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아서 한잔, 기분 나빠서 한잔, 오랜만에 만나서 한잔, 심심해서 한잔…. ‘어라, 내 이야기 아냐?’ 싶은 이가 꽤 많으리라. 대학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바로 술이다. 수업 끝나면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치고, 바쁘면 바쁜 대로 짬을 내 술을 마시고… 여기에 9월 개강이라는 좋은 핑계까지 생겼다. 개강파티, 환영회 등 앞으로 술 마실 기회가 쭈욱 펼쳐진다.

우리, 이렇게 마셔도 좋은 걸까. 과음으로 병원에 실려 가거나 사망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데, 이렇게 계속 마셔도 되는 걸까. 선배가 주는 술잔은 무조건 비워야만 할까. 사발식은 전통을 위해 지켜져야만 하는 것일까. 이 쉽지 않은 명제를 풀기 위해 요즘 대학생이 어느 정도로 술을 마시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대학생 음주 실태 조사] 2학기에도 퍼마실 거야? 그럴 거야?
[대학생 음주 실태 조사] 2학기에도 퍼마실 거야? 그럴 거야?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음주 횟수나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평소 술을 얼마나 마시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8%가 ‘1주일에 2~3번’이라고 답했다. 또 28%는 ‘1주일에 1번’, 20%는 ‘1주일에 4~5번’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10명 중 6명가량이 1주일에 2~5번의 음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8%는 ‘거의 매일’이라고 답했다.

물론 남녀의 차이는 있었다. 남학생은 ‘1주일에 3~4번(38%)’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은 반면, 여학생은 ‘1주일에 1~2번’이라는 응답이 64%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남녀 모두가 음주 후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때문에 수업에 지장 있었던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남학생 82%, 여학생 66%가 ‘예’라고 대답한 것.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대학생은 1주일에 1회 이상 술을 마시며, 절반 이상이 음주 후 학교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적이 있는 셈이다.



남학생 82% ‘음주 때문에 수업에 지장 있었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한국 대학생은 ‘부어라 마셔라’ 수준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단순히 술이 좋아서 마시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술을 마시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친목 도모를 위해’라고 답했다. 32%는 ‘학교 행사 때문에’라고 답했고, 23%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라고 밝혔다. ‘술이 좋아서’라고 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원만한 학교 생활과 인맥 관리를 위해 술자리에 참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응답자의 34%가 ‘선후배와 술을 마신다’고 답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학생 음주 실태 조사] 2학기에도 퍼마실 거야? 그럴 거야?
적절한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음주는 언제나 좋지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지난 2010년에는 학교에서 신입생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해 20세 여학생이 죽음에 이른 사건이 있었고, 작년에는 경북 청도군에서 MT 중 음주로 대학생 1명이 사망한 사건도 일어났다.

과도한 음주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술 때문에 수업에 소홀히 임하거나 결석하면 결국 스스로에게 치명타가 된다. 술값 때문에 생기는 경제적 손실이나 건강 문제도 가벼운 게 아니다.

결국 대학생들 스스로가 음주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선 자신의 주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스스로 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자신과 약속을 해보는 건 어떨까.



<조사 개요>

조사대상 : 서울 지역 대학생 1~4학년 100명(남 50명, 여 50명)
조사방법 : 성균관대, 명지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 총 4개 대학 도서관 주변에서 설문지 배포
조사시기 : 2012년 7~8월



새 학기엔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거야!

“가끔 날 잡아서 폭음을 하는 음주 습관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다음 날 일정이나 몸 상태를 감당하지 못했다. 고학번이 된 후부터는 상대방에게 술을 강권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새 학기부터는 다음 날 일정이나 몸 상태를 고려하고,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유쾌하게 즐기는 술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 신진아(서경대 국제비지니스어 3)



“다가오는 새 학기는 술 좀 그만 먹자. 술 마시는 시간에 다른 여가생활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즐기자. 다소 자신 없지만 이런 다짐을 해본다!” 최기황(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2)



“체대에 다니다 보니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마시면 들이붓곤 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2학기부터는 술을 줄이고 운동해서 건강을 챙길 것이다.” 윤보송(국민대 체육 3)



글·조사 최새롬 대학생 기자(한양대 국어국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