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찬 ‘꿈은 스스로 길을 만든다’

미국 교육부는 해마다 IIPP(Institute for International Public Policy)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외교관’을 양성한다. 단순한 정부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대학생 중 매년 30명 안팎의 소수 인원만을 선발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인 셈이다.

IIPP 펠로우십은 특히 히스패닉, 흑인, 동양인 등 다양한 유색인종 출신 미국인들에게 외교관이 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고, 장차 미국의 외교 관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외교관을 양성하기 위해 고안된 과정이다. 논문과 학교 당국의 추천서, 인터뷰, 동아리 활동이나 리더십 등 다양한 심사 기준을 충족시킨 극소수 인원만을 뽑는다.

현재 터키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성찬(25세, 미국명 John SungChan Choi) 씨 역시 IIPP 펠로우십에 선정된 ‘동양인’ 중 한 명이다. 교포 3세인 그는 보스턴대학교 국제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8년 프로그램 수혜자로 선정됐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의 정책연구 과정, 3학년 해외연수 및 정책연구 과정, 하계 집중 어학연수, 각국에서의 인턴십, 마지막 대학원까지 6년에 걸친 과정이 끝나면 필기시험(한국의 외무고시에 해당)을 면제받고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저자와의 만남] “마음속의 열정을 따라가세요”
한국계 최초로 IIPP 선발

최 씨는 IIPP 프로그램에 뽑힌 유일한 한국계 학생이다. 대학 내 다른 전공과는 달리 에세이와 인터뷰를 통해 따로 뽑는 것으로 유명한 보스턴대학 국제정치학과에도 합격했고, 한국어·영어·스페인어·터키어·아랍어·히브리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한다. 여기에 40만 달러에 이르는 미 정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으니, 소위 ‘엄친아’의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그가 펴낸 책 속에는 어떻게 공부해 대학을 가고, 학점은 어떻게 해야 잘 받을 수 있는지 같은 내용은 없다. 대신 이국에서 소수인종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차별과 가정사로 인한 고뇌, 가난 등 청소년기의 방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버지 없이 살았어요. 공허감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공부보다는 여자친구, 춤, 운동 같은 것에 열중했죠. 그러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를 알게 된 후부터는 공부가 제 본분이란 걸 깨달았어요.”

터키에서 인턴십 과정을 마치면 IIPP의 마지막 코스인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다. 최 씨는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 지역에 관심이 많다. 동양인의 외모가 미국인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중동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핸디캡이 아니라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걸 팔레스타인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의 ‘미국 50대 대통령’을 꿈꾸는 최 씨가 마음속에 항상 품고 사는 말은 ‘열정을 따라가라’는 것이다. 쉽고 편안한 길, 부모의 기대, 편안한 삶을 따라가기보다 자기 내면의 열정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뜻이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 외교를 선택하고, 터키와 팔레스타인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 나아가 미국 외교관의 꿈을 이뤄가는 것 모두 자신의 열정을 따라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그 일에 110% 최선을 다하세요. 높이 올라가는 게 비전이 될 수는 없어요. 열정과 프로세스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