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의 눈물

무엇이든 거꾸로 하려는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여 ‘청개구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라고나 할까. 냇가로 가라고 하면 산으로 가고, 산으로 가라고 하면 냇가로 향하는 사람 말이다. 학생 중에도 이런 심리를 가진 이들이 있다. 수업 시간에는 한눈팔다가 쉬는 시간만 되면 책을 펴려고 한다. 영어 시간에는 수학 공부하고, 수학 시간에는 영어 공부한다. 학기 중에는 실컷 놀다가 방학할 무렵 도서관에 간다.

일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구분하지 못하면 이렇게 되기 쉽다. 그들은 공부를 먼저 하고 노는 것이 아니라, 먼저 놀고 난 다음에 공부를 하려고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뒤로 제쳐두고 안 해도 될 일 또는 나중에 해도 될 일을 자꾸 먼저 만지작거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결과가 항상 ‘청개구리의 눈물’이 된다는 것이다. 먼저 놀고 난 다음에 공부하려는 학생치고 공부 잘하는 경우를 보기란 어렵다. TV나 컴퓨터 게임에 먼저 손이 가는 사람치고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정균승의 희망칼럼] 청개구리의 눈물
일의 우선순위를 구분하지 못하면 이렇게 되기 쉽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안 해도 될 일을 자꾸 만지작거린다.


우리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만 좋으면 되지 않느냐는 뜻일 게다. 그래서 이 속담은 ‘청개구리족’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과정을 거꾸로 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해도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닌데 반대로 한다면 어떻게 될지 빤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청개구리 증후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청개구리처럼 살면서 과도한 요행을 바라거나 터무니없는 행운에 인생을 건다. 그 결과 일은 항상 꼬이고 삶은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고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엉뚱한 일을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헐레벌떡 손을 댄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늘 어정쩡하게 산다.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니며, 편히 쉬는 것도 아니니, 일상이 항상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청개구리 증후군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통곡하기 쉽다. 학창 시절에 놀지 말고 공부부터 했더라면 지금과는 달랐을 텐데. 술 마시고 노닥거리며 방종한 생활만 하지 않았더라도 원하는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을 텐데. 젊은 시절에 좀 더 절약하고 아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경제적 여유가 있었을 텐데. 무엇보다도 젊음을 낭비하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후회하지는 않을 텐데.

아니 지금 남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쓰다 보니 모두 내 이야기 같다. 사실은 지금 내가 내 삶을 반성하는 중이다. 그러나 천만다행인 것이 있다. 청개구리 증후군을 극복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내 삶에서 청개구리 증후군에 해당하는 부분을 하나둘씩 고쳐 나가야겠다. 더 이상 세찬 빗물에 떠내려가는 엄마 무덤을 바라보며 대성통곡하는 청개구리처럼 살진 말아야겠다.
[정균승의 희망칼럼] 청개구리의 눈물
정균승 국립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인기 블로그 ‘정균승의 테마여행(www.cyworld.com/wjdrbstmd)’을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멋쟁이 교수님. 자기 경영 분야 강사로도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