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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별별 시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상품과 인정이 오고가는 시장만 있는 게 아니다. 예술가들이 직접 작품을 팔 수 있도록 만든 시장이 있는가 하면, 전통시장의 바탕 위에 문화가 더해져 새로운 명소로 거듭난 시장도 있다.
고정 관념을 깨주는 신선한 시장, 명동 명랑시장과 광주광역시의 대인시장으로 떠나보자.

서울 명동 명랑시장
도심 속 예술텃밭

홍대 앞 놀이터에서 태동한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명동에서도 둥지를 틀었다. 외환은행이 명동 본점 뒤편의 아담한 공간을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다며 먼저 제안한 게 첫걸음.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는 도심 속에 새로운 문화예술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명랑시장을 시작했다.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명랑시장은 ‘명동의 낭만’의 줄임말. 이름만큼이나 장소도 낭만적이다. 높디높은 고층 건물 사이에 있는 작은 광장은 일요일이면 테이블과 샛노란 파라솔로 단장하고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명랑시장의 주인공은 다양한 예술 분야의 창작자와 창의적인 활동가, 그리고 시민들.

서로 소통하며 작품을 매개로 웃음 가득한 대화가 오고간다. 상근활동가 김도현 씨는 “창작 활동을 통한 작품 생산, 그리고 대안적인 소비문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면서 “명랑시장은 도심 속 작은 예술텃밭인 셈”이라고 말했다.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창작자·시민이 시장의 주인공

명랑시장은 매주 일요일에 선다. 다른 시장과 달리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명주실에 매듭을 짓고 나무조각품을 끼워 나만의 팔찌를 만들 수 있는 ‘꼼지락공장’, 개성 있는 휴대폰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에즈비’ 등 명랑시장에 입점한 생활창작공방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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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명랑시장에 참여하는 작가들도 이곳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꼼꼼한 솜씨의 퀼트 작품을 내놓는 작가 퀼트하마 씨는 “홍대 프리마켓이 독창성과 예술성을 우선시한다면 명랑시장은 작품 완성도까지 고려한 작품을 내놓는다”라고 말하며 “명랑시장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더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명랑시장에서는 청각적 만족도 얻을 수 있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하는 ‘모모 스테이지’가 흥겨움을 더해준다. 자작곡 세 곡 이상을 연주하는 아티스트가 참여할 수 있는 이 공연장은 시장의 모든 이가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높은 빌딩들이 둘러싼 구조 덕에 별다른 음향기기 도움 없이도 음악이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화려한 기술과 뛰어난 노래 실력이 없어도 공연에 참가할 수 있다고. 공연에 참가한 아를 씨는 해맑게 웃으며 “시민들의 호응에 감사하다.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명랑시장 cafe.naver.com/myeonglang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가는 길

2호선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에서 내려 직진하면 외환은행 본점이 나온다. 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나타나는 명랑시장.




광주 대인동 대인시장
전통시장, 새 생명을 얻다

지난 2008년 예술가들이 대인시장으로 모여들었다. 빈 점포를 작업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복덕방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벽화가 그려지고 간판이 예술의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대인시장은 ‘대인예술시장’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몰라보게 발전했다. 2009년부터는 문화관광체육부와 광주광역시청이 추진 중인 ‘아시아 문화예술 특화지구 활성화’ 사업에 힘입어 약 100명의 작가가 시장에 둥지를 틀었다.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대인시장은 ‘삶과 예술을 이어주는 시장’이다. 상인들, 작가들, 그리고 소비자가 대인시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시장 공간을 배경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과 예전의 화려했던 시장 풍경을 되찾고 싶은 상인들, 그리고 예전 정취와 예술을 느끼려는 시민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방안이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대인 야시장은 오감만족 축제의 장

광주 동구 대인동과 계림동의 경계에 위치한 대인시장은 겉보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한산한 재래시장이다. 하지만 그 속은 여느 시장과 사뭇 다르다. 작가들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예술 야(夜)시장에서는 대인시장 상주 예술가의 작품을 판매하고 전시회를 한다.

예술시장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느티나무숲’은 시민들에게도 핸드메이드 상품, 먹을거리, 중고물품을 판매하도록 기회를 준다. 대학생 참가자 JO. TRIO 씨는 “수공예 작품을 여러 사람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여서 대인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을 판매할 마차와 테이블도 대여해준다.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야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볼거리다. 예술작품 판매와 수제 상품, 먹을거리뿐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 체험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가에게 전시장을 무료 분양하는 한평갤러리도 있다. 창작 작업과 전시가 연동될 수 있는, 변화하는 갤러리를 조성하는 것이 분양 조건의 전부다.

시장 골목 곳곳에서는 노래, 악기 연주, 연극, 퍼포먼스 등 장르 제한이 없는 각종 게릴라 공연이 펼쳐져 흥을 돋운다. 시민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도심 속 작은 축제인 셈이다. ‘느티나무숲’은 10월까지 야시장을 총 여섯 번 개장할 계획이다. 3~4째 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진행되며, 광주비엔날레 기간인 9월에는 2주 간격으로 진행한다. 느티나무숲의 김미송 씨는 “광주를 찾는 관광객이 대인시장의 진면목을 볼 수 있도록 야시장을 자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명동의 낭만 ‘명랑시장’& 광주의 예술 중심 ‘대인시장’
대인시장 문화예술인협의회 ‘대소쿠리’ cafe.naver.com/di2010socool

가는 길

금남로4가역 3번 출구에서 내려 직진하다가 사거리에서 우회전. 농협은행 못 미쳐서 우회전하면 왼쪽에 보이는 대인시장.


글·사진 이시경 인턴 기자 ckyung@kbizweek.com·김미소 대학생 기자(전남대 경제 3)·김대호 대학생 기자(광주대 사진영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