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쓴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 당신의 사진을 보고 미지의 세계를 꿈꾸고 내일을 계획하기도 할 것이다.”(박동식 여행 칼럼니스트)

여행작가는 글과 사진으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 파장을 일으키는 직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소수뿐인 직업이라 그 속모습을 잘 아는 이가 드물다. 유명 여행 사진 블로거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전영광 작가와 함께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지상 멘토링] 여행작가 “세계를 산책하듯 거닐지만 감수할 어려움도 많아”
전영광 여행작가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졸업
‘10인 연맹’ 소속 사진작가
2009~2011 네이버 파워블로거(blog.naver.com/gloriousld)
개인전 ‘파리는 사랑이다’ 개최(2012년 6월 30일~7월 31일)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사진 찍고 글 쓰는 사람, 여행작가. 이 낭만적인 직업은 하루하루 쳇바퀴 돌 듯 사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누구나 한 번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내 다시 치열한 삶 속으로 돌아가곤 한다. 너무나도 먼 현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여행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전영광 작가도 예전에는 그랬다.

“중학생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지만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확신은 없었어요. 대학생이 되어 도서관에서 여행 잡지를 보다가 문득 여행 다니며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상 멘토링] 여행작가 “세계를 산책하듯 거닐지만 감수할 어려움도 많아”
그러나 세상사는 마음을 먹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다. 여행 잡지의 사진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워낙 극소수인 데다 신입을 뽑는 곳이 거의 없었던 것. 전 작가는 방향을 틀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부터 찾아나섰다.

“사진 알바를 시작했어요. 돌 사진도 찍고 웨딩 사진도 찍었죠. 차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학교 홍보 사진을 찍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더군요. 점점 일의 범위가 확대된 셈이에요. 급기야 사진 촬영에 관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았어요. 비슷한 시기에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많은 이가 주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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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세계 곳곳의 사진들로 가득한 그의 블로그 ‘이니그마의 사진여행’은 8000명이 넘는 팬이 구독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블로그가 인기를 얻으면서 전 작가의 활동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사진’이 전문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요즘 그는 각종 여행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여행사 등과 손잡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 다양한 매체에 사진과 원고를 기고하며 개인전을 여는 등 다각도로 활동하고 있다.
[지상 멘토링] 여행작가 “세계를 산책하듯 거닐지만 감수할 어려움도 많아”
“어떤 경우에도 기대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 블로거이자 세계 곳곳을 산책하듯 다니는 그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이란 게 있을까.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은 어떤 게 있을까. 그는 “최고여야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소속이 없는 사람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확실하게 뛰어난 것이 있어야 살아남아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 안 해도 되니까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죠. 회사에 소속된 것보다 더 큰 실력과 성과를 내야 일을 잡을 수 있죠.”
[지상 멘토링] 여행작가 “세계를 산책하듯 거닐지만 감수할 어려움도 많아”
직업상 피할 수 없는 부담감도 있다고 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상황이 일어나는 모든 순간에 사진을 먼저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나 스스로 즐기는 것이 우선이 아니죠. 늘 여행을 다니니 얼마나 좋을까 싶겠지만 사실 머릿속의 반 이상은 여행지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를 고민합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 그는 “프로는 상황이 아무리 열악해도 남들과 같거나 나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풍경 사진을 찍을 때 날씨가 아무리 좋지 않더라도 기대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이 존재한다는 것.
[지상 멘토링] 여행작가 “세계를 산책하듯 거닐지만 감수할 어려움도 많아”
여행작가로 산다는 것이 이러한 정신적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묶인 곳 없이 자유로운 대신 감수해야 할 것이 많다. 그중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간과할 수 없다.

“불규칙한 생활 리듬이 가장 큰 단점이죠. 여행에서 돌아오면 일상에 적응하기까지가 여행한 기간만큼이나 걸려요. 시차 적응이라는 것은 결국 생활 리듬이 돌아오는 시간을 말하잖아요. 반대로 다른 나라에 가서 다른 문화를 만나면 또다시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죠. 생소한 문화를 접한 경우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체력을 써야 해요. 적응이 힘들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도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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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러 가는 여행 vs 일하러 가는 여행

여행작가를 동경하는 이는 대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 바로 ‘재미있게 놀다가 사진 찍고 글 써서 제출하면 끝 아니야?’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여행작가에게는 순수한 여행이라는 게 없다. 남들처럼 스트레스 풀고 즐기러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 장소에서 어떻게 즐기는지를 보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여행을 가더라도 보는 시각이나 관심사가 전혀 다르다.

“수상스포츠로 유명한 휴양지에 갔다고 가정해보죠. 여행객들은 수영하고 다이빙하고 뱃놀이를 즐기면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죠. 반면 여행작가는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야 해요. 자신이 즐기기 위해 그곳에 간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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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작가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간혹 무모한 도전도 해보라”고 말했다.

“맨땅에 헤딩하듯 여행작가의 세계에 입문했어요. 여행 잡지 사진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길이 없다는 걸 알고 다른 방법을 강구한 것이죠. 자신을 믿고 원하는 꿈을 향해서 달려갔더니 또 다른 길이 나왔어요. 제가 대학생 때 꿈을 위해 사진을 밀어붙였듯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모하게 도전해보는 것도 대학생의 특권이 아닐까요?”
[지상 멘토링] 여행작가 “세계를 산책하듯 거닐지만 감수할 어려움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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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에게 궁금한 점

Q. 의사소통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나.

A. 홀로 외국어 공부를 많이 한다. 세계 곳곳을 가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외국어 실력이 중요하다. 소통하는 만큼 깊이 있는 사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통 없는 사진은 그저 ‘인증샷’에 불과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역이 많지만 비영어권 국가도 다녀야 한다. 간단한 의사소통을 위해 스무 마디 정도 준비하면 큰 불편함이 없다. 키 큰 외국인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다가오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유창한 실력보다는 마음을 표현하려는 열정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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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직업을 병행할 수 있나.

A. 프리랜서의 특징 중 하나가 수입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또 여행을 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보통 다른 장르의 사진이나 글쓰기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쪽에 더 재능이 있는 여행작가는 웨딩 사진이나 화보 같은 장르의 촬영을 병행하고, 글 쪽에 재능이 있는 경우에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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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행작가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소양을 꼽는다면.

A. 첫째 디테일에 관한 집착. 이것은 모든 예술가에게 필요한 소양이다. ‘적당’에 만족하지 않아야 한다. 똑같아 보이는 사진도 90%는 같지만 10%의 디테일이 다르다. 남들만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인내심. 사진이 찍히는 순간은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사진을 위해 준비하는 기간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일이 될 수도 있다. 순간을 찍기 위한 몇 시간의 기다림도 필수다.

셋째 피사체에 대한 애정. 세상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는 직업인 만큼 세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무엇을 찍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시선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보다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필요하다.
[지상 멘토링] 여행작가 “세계를 산책하듯 거닐지만 감수할 어려움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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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봉 수준은 얼마나 되나.

A. 큰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할 수 없다. 아직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예술 분야가 그렇듯 돈이 안 되는 직업인 셈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고객층이 항상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객이란 내 사진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 일을 이어나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고객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글 장유정 대학생 기자(부산대 불어불문 2)
사진제공 전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