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서, 사양’ 등을 뜻하는 단어인 ‘specification’은 한국에 들어와 ‘스펙’이라는 콩글리시로 재탄생했다. 스펙의 뜻은 주지하다시피 학벌, 학점, 영어 성적, 대외활동 경력 등 취업에 필요한 평가요소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학점은 물론 네이티브 스피커 뺨칠 만한 영어 실력(정확히는 점수)은 막걸리와 미팅으로 상징되는 대학 생활의 낭만을 걷어낸 지 오래다.

얼마 전 실시한 취업 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올 여름방학에 취업 준비 활동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79.1%의 대학생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취업 준비 활동 유형은 자격증 취득(55.7%)이 가장 많았고 어학 학습(54.2%), 취업 관련 프로그램 참여(20.9%) 등이 뒤를 이었다(중복응답). 말이 ‘취업 관련 활동’이지 대부분의 대학생이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에는 창의력, 진취적 성격 등이 기업 인재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대외활동’ 경력이 오히려 영어점수나 학벌보다 좋은 인상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욱이 기업에서는 각종 서포터즈, 공모전, 봉사활동, 인터십 등을 미래의 고객인 대학생 끌어모으기에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원하는 인재도 확보하는 일거양득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대외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은 활동 후 만족감을 얻었다는 반응보다 불만족스러웠다는 답변을 많이 한다. 이유는 ‘예상했던 활동을 체험하지 못해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프로그램 수행이 너무 어려워서’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는 이력서에 한 줄 더 기재할 ‘수료증’ 취득이라는 목적과, 학생들을 브랜드 마케팅 도구로 이용하려는 기업의 욕구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2012 더 스쿨’로 모여라!] 대학생이 직접 만드는 마케팅 배움터
‘스펙’ 쌓기 위한 대외활동은 그만

오는 8월 13~14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2012 더 스쿨’은 ‘대학생의, 대학생에 의한, 대학생을 위한 마케팅 배움터’를 모토로 하는 ‘더 스쿨’이 첫 번째로 여는 행사다. 크게 전시와 강연으로 구성되는 이 행사에는 국내외 유수 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강연에 나선다. 또 화장품 기업의 메이크업 시연회, 대학 창업 동아리들의 창업 아이템 및 마케팅 프로젝트 전시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더 스쿨이 주목받는 이유는 스스로 드러낸 모토에서 짐작할 수 있듯 조직과 운영, 기획에서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온전히 대학생들만의 힘으로 진행시킨다는 데 있다. 연간 6000여 개에 이르는 수많은 대외활동 중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활동을 벗어나, 대학생 스스로 중심이 돼 자발적으로 성취해나간다는 의지다.
[‘2012 더 스쿨’로 모여라!] 대학생이 직접 만드는 마케팅 배움터
더 스쿨의 주축 멤버는 지난해 9월 조직됐던 ‘사이버코엑스 서포터즈’ 2기 멤버들이다.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폐단식 행사를 직접 기획했고, 이 자리를 빌려 “전시회나 강연회를 코엑스 도움을 얻어 열고 싶다”는 계획도 제안했다. 드디어 지난 4월 코엑스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고, 현재는 주위 친구들 등 인력을 보강해 15개 대학 30여 명의 대학생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2012 더 스쿨’의 핵심 키워드는 ‘마케팅’이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경영활동’이라는 경영학적 정의에서 ‘대학생들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인식을 확장한 것. 이를 위해 구체적인 행사 내용은 전시회와 강연회로 잡았다.

전시회는 개인과 개인(대학생 연애 정보를 주제로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 화장품 기업의 메이크업 시연회), 개인과 기업(기업의 마케팅 프로모션 성공 사례 및 체험존), 개인과 사회(대학 창업 동아리 등의 창업 아이템·마케팅 프로그램 전시) 등 세 개의 주제로 진행된다.

강연은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들을 초청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된다. 메인 강연에는 정철윤 LG전자 글로벌전략팀 과장,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태원 구글코리아 차장 등이 나서고, 섹션 강연에는 2008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된 제임스 후퍼, 김용성 코엑스 사장, 윤태정 (주)아나운서 본부장 등이 초대된다.
[‘2012 더 스쿨’로 모여라!] 대학생이 직접 만드는 마케팅 배움터
SONY D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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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더 스쿨’로 모여라!] 대학생이 직접 만드는 마케팅 배움터
[‘2012 더 스쿨’로 모여라!] 대학생이 직접 만드는 마케팅 배움터
Interview
권우주 ‘2012 더 스쿨’ 총괄디렉터
“대학생이 꼭 봐야 할 전시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으로, 현재는 공익근무 복무 중입니다. 이벤트경영을 복수전공했고요. 현재는 ‘2012 더 스쿨’ 총괄디렉터를 맞고 있습니다.



더 스쿨이 조직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학생을 위한 대외활동이 연간 6000여 개나 된다고 해요. 하지만 스펙 쌓기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운영상의 문제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죠. 더 스쿨은 작년에 조직된 사이버코엑스 서포터즈 2기가 주축입니다. 당시 ‘온라인 마케팅 스쿨’이라는 내부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활동이 끝난 후 같이한 친구들과 함께 코엑스에 강연과 전시를 역제안한 것이죠. 지난 4월에 연락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어요.



행사 주제로 ‘마케팅’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기업들이 대학생을 활용하는 이유가 바로 마케팅이라는 데서 착안했어요. 마케터로서의 실무 경험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배우는 건 별로 없었죠. 대안학교 개념의 마케팅 스쿨을 만들어보자, 나아가서는 한국형 테드(TED)를 만들어보자는 데 생각이 미쳤어요. 마케팅이 일단 큰 틀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했어요. 비단 경영학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이나 전공자와 공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마케팅이라 생각했죠.



학생 신분으로 강연자를 섭외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비용 측면에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관료 부문에서 코엑스의 도움을 받았어요. 관람객 현장등록비 5000원은 단순한 입장료 개념이 아닌 기부금 명목입니다. 클라우드펀딩에서 착안했죠. 현재 유명 소셜커머스 업체와도 협찬 등에 대해 협의 중입니다. 강연해주실 분들의 경우 각계 전문가 10명 안팎의 섭외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거의 대부분 재능기부 형식으로 도와주시죠.

처음엔 정말 막연했어요. 무엇부터 시작하고 준비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죠. 조직 생활을 겪어본 게 아니어서 커뮤니케이션도 어려웠고, 특히 단기간에 일을 진척시켜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섭외 같은 경우도 직접 찾아뵙기도 하고, 무작정 전화하기도 하고, 인맥을 활용하기도 하는 등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죠.


올해 행사 후 지속적인 활동 계획이 있나요.

직접적으로 돈이 지출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봐요. 제대로 마무리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도 계속 논의 중이죠. 올해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애를 썼던 만큼, 내년부터는 이를 좀 더 체계화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에요.



[‘2012 더 스쿨’로 모여라!] 대학생이 직접 만드는 마케팅 배움터
2012 더 스쿨
시기 :2012년 8월 13일(월)~14일(화)
장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
행사 개요 :
1_메인 강연 - 김태원(구글코리아 차장),정철윤(LG전자 글로벌전략팀 과장), 박웅현(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섹션 강연 - 제임스 후퍼, 김용석 코엑스 사장, 윤태정 (주)아나운서 본부장, 조미경 CMK이미지코리아 대표 등

2_전시 개인과 개인 - 대학생 연애 정보, 화장품 기업 메이크업 시연 등
개인과 기업 - 기업 마케팅 프로모션 성공 사례 및 체험 등
개인과 사회 - 창업 동아리 창업 아이템·마케팅 프로그램 전시 등

참가비용 현장등록 시 입장료 및 기부금 5000원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제공 더 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