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문화의 중심 뉴욕에서 봉사 전문 NGO를 운영하는 한국인이 있다. 강태욱 이노비(EnoB) 대표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지금의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NGO를 잘 운영하기 위해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하기까지 했다. 세상의 일반적 잣대로는 그 선택을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고 말한다.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왜 퀸즈의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느냐”며 조롱하는 이에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난 성공한 사람”이라고 응수한다.

뉴욕에서 그를 만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 경쟁에 내몰린 한국의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 망설이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합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어릴 적 교실 뒤편 게시판에 적어놓았던 장래희망이 떠오를 것이다.
의사 길 버리고 예술 봉사 NGO 설립… “청춘들아,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예술 봉사 비영리단체 ‘이노비(EnoB)’ 대표 강태욱

EnoB와 강태욱

이노비(EnoB, Inc.)는 2006년 설립된 예술 봉사 비영리단체로 ‘Innovative Bridge(변화를 이끄는 아름다운 다리)’를 뜻한다. ‘우리의 재능은 세상 낮은 곳에서 가장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음악,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프로페셔널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고 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예술 공연을 통해 풍성한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기회를 누리도록 도움을 주는 게 목적. 강태욱 대표는 이노비의 창립자로, 컬럼비아대 국제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MPA)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비영리단체 운영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의사 길 버리고 예술 봉사 NGO 설립… “청춘들아,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의사 길 버리고 예술 봉사 NGO 설립… “청춘들아,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왜 이노비를 만들었나

2004년에 오케스트라 관련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근무하는 5명의 의사가 장기 입원해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주자를 연결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는 느낌이 왔다. 음악의 위로와 힘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 정작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다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특수교육 교사들이 운영하는 한인 장애 어린이 단체에서 음악회를 열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태껏 라이브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이 6개월 동안 800달러의 경비를 모아 음악회를 준비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을 받았다. 조금씩 그려왔던 아이디어를 모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노비가 정식 출범했다. 지난 6년 동안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40여 회의 공연을 통해 3000명이 넘는 문화 예술 사각지대의 친구들을 만났다. 장애인과 소아병동 환자, 암환자, 요양원의 어르신 등이 우리의 공연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의사 길 버리고 예술 봉사 NGO 설립… “청춘들아,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다른 꿈은 없었나

나는 원래 의사 지망생이었다. NYU에서 화학과 수학을 전공하면서 프리 메디컬(pre-medical) 과정을 이수했다. NYU 의과대학 실험실의 연구원으로 제법 걸출한 논문을 써내 국제 학술지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모두 좋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스펙쌓기 노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신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함께 나아가는 삶을 꿈꿨다. 결국 의사의 길을 버리고 대학원에 진학해 NGO에 대해 공부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경험들이 다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논리적인 사고력과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밑바탕이 되고 있고, 동문들의 도움도 무척 크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과거에 걸어온 길은 앞으로 나아갈 길에 양분이 되는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했지만 지금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 “NYU와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왜 퀸즈의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느냐”며 조롱하는 이도 있다. 멍청한 짓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들보다 내가 오히려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난 지금 행복하다. 자, 망설이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의사 길 버리고 예술 봉사 NGO 설립… “청춘들아, 하고 싶은 일을 하자!”
한국에서는 봉사가 취업 스펙 중 하나로 꼽히는데

봉사가 취업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도 상관없다. 나 역시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자원봉사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늘 봐왔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익숙했다. 그렇다고 봉사가 일상인 부모님을 마음으로 이해한 건 아니었다. 직접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이 길이 정말 내가 가고 싶은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어떤 목적이어도 상관없다. 봉사는 일단 시작해보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그 시간이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젊다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고민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해보고 어디로든 가보기를 권한다.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실패해보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다. 이왕이면 나를 위한 것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도 유익이 되는 목표를 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뉴욕 같은 세계 경제·문화의 중심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와 함께 중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찾아보기 바란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균형 있는 시각이 만들어지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의사 길 버리고 예술 봉사 NGO 설립… “청춘들아,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글·사진 뉴욕(미국) = 이동규 대학생 기자(중앙대 경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