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1965년생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91년 금강기획,
1996년 금강기획 애니메이션 사업팀
2001년 아이코닉스 설립
2003년 ‘뽀로로와 친구들’ 출시
2010년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현)
소규모 창작 그룹까지 포함한다면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기업은 200개가 넘는다. 하지만 그중에서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만을 고집하는 곳은 흔치 않다.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 자체도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즉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이유는 빤하다. 그만큼 자본과 시간,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어렵게 투자해 만든 작품도 흥행이 되지 않는다면 다음 작품은 언감생심이다.
아직은 열악한 수준인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도 독보적인 존재는 있다. ‘뽀로로와 친구들’이라는 메가 히트작을 탄생시킨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다. 지난 2001년 설립돼 뽀로로가 탄생한 2003년부터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34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엄청난 성과다. 현재 뽀로로 관련 라이선스 제품만 170개사, 1700여 종에 이르고 캐릭터 관련 상품 시장의 규모는 한 해 6000억 원 정도로 짐작하고 있다. 아이코닉스가 ‘애니메이션 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이유다. ‘뽀로로와 친구들’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1.9등신’ 몸매를 자랑하는 펭귄 뽀로로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다. 잘나가는 광고회사에서 일했던 ‘광고쟁이’는 만 10년이 되던 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터라 사장이 만류할 정도로 어렵던 시절이었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놓아버릴 순 없었다. 결국 퇴사를 말리던 사장에게 투자까지 받아내며 창작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잡앤조이: 유망한 광고회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바꾸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종일 대표: 금강기획이란 곳에서 자동차회사 광고 AE로 일했어요. 애니메이션 일도 1995년부터 해왔고요. 광고주를 위한 일보다 내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엔드유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어요. 결국 대중문화 콘텐츠였죠.
잡앤조이: 영화, 드라마, 음악 같은 장르가 애니메이션보다 유리하단 생각은 없었나요.
최종일 대표: 기존의 콘텐츠는 이미 산업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었어요. 애니메이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죠. 당시만 해도 창작 애니메이션은 걸음마 수준이었거든요. 외국 작품의 하청이 주류를 이뤘죠. 전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의 가장 큰 하청시장이 바로 한국이에요. 바꿔 말하면 ‘인프라는 있되 창작력이 없는 상태’였죠.
잡앤조이: 창립 초기부터 성공 가도를 달리시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최종일 대표: 외환위기 직후라 어려움이 많았죠. 금강기획에서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애니메이션 팀을 접으려던 판에 ‘회사를 세우겠다’고 하니 다들 황당해하는 분위기였어요. 사장님께 ‘투자의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더니 말없이 웃기만 하시더군요.
결국 사람을 믿고 투자해주셨죠. 초기에 금강기획에서 만든 작품들은 솔직히 제 이름을 걸기 부끄러운 수준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작품을 보는 눈과 사업적인 감각에 눈을 뜰 수 있었어요. 취약점을 수정해가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잡앤조이: 뽀로로를 기획하신 과정이 너무 궁금해요.
최종일 대표: 일본 애니메이션은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예요. 미국이나 유럽은 에듀테인먼트, 즉 재미와 교육을 함께 추구하죠. 우리도 우리 것을 만들어보자 결심했어요. 일본, 미국, 유럽과는 다른 우리만의 유아용 애니메이션이었죠. 사람이 주인공인 경우에는 인종, 문화 등 금기시되는 소재가 많아요. 그래서 동물 캐릭터를 생각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리스트업했죠.
잡앤조이: 여러 동물 중 펭귄을 낙점하신 이유는 뭘까요.
최종일 대표: 그것도 재미있는 에피소드인데, 웬만한 동물은 하나같이 유명 캐릭터가 있었어요. 1순위부터 내려가다 보니 펭귄까지 간 거죠. 영국의 ‘핑구’라는 작품이 이미 유명했는데, 핑구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가족 얘기였어요. 뽀로로는 3D에 모두 다른 동물들이 등장하는 차별점을 뒀죠. 2001년 12월에 첫 기획을 하고 반년 후 펭귄으로 결정했어요. 그 뒤 또 반년이 지나 뽀로로 캐릭터가 완성됐고요.
잡앤조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신다고 들었는데, 요즘도 그런가요.
최종일 대표: 시나리오의 90%는 제 몫이에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장르적 특성을 이해해야 하고, 다음으로 유아들의 세계와 놀이문화를 이해해야 하죠. 작가들에게만 맡겼을 경우 저만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야행성이라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작업해요. 대신 출근은 10시 반쯤으로 조금 늦죠. 좋으니까 하는 일이지 야근을 강요당했다면 벌써 말라 죽었을 거예요.
잡앤조이: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애니메이션 산업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최종일 대표: 일반적인 의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우 제약이 많죠. 사람이 처한 환경, 생각, 행동에 따라서 달라지게 마련이거든요. 반면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은 100% 통제가 가능해요.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 야외 로케이션 때 배우의 컨디션, 날씨, 기온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죠.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의 표정, 움직임, 심지어 배경까지 컨트롤할 수 있어요. 캐릭터의 생명력을 어떻게 매니지먼트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 거죠. 잡앤조이: 이웃인 일본과 미국과의 경쟁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최종일 대표: 전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의 양대 산맥은 일본과 미국이에요. 미국은 주로 극장용 작품을 메이저 제작사가 만들죠. 일본은 TV용에 경쟁력이 있고요. 일본은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의 노하우도 있지만 원천적인 힘은 만화에서 나와요.
원작의 강력한 힘이 리소스 역할을 하는 거죠. 한국은 달라요. 만화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움직여요. 10년 전을 생각해보세요. 다들 만화책을 봤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만화보다는 모바일 게임을 즐기죠.
플랫폼이 바뀌면서 일본 만화시장도 위축되고 있어요. 기술·환경의 변화가 오히려 우리에게는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어요.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큰 회사들도 한국을 경계하기 시작했죠.
잡앤조이: 뽀로로 이후 다른 작품들의 성과는 어떤가요.
최종일 대표: 2010년 8월에 론칭한 ‘꼬마버스 타요’는 이미 뽀로로 매출의 40%까지 따라왔어요. 뽀로로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보다 성장할 것으로 확신해요. 이전의 ‘치로와 친구들’도 상당한 성과를 남겼고요.
8월 말에 ‘요리공주 루피’라는 제목으로 뽀로로 신작이 나왔어요. 뽀로로 친구들이 한식을 먹게 해달라는 네티즌들의 청원 덕분이죠.(웃음) 뽀로로가 한국 방문의 해 홍보대사라 한국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도 준비 중이에요. 이후 시즌5가 나오고, 타요도 시즌3이 나와요. 그 즈음해서 새로운 작품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잡앤조이: 채용 과정이 궁금해요.
최종일 대표: 정기적인 신입사원 공채는 없고요, 그때그때 수시채용을 진행해요. 수시로 홈페이지 채용 코너를 확인해보셔야 하죠. 밖에선 캐릭터 디자이너나 애니메이터만 생각하기 쉽지만 애니메이션 기획, 시나리오·콘티 작가, 캐릭터 디자이너, 마케팅 매니저, 해외 마케팅,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죠.
작가들은 문학적 소양이 필요하고, 마케팅은 경영·경제 전공자가 유리하겠죠. 전공과 관계없이 정말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잡앤조이: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만의 특별한 채용 기준이 있나요.
최종일 대표: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식과 관심은 기본이죠. 그 다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열정이에요. 소위 전문직은 샐러리맨의 마인드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어요. 힘든 일이 많죠.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이걸 꼭 해야 해’ 생각하는 사람을 원해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사람의 관심과 열정에 따라 큰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하죠. 크리에이티브한 일들이 대개 그래요. 시나리오 한 번만 읽어봐도 고민을 많이 했는지 아닌지 한눈에 알 수 있죠. 대학생 기자 후기
이규현 기자(을지대 의료경영 3)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최종일 대표님과의 만남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캐릭터 엔터테인먼트라는 분야의 가능성을 알게 됐다는 점이에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이 분야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고, 앞으로 진로를 정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값진 시간이었어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캐릭터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어 가는 최종일 대표님. 항상 고전문학을 가까이 두고 영감을 얻는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를 만드는 얼굴이 동심을 닮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재밌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기에 언제나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대표님의 말씀도 인상 깊었고요. 회사 입구에 써 있는 말 ‘Creative Fun!’ 이제부터 저도 Creative Fun입니다!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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