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위로하는 책, 위로 가는 책

우 리 엄마, 우리 집, 우리 학교…. 자신의 엄마, 집, 학교를 부를 때 우리는 ‘내’라는 표현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신의 소유를 우리라는 공동체의 소유로 치환해서 쓰는 언어 습관을 가진 나라가 또 있을까요? 그만큼 우리 사회는 집단과 공동체 의식에 푹 젖어 있습니다. ‘공감의 진화’는 작년 ‘하버드 도서상’을 수상한 책입니다. 진화생물학자 폴 에얼릭과 심리학자 로버트 온스타인이 함께 저술했습니다. 인간이 공동체와 무리를 이루려는 본능을 다루고 있는데, 그 핵심에 ‘공감’이 놓여 있습니다.

저자들은 오늘날 인류 번성의 배경에 공감을 통한 협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특히 인간은 다른 종보다 발달과 성장에 오랜 시간이 걸리죠. 협력이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책은 인간의 공감과 협력이 발달하는 시기를 수렵 채취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살펴봅니다. 직접 외부에서 물리적인 위협을 받았던 시절이니만큼 생존의 필요성이 공감 능력의 진화를 시작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사람에게 유달리 호감을 느끼게 하는 안면 인식 세포가 뇌 속에 발달돼 있습니다.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내면을 유추해보는 거울 신경의 움직임도 매우 활발합니다. 모두 인간에게 특별히 발달된 생물학적인 공감 능력이지요.

문제는 공감과 협력이 ‘우리’라는 작은 집단에서만 이루어질 때 발생합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나 근래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민족 학살 등이 비근한 예죠. 공감과 협력이 ‘우리’에서만 일어나면 여기에 속하지 못하는 ‘타인’이나 집단에 대한 잔인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렵 채집 사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공감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의 분쟁과 테러, 인종 차별, 종교 간 갈등은 모두 공감 능력의 진화가 작은 집단에서 ‘우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시각을 좁혀서 우리나라에 적용해봅시다. 학연, 혈연, 지연 등 작은 ‘우리’를 만들어내는 일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우리나라 아닌가요? 이주민 100만 명 시대입니다. 언젠가는 북한과도 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번 총선 투표 결과 보셨나요? 세대 간 차이도 심각합니다. 다문화도 통일도 세대 간 갈등도 ‘우리’의 품을 넓혀야 하는 큰 과제입니다. 공감의 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공감, 우리 시대를 살아갈 중요한 스펙이기 전에 필수 생존 조건입니다.



공감의 진화
폴 에얼릭·로버트 온스타인 | 에이도스
[BOOK] 공감 삶을 영위하는 생존 조건
세계적 진화생물학자 폴 에얼릭과 심리학의 권위자 로버트 온스타인이 생물학, 뇌과학, 인류학, 역사를 통해 인류의 무리 짓기 본능, 공감, 협력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들은 ‘공감’과 ‘협동 능력’ 덕분에 나약한 종에 불과했던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생물 종이 됐다는 사실을 밝힌다. 역설적으로 현 인류의 위기가 진화를 멈춘 공감의 능력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공감의 확대를 역설한다.





당신은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
유정아 | 쌤앤파커스
[BOOK] 공감 삶을 영위하는 생존 조건
방송인이자 서울대 말하기 수업의 강사인 유정아. 그녀가 현장과 이론을 통해 터득한 ‘말의 기본’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한 책. 대통령 연설, 유명인사 인터뷰, 아들과 대화를 비롯한 일상의 대화와 문학작품의 다양한 예시를 통해 알기 쉽게 소개한다. 자신과 말의 품격을 함께 높이고, 불통의 벽을 허물어 소통의 문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눈에 띄는 책

[시·에세이]당신은 행복한가
달라이 라마 | 문학의숲
[BOOK] 공감 삶을 영위하는 생존 조건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와 함께 쓴 책. ‘혼자 행복해도 되는가,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공동체 의식 결여가 현대사회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함께 행복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진리임을 알려준다.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레베카 스클루트 | 문학동네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는 1951년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그녀의 난소에서 채취된 세포는 ‘헬라세포’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연구실에서 사용된다. 현대 의료사의 중요한 발견과 많은 치료제가 이 헬라세포를 통해 이루어졌다. 책은 헬라세포의 여정을 추적하며 인종차별, 의료 실험의 어두운 실체, 생명윤리 등 첨예한 이슈를 극적으로 펼친다.



[자기계발]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앤디 앤드루스 | 에이미팩토리
[BOOK] 공감 삶을 영위하는 생존 조건
대선을 앞둔 미국의 아마존 정치 분야에서 10주 넘게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화제의 책. 1100만 명은 히틀러의 나치 치하에서 희생당한 사람의 숫자다. 나치의 작은 거짓말을 믿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학살되는 과정을 살핀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실이며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거짓을 들여다보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news.kyobobook.co.kr)
[BOOK] 공감 삶을 영위하는 생존 조건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