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연애 코치

지금보다 불행해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사랑에 빠지고 또 그 사랑을 유지한다. 하지만 연애를 안 하면 불안하고 상대방에 대한 집착 때문에 괴롭다면 어쩌면 당신은 사랑중독에 빠진 상태인지도 모른다.
[LOVE]혹시 당신도 사랑중독?
당신은 사랑중독일지도 모른다

“스무 살 이후 연애는 네 번 정도 했어요. 그런데 매번 상대방이 먼저 이별을 고했죠. 이유는 한결같았어요. 더 이상 저와 사귀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다나요. 저는 지극정성으로 그 남자들을 대했는데 돌아온 것은 차가운 경멸뿐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네 번 정도 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우울증이 찾아왔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어요.” 23세 대학생 양영미(가명) 씨의 고백이다.

그녀가 여기에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단지 ‘지극정성’으로 연인을 대했다고 말하지만 진실은 그것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는 이미 사랑중독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연애를 시작하면 습관적으로 상대방에게 과도하게 집중하고 몰입해 상대방을 숨 막히게 했을 것이다. 처음엔 ‘사랑하니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버티듯 연애를 했던 상대방이라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옥죄는 듯한 느낌 때문에 도저히 그 관계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중독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 ‘사랑중독’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중독 전문가 브렌다 셰퍼는 이렇게 지적한다. “사랑중독이란 과거 아동기에 미처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를 만족시키려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에는 안타깝게도 한 가지 모순이 발견됩니다. 내적인 두려움과 정서적인 고통을 피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지만 결국 자신 이외의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오히려 그렇게 원했던 통제감을 상실하게 되죠.” 내 마음대로 상황을 통제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불행한 처지가 돼버리는 것이 결국 사랑중독의 비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당신은 사랑받은 사람이었나?

사랑중독에 빠지는 원인은 뭘까.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유력한 가설 하나는 어렸을 때의 경험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거나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는 생각을 갖기 위해서 끊임없이 부모를 대체할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 박탈에 대한 두려움, 혼자 내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고쳐줄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매달린다는 거다.

이렇게 사랑중독에 빠진 사람이 연애를 하면 분명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연애할 때 내 기분보다는 상대방의 기분이 더 중요하고, 내 의지보다는 상대방의 의사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연애가 불편하고 뭔가 참아야 하는 시간들로 이루어지게 된다.

상대방이 조금만 기분이 안 좋아보여도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전전긍긍하게 되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해준 것만큼 상대방이 돌려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이 사람이 이제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과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는 것 역시 사랑중독의 한 증세다. 연애의 무게중심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 아닌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고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일도 잦게 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상대방은 점점 더 갑갑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상대방이 ‘아, 내 애인이 어렸을 적 상처 때문에 이런 사랑중독 상태에 빠져 있구나’라고 생각해준다면야 좋겠지만, 과연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앞서 양영미 씨의 사례처럼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




연애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가 ?

사랑중독의 형태는 이것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과하게 집착하는 연애와 더불어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애를 해야만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한 사람과의 연애가 끝나면 그 감정을 미처 정리할 새도 없이 또 다른 연애 상대를 찾아나서는 것’ 역시 사랑중독의 또 다른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작업의 고수, 연애의 달인이라는 호칭을 받을지 몰라도 내면에는 사랑중독이라는 정서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설가 김형경은 애도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에서 “이미 끝난 관계에 대해 애도하는 작업을 통해 진정으로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대상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고, 혼자 힘으로 잘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신감과 자율성이 강화된다는 것이 그녀의 조언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면 그다음 연애할 상대를 고를 때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중독에 빠져 있어서 이전 관계에 대해 충분히 애도할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채 곧바로 다른 연애를 시작한다면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분명 문제가 생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겨를도 없고,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연애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스스로의 영혼을 평안하게 해주는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까. 스스로에게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면 너무 성급하게 다음 연애를 시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성숙한 사랑을 시작하자

사랑중독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중요한 건 이성과의 관계에 대해 과도한 욕심을 버리는 것일 테다. 사랑중독을 경험하는 사람은 “난 그저 내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 관계에 대해 굉장한 기대와 욕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만큼 충분히 사랑을 받아야 하고, 늘 나에게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주길 바라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분노와 좌절을 경험하는 것이 사

랑중독의 대표적인 패턴이다.

하지만 관계에 대한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이런 감정적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나와 당신은 다른 존재이고, 우리는 그것 때문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을 때라야 당신 곁에 있는 사람 역시 당신에게 더 깊은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기억하라.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랑을 하는 것도, 누군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하며 끊임없이 짝을 찾아나서는 행동도 오히려 당신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행동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영혼이 평안한 연애와 사랑을 하게 되지 않을까.
[LOVE]혹시 당신도 사랑중독?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디렉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내 사람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