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잉여’인가? 당신의 이번 방학은 ‘잉여짓’으로 가득한가? 캠퍼스 잡앤조이가 방학을 맞아 본격 ‘잉여’ 탐구를 시작했다. ‘잉여’는 스스로가 경쟁에서 뒤처진 불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쓰는 젊은이들의 은어. 쓸모없는 일을 할 때는 자조적으로 ‘잉여짓’한다고 표현한다. 우리의 의문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 ‘쓸모없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스펙이 되는 활동만이 ‘쓸모 있는’ 것일까? 앞뒤 따지지 않고 원하는 일에 달려드는 ‘잉여로운’ 태도가 때론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잉여 탐구 생활 : 대학생용
두 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얼핏 보면 ‘잉여’ 같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삶을 즐기는 이들이다. 누구보다 재밌게 방학을 보내고 있는 행복한 이들이기도 하다. 스펙 경쟁에 내몰려 취미에 쏟을 시간마저 잃어가고 있는 그대여, 방학인데도 즐겁지가 않다면, 아직도 어떤 일이 ‘내 일’인지 몰라 고민하고 있다면, 차라리 이들처럼 나를 찾아가는 당당한 ‘잉여짓’은 어떨까?
잉여 탐구 생활 : 대학생용
야구에 미친 김세진(연세대 국어국문 3)

“내게 야구는 생활이다!” 방학마다 전국에 있는 야구 경기장을 순회하는 대학생 김세진(연세대 국어국문 3) 씨의 외침이다. 야구팬인 부모님 덕에 유모차를 타던 시절부터 야구장에 다녔던 그는 대학생이 되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야구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집은 서울, 응원하는 팀(롯데 자이언트)은 부산이 연고인 탓에 부산을 자주 간다. 교통비를 아끼려고 KTX 대신 버스를 탄다.

일부러 막차를 예약해 새벽에 도착하도록 일정을 짠다. 새벽 2시 서울에서 버스를 타면 부산에 도착하는 시각은 오전 6시, 새벽부터 부산 터미널을 서성이는 그는 못 말리는 ‘야구 잉여’다. “방학 땐 다들 스펙 관리하는데 저만 놀러 다니는 게 ‘잉여짓’ 같아 불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라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야구에 빠지기 전엔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매달리며 살았었는데,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게 됐거든요.”


1. 전국 9개 경기장 티켓. 수강신청하는 기분으로 매번 예매 전쟁에 참여한다. 2.응원 타월로 하나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3.비닐봉지의 양 끝을 접어 리본 모양으로 만들면 ‘응원 리본’ 완성. 4.선수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행운을 기다리지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엔 매직이 없었다. 5.정팀 자리는 항상 햇볕이 뜨겁다. 선글라스, 부채, 양산은 피부 보호용 3종 세트. 6.팬심을 가득 담은 응원 머리띠. 열혈 응원녀로 방송국 카메라에도 수차례 잡혔다.7.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처음 돈을 모아 산 롯데 자이언트 우비. 8.니폼은 ‘야구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아이템. 9.지역별로 먹을거리가 다르다. 구장별 먹을거리를 비교하는 것도 야구 여행의 묘미.


잉여 탐구 생활 : 대학생용
아날로그에 빠진 이주영(숭실대 문예창작 4)


“생각할거리가 있을 땐 종이학을 접어요.” 대학생 이주영(숭실대 문예창작 4) 씨는 종종 책상 앞에 앉아 종이학을 접는다. 그렇게 접은 학이 모여 한 박스에 가득 차면 친구에게 선물한다. “종이학은 이제 더 이상 좋은 선물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멍 때리는’것 같은 이 행동이 신기하게도 내면의 소리를 들려준다고 말하는 그는 ‘아날로그 잉여’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편리한 일상 속에서 알 수 없는 불만이 슬그머니 차오를 때 이 씨는 한 번쯤 자신의 생활 패턴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종이학 접기, 편지 쓰기, 시집 읽기, 필름 카메라 쓰기, CD 듣기, 재래시장 가기는 그렇게 시작된 작은 실천이다. SNS에 짧은 용건을 남기는 대신 편지를 써보고, 스마트폰으로 텍스트를 보는 대신 종이책을 펼쳐 보는 사소한 행동들이 삶을 ‘오감’으로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그는 말한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삶에 풍요를 주지만 그 기술이 우리 삶을 지배해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얘기죠. 여유를 가지고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1 편지. 페이스북처럼 오픈된 공간이 아니라 너와 나만의 특별한 공간. 2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시집을 펼치면 나만의 세계가 열린다. 3 재지 않고 푹푹 떠주는 재래시장의 인심이 가득 담긴 튀김. 4 막내 고모에게 선물받은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과 소리를 사랑한다. 5 CD는 한 번 틀어놓으면 끝까지 쭉 들어야 한다. 그 가수를 더욱 잘 알게 된다. 6 가만히 종이학을 접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본다. 7 깎을 땐 드르륵, 쓸 땐 사각사각. 이것이 연필의 매력.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이시경(홍익대 국어국문 3)·이주영(숭실대 문예창작 4) 대학생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