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대군(김동욱)은 우연히 마주친 신참판의 여식 화연(조여정)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화연은 신참판이 아들처럼 키우던 떠돌이 권유(김민준)와 연인 사이다. 성원대군의 친모이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대비(박지영)는 의붓자식인 현재의 왕(정찬)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며 그 일환으로 화연을 왕후로 들인다. 권유를 살리기 위해 숨 막히는 궁궐로 자청해 들어온 화연, 화연과의 사랑 때문에 거세당하고 결국 내시 신분으로 궁궐에 입성하는 권유, 가질 수 없는 여인에 대한 사랑이 점점 집착으로 변해가는 성원대군의 광기 어린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조선시대 버전 ‘맥베드’ 후궁 : 제왕의 첩 外
김대승 감독의 ‘후궁 : 제왕의 첩’은 내용면으로 신상옥 감독의 1968년작 ‘내시’와 유하 감독의 2008년작 ‘쌍화점’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죽기 전엔 나갈 수 없는, 지독하게 폐쇄적인 공간인 궁이 배경이기 때문에 욕망의 진폭은 한층 더 강력해진다. 왕의 자리에 오른다고 천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주변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고 엿듣는 이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고독한 운명, 그리고 그 왕의 손가락 끝에 생명줄이 왔다갔다 하는 무수한 여인과 신하. 이들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광기의 드라마는 어쩌면 오페라 같은 장르에 더 잘 어울리는, 감정과 아름다움으로만 잔혹한 내용을 버텨낼 수 있는 그런 장르이기도 하다.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조선시대 버전 ‘맥베드’ 후궁 : 제왕의 첩 外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영화 사극이 그러했듯, 혹은 김대승 감독의 전작 ‘혈의 누’가 그러했듯 ‘후궁 : 제왕의 첩’은 현재 우리가 사는 이곳의 분위기를 끌고 온다. 이를테면 한국영화 속에서 사극은 그저 낯선 아름다움으로만 치장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대의 평행우주처럼 제시된다. 절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벌어지고 결국 너무 많은 피를 흘린 뒤에야 그것이 잠깐 동안의 헛된 꿈임을 깨닫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최후의 승자처럼 보이는 이도 자신이 어떤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결국 그 자리에 갇혀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핑계는 언제나 “판단하지 말거라. 우리 몫이 아니니라” 혹은 “옳고 그름이 아니고 권력이 있고 없음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제시된다. 살아남기 위해선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는, 힘 있는 자만이 용서하고 용서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도 갖게 된다는 자력구제의 세계관은 이 가상의 시대 궁궐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된다. ‘후궁 : 제왕의 첩’은 조선시대 버전 ‘맥베드’를 꿈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메테우스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누미 라파스, 마이클 패스벤더,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조선시대 버전 ‘맥베드’ 후궁 : 제왕의 첩 外
2085년, 인간이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생명체라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한 탐사대가 꾸려진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 호를 타고 외계 행성에 도착한 이들은 곧 미지의 생명체와 맞닥뜨리게 되고, 자신들의 목숨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한 싸움에 휘말린다. 1979년작 ‘에일리언’의 속편이라기보다 에일리언이라는 생명체의 자장 안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



아부의 왕
감독 정승구 출연 송새벽, 성동일, 김성령, 고창석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조선시대 버전 ‘맥베드’ 후궁 : 제왕의 첩 外
혀고수(성동일)는 아부의 정중동을 일찍이 깨우쳐 ‘감성 영업의 정석’이라는 책을 저술한 아부계의 전설이다. 눈치와 센스가 많이 부족한 동식(송새벽)은 제자로 받아달라고 혀고수에게 매달리고, 곧 아부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청출어람으로 급부상한다. 여기에 과거 혀고수의 파트너였던 예지(김성령)까지 가세하며, 인생역전 마법의 화술 아부를 무기 삼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할 초대형 아부 작전을 구상한다.



폭풍의 언덕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 출연 카야 스코델라리오, 제임스 호손, 제임스 노스콧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조선시대 버전 ‘맥베드’ 후궁 : 제왕의 첩 外
영국 요크셔 지방, 황량한 들판의 언덕 위에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가 있다. 저택의 주인 언쇼는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밤 고아소년 히스클리프(제임스 호손)를 데려온다. 언쇼의 아들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미워하지만, 딸 캐시(카야 스코델라리오)는 히스클리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언쇼가 죽은 후 캐시는 인근 대저택의 아들 에드가(제임스 노스콧)와 결혼한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