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 서울 왕십리 CGV 극장 4관에서는 곽경택 감독의 새 영화 ‘미운오리새끼’ 시사회가 열렸다. 곽 감독은 영화 ‘친구’를 비롯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대표적인 스타 영화감독.

동성제약이 주관한 이번 시사회는 1시간 35분의 영화 시사 후 곽 감독과 관객들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20~50대에 이르는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고, 곽 감독은 시종 유쾌하고 성실하게 대답에 임했다.

“어리숙한 데뷔작을 찍었을 때의 기분”이라며 멋쩍어하던 곽 감독은 대화가 진행되면서 청년 관객의 멘토를 자처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TV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곽 감독에게 발탁돼 이번 영화의 주연을 맡은 김준구 씨(낙만 역)는 “언제나 꿈을 품고 사는 오리가 되길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Q. 제목을 ‘미운오리새끼’로 지은 이유는?

A. 주인공 전낙만은 가장 말단인 이발병으로 들어갔던 옛날의 내 모습이다. 그때 고생하던 내 모습이 미운오리새끼 같았다. 백조가 될 꿈을 꾸었다는 게 아니라 가능성조차도 꿈꾸지 못했던 밑바닥이었다는 거다. 요즘 젊은 분들도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는데 여러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자신감을 가져라.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Q. 영화에서 어필하고 싶었던 부분은?

A. 영화의 배경인 20여 년 전 군대는 민주화되지 않아 말 그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였기 때문에 부조리에 대해 늘 고민했었다. 영화에서 누명 쓰는 캐릭터인 ‘행자’에게 동병상련을 느꼈고 그것을 어필하고 싶었다. 삶에서 억울한 점이 있는 분들이 위로받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Q. 영화에서 영창이 나오는데 수감자들을 불쌍하게 묘사했다.

A. 나도 만들면서 죄지은 사람에게 동정심이 들게 해도 되나 고민했다. 그러나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보니 재소자, 나, 나를 괴롭혔던 상사들이 다 불쌍한 사람들이었다. 당시 분위기 때문에 억압받고 출세를 위해 자신을 팔아야 했던 사람들. 혈기왕성한 나이에 젊은 시절을 바친 이들에 대한 동정의 표현이었다.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Q. 의과대학을 다녔다고 들었다. 그대로 다녔으면 평탄했을 텐데 감독의 길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A. 의사였던 아버지의 바람이었으나 무엇보다 공부가 나와 맞지 않았다.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자 자신감도 잃어갔다. 이대로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처음에 반대하셨던 아버지도 얼마 전 “부럽다”고 하시며 “너처럼 다이내믹하고 뭔가 창조하면서 사는 삶이 값어치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의사 면허증조차 따지 않고 한 길을 포기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삶의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에게 한마디 하자면, 다른 사람이 쉴 때 좀 더 열심히 하는 게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좋아하고 미치는 일이어야 한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 나는 고생하는 가운데 행복하다. 행복한 것과 잘사는 것은 다르며 사람은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현장 스케치] 영화 '미운오리새끼'시사회 “세상에 뛰어들기, 두려워하지 마!”
Q. 영화의 배경은 군대라는 상명하복의 수동적 공간이다. 요즘 대학생들도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대학생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처음 영화판에 뛰어들었을 때 학연·지연·혈연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공포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먼저 차와 밥을 사면서 다가가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이 세상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잘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나아가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이 많을 것이다. 영화 끝에 나오는 내레이션인 “세상에는 나보다 억울한 사람이 많다”라는 대목에 이런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글 이시경 인턴 기자 ckyung@kbizweek.com│사진 이승현 대학생 기자(숭실대 경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