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켐프(조니 뎁)는 카리브해 연안 푸에르토리코의 지역 신문 기자로 취직한다. 그는 동료 살라(마이클 리스폴리), 모버그(지오바니 리비시)와 함께 매일 럼주나 퍼마시고 별자리 운세 기사를 쓰는 무위도식의 나날을 보낸다.

부동산 재벌 샌더슨(아론 에크하트)이 불법 리조트를 위한 기사를 청탁하면서 켐프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사실 켐프는 리조트 기사보다는 샌더슨의 여자친구 셔넬(엠버 허드)에게 더 관심이 많다.
[영화] 분노와 잉크가 결합된 글쓰기 럼 다이어리
헌터 S. 톰슨은 ‘객관적인 보도 태도를 버리고 취재 대상에 적극 개입하고 주관을 드러내는 글쓰기…공격적인 게릴라 양식의 글쓰기’(소설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 해설 중에서)를 선보인 ‘곤조 저널리즘’의 창시자다.

그가 저널리스트로 명성을 얻기 전인 22세 때 썼던 소설 ‘럼 다이어리’는 세상의 부조리와 탐욕에 대해 분노하는 젊은 시절의 열정으로 뜨겁다. 사실 ‘럼 다이어리’에는 저널리스트로서 겪어야 하는 양심적 고뇌라든가 일생일대의 야심찬 승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켐프는 라틴 아메리카를 갉아먹는 미국 백인들의 탐욕에 분노하고 보수적인 냉전 분위기를 전파하기에 여념 없는 리처드 닉슨 같은 정치가를 혐오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기사로 풀어내기에는 은행의 돈줄과 광고에 목매는 언론사의 열악한 구조가 발목을 잡고, 그 생각을 영혼의 목소리로 소설화하기에는 아직 영감이 부족하다.

한때나마 셔넬과 샌더슨을 보며 편안한 상류층 삶의 편입을 몽상하기도 하지만 결국 켐프가 돌아오는 곳은 자신이 원했던 삶, 즉 ‘분노와 잉크가 결합된 글쓰기’의 그 자리다. 저널리즘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를 반영하는 영화의 분위기가 사뭇 낭만적이다.
[영화] 분노와 잉크가 결합된 글쓰기 럼 다이어리
어딘가 나사 풀린 듯한 폴 켐프의 태도를 보고 ‘캐비리안의 해적’ 시리즈의 잭 스패로우 선장이 연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조니 뎁이 독립영화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청춘 시절이 더 많이 떠오른다. ‘베니와 준’ ‘돈 쥬앙’ ‘아리조나 드림’ 등 90년대 초중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현실과 환상 사이에 어정쩡하게 발을 걸치고 있는 열정적인 몽상가의 조니 뎁 말이다.

조니 뎁은 실제로 헌터 S. 톰슨의 절친한 벗이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에서도 주연으로 등장했고 톰슨의 사후 제작된 ‘럼 다이어리’에선 출연뿐 아니라 제작자 역할까지 도맡았다.






본 레거시
감독 토니 길로이 출연 제레미 레너, 에드워드 노튼, 레이첼 와이즈
[영화] 분노와 잉크가 결합된 글쓰기 럼 다이어리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너)는 국방부에서 극비리에 진행 중인 아웃컴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받은 최정예 요원이다. 그러나 또 다른 요원 제이슨 본에 의해 CIA 극비 프로그램 트레드스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자 아웃컴 프로그램 역시 위험에 처한다. 프로그램 수장 바이어(에드워드 노튼)는 각국의 1급 요원들은 물론 아웃컴 프로그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연구원 마르타(레이첼 와이즈)까지 제거해 모든 증거를 없애려 한다.



피에타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영화] 분노와 잉크가 결합된 글쓰기 럼 다이어리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롭게 자라온 그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불쑥 찾아온다. 여자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혼란스러워하는 강도는 차츰 그녀에게 무섭게 빠져든다. 어느 날 여자가 사라지고, 곧이어 그와 그녀 사이의 잔인한 비밀이 드러난다. 8월 29일 개막하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된 화제작.



메리다와 마법의 숲
감독 마크 앤드류스, 브렌다 채프먼 목소리 출연 켈리 맥도날드, 빌리 코널리, 엠마 톰슨
[영화] 분노와 잉크가 결합된 글쓰기 럼 다이어리
[영화] 분노와 잉크가 결합된 글쓰기 럼 다이어리
메리다(켈리 맥도날드)는 스코틀랜드 왕국의 퍼거스 왕(빌리 코널리)과 엘리노어 여왕(엠마 톰슨)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그녀는 자존심이 세고 제멋대로지만 활쏘기의 명수기도 하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딸을 염려한 엘리노어는 남편감을 선택할 것을 강요하고, 메리다는 마녀를 찾아가 엄마의 마음을 바꿔달라고 부탁한다. ‘토이 스토리 3’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픽사의 최신작.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