도 따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어’ 하는 오기가 생겨. 공연을 하다 보면 결국 그 사람들도 우리가 시키는 대로 박수 치고 뛰고 하더라.(웃음)




Slump[슬럼프]
공연을 하는 게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

허첵 :무대가 지겨운 적은 없었어. 오히려 나는 무대에 안 올라갈 때 슬럼프가 오더라.

세버 :다른 일에 슬럼프가 생겼는데 그게 공연으로 해결될 때도 많아. 아까 말했던 함성소리가 기분을 많이 끌어올려주니까.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공연은 해서 뭐하나’ 싶다가도 관객들 반응이 오면 ‘그래 해야지, 잘해야지!’ 생각하게 되거든.

허첵 :무대에 올라가면 여기서 잘해서 이 재밌는 공연을 또 해야지, 계속 해야지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
슈퍼키드 “우린 남과는 비교 안 해, 우리의 과거와 비교하지”
Sound[소리]
슈퍼키드가 만들고 싶은 궁극의 무대가 있다면?

헤비포터 :외국 밴드 중에 예를 들자면 유투(U2) 같은 무대가 최고지. 외국 투어를 할 때도 조명팀, 무대연출팀, 음향팀이 전부 같이 다니면서 자기 사운드를 내거든. 외국처럼 한 밴드를 책임지는 음향 엔지니어가 있는 시스템이 부러워.

세버 :음악을 시작한 지 8년째인데 음향 시설이나 기술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아. 옛날에도 잘하는 음향팀은 잘했고 지금도 그 팀만 잘하고 있지. 상향평준화가 안 됐어.

허첵 :지역 축제를 하다 보면 음향 시스템이 안 좋아서 라이브로 공연을 해도 소리가 찢어져 나올 때가 있어. 관객 중엔 분명 처음 밴드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음악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면 다음부터 밴드 음악 듣는 게 싫을 거 아냐.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밴드 음악이 발전할 수 있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할 땐 아쉽지.

헤비포터 :우리나라는 단독 공연보다 페스티벌 쪽으로 공연 문화가 발전하다 보니 사람들이 페스티벌에서 한 번 본 밴드의 공연은 잘 안 보려고 해. ‘이 밴드 유명한 노래는 들었고 공연 한 번 봤으니 됐어’ 하는 식이지. 그래서인지 페스티벌에서 환영받는 밴드도 앨범 내고 단독 공연하면 의외로 사람들이 안 오거든. 페스티벌뿐 아니라 단독 공연도 많이 찾아가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면 음향 시스템도 좀 발전하지 않을까.



Self-confidence[자신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신감을 잃기 쉽지. 슈퍼키드는 경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헤비포터 :경쟁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라고 생각 안 해. 원시시대부터 경쟁은 있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경쟁의 양상이야. 못하는 것을 없애는 데에만 집중돼 있으니까. 잘하는 걸 더 잘하려는 생각은 안 하거든. 뽀로로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와. 뽀로로가 새처럼 날지 못해서 슬퍼하거든. 근데 나중에 친구들이 도와줘서 날아다녀, 바닷속에서. 뽀로로는 원래 바다에선 잘 날 수 있는 아이인데 계속 하늘만 보고 있으니까 스트레스를 받은 거지. 그게 꼭 우리의 모습 같아.

허첵 :어머니들이 어릴 때부터 아이가 못하는 것도 ‘잘해야 된다’ 하면서 계속 시키니까 점점 더 그렇게 되지.

세버 :드라마가 사람들을 다 버려놨어.(웃음) 거기 나오는 애들은 도대체 빠지는 데가 없잖아.

허첵 :선진국에서는 남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하고 비교한다고 하더라. 과거와 비교해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는 거지.

세버 :슈퍼키드만의 특징이 있다면 그것 같아. 남하고 비교를 안 해. 우리의 옛날과 많이 비교하지. 예전보다 이번이 더 나아졌나? 그 생각만 하는 거야.
슈퍼키드 “우린 남과는 비교 안 해, 우리의 과거와 비교하지”
Superiority[우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허첵 :주변을 보면 스펙 잘 쌓아서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도 자기가 진짜 좋아해서 하는 일이 아니면 다들 힘들어 하더라. 돈도 많이 버는데 5~6년쯤 지나면 일을 그만두려고 해. 걔네들은 내가 그렇게 부럽대. 나는 지들이 부러운데.(웃음) 중요한 건 자기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겠다 싶은 일을 찾는 거야. 돈 많이 준다고 행복해하는 건 한 번도 못 봤어.

슈카카 :우리 사회의 구조 자체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너무 늦게 깨닫도록 돼 있다는 것이 안타깝지. 고등학교 때까진 입시 걱정하고 대학에 가면 취업 걱정하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을 시간이 없는 거야.

세버 :조금 현실적인 얘기를 해볼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는 건 그렇게 멋진 일만은 아니라고 봐. 그게 멋있어 보인다면 그렇게 성공한 사례만 봤기 때문이겠지. 물론 누구나 일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게 아닌가 보다, 좋아하는 일을 했어야 되는데’ 생각할 거야. 그런데 좋아하는 일도 노력은 해야 돼. 특히 그것이 직업이 된다면 좋아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거든. 그 일이 정말 내가 할 일인지, 아니면 그저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은 마음에, 혹은 ‘용기 있다, 멋있다’는 말에 취해서 서툰 결정을 내린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헤비포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매일 아침 모닝콜로 하는 것과 똑같아. 아주 좋아하는 노래지만 그 노래를 들으며 일어나는 매일 아침이 행복할 순 없겠지. 그러니까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는 뜻이야.

세버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기가 마음 쏟을 수 있는 탈출구가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어. 스포츠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자기만의 진짜 취미를 만들어놓는 거지. 그러면 일을 하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 한숨 돌릴 수 있고, 또 좋아하는 일에 열성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두 방면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슈퍼키드 “우린 남과는 비교 안 해, 우리의 과거와 비교하지”
Springtime[봄철]
인생의 봄을 보내고 있는 20대들에게 한마디.

슈카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당연히 있기 마련인데 그게 두려워서 무언가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더라. 잃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따만큼’ 잃고 얻는 건 ‘요만큼’뿐이더라도 그것에 의미를 두고 나아가는 것도 결국 발전하는 길이니까.

세버 :어떤 일을 하다가 실패하면 손가락질 받을까봐 겁내는데 스무 살부터 서른 살이 되는 기간은 절대 짧지 않거든. 죽어라 하다가 ‘안 되겠다’ 하고 중도 포기해도 쪽팔릴 거 없어. 그때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나이니까.

허첵 :맞아.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평균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웃음) 너무 조급해하지 마.
슈퍼키드 “우린 남과는 비교 안 해, 우리의 과거와 비교하지”
슈퍼키드 “우린 남과는 비교 안 해, 우리의 과거와 비교하지”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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