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위로하는 책, 위로 가는 책


‘꼰대’, 우리말 은어로 늙은이, 혹은 학생들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입니다. ‘꼰대스럽다’는 말, 젊은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평가 중 하나죠. 무엇이든 자유로워야 하고 얽매이기 싫어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사사건건 지적질에 경직되고 소통 불가인 꼰대스러움은 ‘쿨하지 못해 미안한’ 기성세대들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나이를 먹어가니 예전에 꼰대 취급하던 어른들의 말씀이 벼락처럼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결혼은 여러 가지 조건보다 가치관이 중요하다’든가 ‘기본에 충실하라’든가 ‘돈 때문에 직업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죠.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서 받는 느낌도 이와 같을 겁니다. 이 책의 기반이 된 ‘인류 유산 프로젝트(Cornell legacy project)’는 2006년 코넬대 사회학과 칼 필레머 교수가 시작한 것입니다.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관한 책과 강연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데도 왜 우리는 여전히 불행한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 것이죠. 이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각계각층 1000여 명의 노인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저자는 인터뷰를 함께한 노인들을 ‘인생의 현자’라고 부르는데,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은 전쟁과 학살, 가난과 대공황, 개인적인 아픔과 사랑,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해본 인생의 ‘산증인’입니다. 그들이 지내온 인생의 총합은 8만 년. 3만 년의 결혼생활을 했고 3000명이 넘는 아이를 키워냈습니다. 인생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낸 사람, 이들이 현자가 아니면 과연 누가 현자일 수 있을까요.

결혼과 일, 양육, 노년을 준비하는 법,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법, 행복에 대해 이들이 던지는 30개의 조언은 무척이나 생생합니다. 예를 들어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법에 대한 조언은 ‘정직하라’ ‘기회가 묻거든 네라고 대답하라’ ‘더 많이 여행하라’ ‘배우자를 고를 때는 신중 또 신중하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지금 하라’ 등입니다. 사실 약간 식상하게 느껴지고 쉬워 보이기도 하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느끼는 건 이렇게 자명해 보이는 것이 실천하기 더 어렵고 중요한 가치라는 점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또래 사이의 수직 구조는 심화되고, 세대 사이의 존경과 애정은 사라져버렸습니다. 모든 어르신들을 도매급으로 꼰대의 울타리에 몰아세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꼰대 취급 당하는 노인네들의 지혜가 생각 이상으로 쿨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어르신들의 지혜를 대하는 우리가 쿨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필레머 | 토네이도
[Book] 꼰대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
코넬대 사회학과 교수 칼 필레머가 진행한 ‘인류 유산 프로젝트(Cornell legacy project)’의 결과물.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낸 70세 이상 ‘인생의 현자’ 1000여 명을 5년간 심층 인터뷰해 나온 삶의 지혜를 정리했다. 8만 년의 인생과 3만 년의 결혼생활, 3000명의 아이들을 키워낸 삶과 경험의 무게가 뻔한 내용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이들의 조언에 묵직함을 더한다.





스무 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
티나 실리그 | 엘도라도
[Book] 꼰대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
재작년 출간돼 국내 5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후속작. 전작이 창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창출해낼지에 초점을 맞췄다. 스탠퍼드에서 강연을 하면서 진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창조성 개발 시스템인 혁신 엔진(Innovation Engine)을 소개한다.



눈에 띄는 책
[경제·경영]

탐스 스토리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 세종서적
[Book] 꼰대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신발 브랜드가 된 탐스(TOMS)의 성공 이야기. 탐스의 CEO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직접 썼다.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을 모티브로 만든 가볍고 편한 탐스가 어떻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됐는지 소개한다. ‘한 켤레를 팔면 한 켤레를 기부한다’는 착하고 단순한 생각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성공하는지를 볼 수 있다.



[정치·사회]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 부키
[Book] 꼰대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
‘긍정의 배신’으로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온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전작. 3년간 실제로 저임금 노동자 생활을 하며 워킹 푸어의 삶을 르포 형식으로 풀어냈다. 열심히 일해도 점점 가난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다. 2007년, 10년간 묶여 있던 미국의 최저임금을 인상하도록 만든 현대의 고전.



[여행·기행]

오늘도 내일로
최은경 | 웅진리빙하우스
[Book] 꼰대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
코레일에서 만 25세 이하 청년들에게만 판매하는 ‘내일로’ 티켓은 5만6500원으로 7일 동안 일반 열차의 입석과 자유석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꿈의 티켓’이다. 이 책은 내일로 티켓으로 기차 여행을 떠나는 청춘들을 위한 철도 여행의 노하우와 정보를 담았다. 특히 티켓 체험단을 통해 실제로 여행을 떠난 청춘들의 의견을 담아 정보의 현장감을 높였다.



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news.kyobobook.co.kr)
[Book] 꼰대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