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필립스코리아 대표이사

필립스(PHILIPS)는 1891년 네덜란드에서 창립된 기업이다. 100년을 훌쩍 넘긴 기업 역사 이래 ‘헬스&웰빙’이라는 기본 콘셉트를 제품에 녹여내며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필립스의 한국 법인인 필립스코리아 역시 ‘헬스케어·조명·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3개 주요 사업 부문을 주축으로 한국 내 모든 필립스그룹의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다.

김태영 필립스코리아 대표이사는 지난 1982년 필립스코리아에 입사한 이래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우물을 파온 정통 필립스맨.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의 한국인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유럽의 인재들과 실력을 겨뤄 당당히 인정받은 한국인 CEO의 대표 격이기도 하다.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단이 서울 남산 필립스코리아 사옥에서 김 대표이사를 직접 만났다. 글로벌 기업의 CEO가 들려주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CEO 탐방] “스펙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
대학생 기자 입사 후 30년 동안 한 기업에서 외길을 걸어오셨는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김태영 대표 글쎄요. 한 길을 걸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사실 사표를 두 번이나 던졌거든요. 물론 그때마다 이유는 있었지만, 여하튼 지금도 필립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기자 사표를 두 번이나 내셨다고요?

김태영 대표 그래요. 첫 번째 사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냈어요. 필립스에 오래 있다 보니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항상 가득했었죠. 1990년이니 40세 즈음이네요. 32세에 입사했는데, 원래는 독일에 있는 회사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35세에 한국에서 헬스케어 부문 헤드를 맡아 5년 정도 일했습니다.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다짐했어요. 무작정 식구들을 다 끌고 미국으로 갔죠. 공부를 위해 대학에 지원하기도 했는데,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복귀를 요청하더군요. 급한 것만 해결하려 잠깐 들어온다는 게 다시 눌러앉게 됐어요. 미국에서 전화와 팩스로만 컨설팅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군요.(웃음)

대학생 기자 그럼 두 번째 사표는 언제 내신 건가요.

김태영 대표 두 번째 경우는 이유가 좀 달랐어요. 한국 시장의 규모가 커지니 글로벌 중역 미팅에 참석할 기회가 많아지더군요. 그런데 회의 내용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어요.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사용하는 용어가 낯설었던 거죠.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가 파이낸싱과 비즈니스 마케팅 같은 고급 어휘를 알리 만무했죠. 반은 못 알아듣고 그냥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그만둬야겠구나’ 생각했죠. ‘이 회사에 있으면 나도 기분 좋게 일할 수 없고, 회사도 망가지겠다. 내 실력으로는 더 이상 이 조직을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 번 과감하게 사표를 냈죠.

대학생 기자 그럼에도 필립스와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신 이유는요.

김태영 대표 사표를 내니 본사 부회장이 만나자고 하더군요. 미국 시카고에서 만나 “왜 사표를 냈느냐”고 묻길래 솔직히 대답했죠. 그러자 “공부를 시켜주면 남겠느냐”는 거예요. 고민 끝에 ‘오케이’했죠.

1994년, 이번에도 식구들을 다 이끌고 미국으로 갔습니다. 미국 필립스로 적을 옮겼죠. 낮에는 회사 소속으로 봉급을 받고, 밤에는 파트타임으로 학교를 다녔어요. 회사에서 많은 배려를 해준 셈이죠. 회장실 옆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각종 미팅에 참여해 톱매니저들의 일하는 방식을 배우게 해줬습니다. 그렇게 MBA까지 마치고 나니 차츰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어떤 정보와 방법으로 ‘빅 디시전’을 해나가는지 공부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 후 3년이 조금 안 돼 한국으로 복귀했죠. 30년 세월 동안 한 회사에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도전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CEO 탐방] “스펙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
대학생 기자 필립스 본사에서 보는 한국 시장의 중요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김태영 대표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죠. 단순한 시장 규모로는 글로벌 13위 수준이에요. 하지만 마켓의 역동성은 굉장하죠. 우선 소비자의 요구가 까다롭고, 제품에 대한 감각이나 반응도 다른 나라보다 빠릅니다. 마켓 자체에서 얻는 실적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죠. 종합적인 시장 중요도 면에서는 5위권 이내라고 봅니다. 한국 고객이 받아들이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어요. 테스트밸류 마켓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대학생 기자 친환경, 에너지 등 지속가능 경영에서 특히 필립스의 장점이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김태영 대표 필립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환경에 신경 쓰는 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단순한 참여에서 벗어나 리딩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적 목표이기도 해요. 에코비전(Eco Vision) 프로그램이 대표적이죠. 2015년까지 자재 재활용률을 두 배 올리고(2009년 기준), 에너지 효율 부문에서도 50%를 개선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많은 기업이 친환경을 말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나름의 구체적인 목표가 있느냐입니다. 말로만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죠. 일례로 필립스의 탁월한 LED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의 80%를 절약할 수 있어요. 필립스의 전략은 ‘에너지 절약을 잘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신재생에너지까지 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사업, 즉 LED를 선택한 것이죠. 전기 30%만 절약해도 원자력발전소 200개를 당장 폐기해도 됩니다. 풍요로우면서도 지속가능한 기술의 개발, 그것이 바로 필립스의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대학생 기자 가전·전자 업계의 시장 변화가 예측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세우고 계십니까.

김태영 대표 필립스는 더 이상 전자회사가 아닙니다. 필립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헬스&웰빙’이에요. 이미 2000년부터 DNA를 바꿨습니다. 필립스의 모든 제품에 바로 이 헬스&웰빙 콘셉트가 적용됩니다. 쉽게 말해 행복하고 질 높은 삶을 살도록 하는 기술이 회사의 미션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끌고 가는 전략이죠. 전자회사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내서 재무적 성과를 만들고 이를 주주에게 돌려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필립스는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불만 밝히는 조명은 우리에게 의미 없어요. 이를 통해 감성적으로 행복하고 건강함까지 추구해야 하죠. 필립스 면도기 예를 들어볼까요. 단순한 면도뿐 아니라 피부가 상하지 않고 건강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우리 제품의 목표입니다. 사용자의 감성을 만족시키면서, 면도날이 돌면서 스스로 연마되는 등 성능과 기술도 놓치지 않았죠. 면도기 하나에 필립스의 모든 가치가 전달될 수 있도록 비즈니스하는 것. 일반 제품과는 다른 포괄적이고 큰 개념이죠.
[CEO 탐방] “스펙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
대학생 기자 헬스케어, 소형가전, 조명 등 핵심 부서 간 시너지는 어떻게 창출하시나요.

김태영 대표 사업 분야 간 시너지는 비단 필립스뿐 아니라 모든 회사의 목표입니다. 필립스는 특히 각각의 테크놀로지를 융합해 헬스&웰빙에 맞춰가도록 주안을 두고 있죠. 예를 들어 MRI나 CT 같은 장비의 경우 조명 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식입니다. 실제로 필립스의 병원용 촬영장비는 조명뿐 아니라 LED를 이용해 환자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고를 수 있죠. 이런 기술을 적용할 경우 촬영 실패율도 현격히 낮아집니다. 사진을 찍어 진단하는 목적에서 더 나아가 전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죠.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필립스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이유입니다.

대학생 기자 본사와 한국 법인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요.

김태영 대표 본사가 네덜란드에 있습니다만, 종속적인 관계는 아니에요. 일종의 매트릭스 시스템, 즉 협력 관계라 볼 수 있죠. 본사는 정책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각 나라와 법인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하는 데 주력합니다. 워낙 방대한 조직이기 때문이죠. 본사와 각 조직의 공통된 가치와 미션, 즉 ‘헬스&웰빙’을 실현하기 위해 역량을 맞춰가는 시스템이에요. 각 로컬 법인은 본사가 원하는 목표와 역량에 도달할 수 있게끔 하고, 각 나라의 조건에 맞게 조율하는 것이 본사의 역할입니다.

대학생 기자 외국계 기업이 로컬의 경제 발전보다는 본사의 이익 창출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김태영 대표 좋은 질문입니다. 물론 기업이 속한 곳에서 책임 있는 시민기업으로 일해야 하죠. 그런데 요즘 기업에 국적이 있을까요. 국적이 중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내게 돈이 있어 GE를 샀다고 칩시다. 그럼 GE는 미국 회사인가요, 아니면 한국 회사인가요. 어려운 질문이죠. 회사의 국적은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단지 어디에 세금을 내느냐가 중요하죠.

굉장히 애매한 내용이긴 한데, 학생들도 생각의 틀을 넓힐 필요가 있어요. “한국에서 뭘 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질문을 달리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든 기업의 목표는 이윤을 창출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에요.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유죠. 그렇다고 기업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생산하고 이윤을 창출하면서 아무것도 안 한다면 기업 윤리에 위배됩니다. 어느 정도의 이윤을 사회에 공헌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젊은이들이 넓은 시각으로 기업을 봤으면 해요. 한국이 OECD에 가입했다는 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뀌었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성장하고 힘이 세졌다는 뜻이죠. 글로벌 컴퍼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해야 할 일은 굉장히 많아요. 우리보다 훨씬 열악하고 뒤떨어진 나라도 많죠. 우선 그런 곳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게 글로벌 싱킹(thinking)이죠. 기업이 해야 할 글로벌 책임을 먼저 실천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는 게 맞습니다.

대학생 기자 글로벌 기업의 한국인 CEO 선임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태영 대표 본사 입장에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CEO의 역할이 재무적 성과 창출에만 머물러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수많은 임무가 CEO에게 달려 있어요. 고객·직원·사회·국가 등 해당 커뮤니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뭔지, 국제 정세나 새로운 트렌드 매니지먼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리스크는 뭐고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 것인지, 이런 모든 것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로컬·정부·NGO는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도 있죠. 정말 굉장히 다양한 임무가 요구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로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일을 하기는 힘들죠. 재무 외에 다른 리스크로 망가지는 회사가 수두룩합니다. 로컬라이제이션이 그만큼 유리하다는 뜻이죠.

대학생 기자 한국인의 능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김태영 대표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능력이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어요. 최근 한국인의 외국 진출도 늘고 있죠. 특히 언어 문제의 경우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한국인의 창의력이 굉장히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창의력도 암기하지 않고는, 모르고는 생기기 어렵다’는 게 제 평소 지론입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의 교육 방식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에요. 한국인이 글로벌 CEO가 되는 날이 곧 올 겁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이 좋은 예죠.

대학생 기자 외국계 기업 입사 시 특별히 요구되는 채용 요건이 있나요.

김태영 대표 물론 기본적인 건 필요해요. 외국계 회사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영어 구사력은 기본이 됐죠. 그래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외 학교나 출신 같은 건 따지지 않아요. 특히 저는 개인의 펀더멘털, 즉 기본을 중요하게 봅니다. 땅으로 치면 비옥한 땅을 선호한다고 할까요. 뭘 심든 잘 자랄 수 있는 땅, 그 펀더멘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죠. 우선 인성입니다. 인터뷰해보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어요. 국가관이 잘 잡혀 있는지, 역사·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이기적이진 않은지, 팀워크를 잘 이뤄나갈 수 있는지 등이 스펙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에요. 좋은 학벌이나 일반적인 봉사활동보다 그게 더 중요합니다. 더불어 글로벌 콘셉트를 갖추고 있는지, 열린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중요하죠. 그러려면 책을 많이 읽고 신문도 많이 봐야 해요. 실제로 필립스 직원 중에는 5종 경기 챔피언도 있고 댄스 실력자도 있죠. 이런 모든 게 펀더멘털의 성장 요소입니다. 단순히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뽑지는 않지만, 펀더멘털이 좋은 사람은 대부분 뭔가 특별함을 지니고 있더군요.

대학생 기자 CEO를 꿈꾸는 학생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태영 대표 여러 CEO가 있으니 조건도 그만큼 많을 테지요. 정해진 공식은 없어요. CEO가 되고 싶다고 누구나 되는 건 아니죠. 자신도 모르는 수많은 경쟁을 거치게 될 겁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눈이 더 많이 작용할 수도 있죠. 제가 사표를 냈던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이 CEO는 굉장히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고,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은 자리예요. ‘내가 그런 책임을 질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는가’ 항상 질문하고 노력해야 해요. 위치와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끊임없이 배양해야 합니다.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질문하지 않으면 자기 울타리 안에 갇혀 진보할 수 없어요. 또 작은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작은 것부터 이뤄내야 큰 것도 성취할 수 있어요. 자기 주위부터 시작해 플랜을 만들어보세요. 중요한 건 늘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거예요. 나와 현실, 나와 동료 간의 밸런스, 내가 서 있는 자리의 밸런스가 맞는지 항상 체크해야 하죠. 꼭 CEO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항상 필요한 개념입니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큰 눈으로 세상을 봤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너무 편협하고 작게 보기 시작하면 크게 뻗어나가기 어렵죠. 특히 학생들은 사고와 가치를 정립하는 시기인데, 이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어요. 방법은 여러 가지죠. 좋은 선배를 멘토로 얻든가, 좋은 책을 읽거나, 좋은 친구에게 이야기 들을 수도 있어요. ‘나는, 미래는’이라는 질문을 항상 하다보면 그만큼 큰 그릇의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약력
1952년생.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졸업. 뉴헤이번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2년 필립스코리아 입사. 1988년 의료기기 사업본부장. 1994년 필립스메디컬시스템즈 북미지역 전략사업담당 이사. 1996년 필립스코리아 부사장, 의료기기 사업본부장. 2006년 필립스코리아 대표이사(현).



CEO 인터뷰 후기
권순욱(단국대 무역 4)
[CEO 탐방] “스펙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의 CEO를 만난다는 설렘과 긴장 속에 필립스 사옥에 들어섰다. 드디어 첫 만남.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편안하게 맞아주신 김태영 대표님. 무엇보다 두 번의 사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과, 자신에게 엄격하고 냉철한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또 현실과 꿈의 밸런스 이야기도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는 뜻이었다. 일반적인 강의와는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달랐다. 학생 신분으로 글로벌 기업 CEO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너무 감사한다. 부족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현실과 꿈의 균형을 맞추라’는 말씀은 인터뷰 후부터 나의 새로운 좌우명이 됐다.



이유현(숭실대 국제통상 3)
[CEO 탐방] “스펙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
단순한 스펙 쌓기보다 내가 관심 있는 외국계 기업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필립스코리아 CEO 인터뷰에 지원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굉장히 떨렸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기업의 CEO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CEO보다는 ‘멘토’의 느낌이 더 강했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데, 정말 큰 길잡이를 만난 것 같다. 인터뷰 말미에 ‘세상을 크게 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또 이미 CEO로서 큰 성공을 이루셨는데도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고 경험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젊은이로서 도전하고 열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성공한 후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안락한 자리에만 버티고 서 있지 말고 언제나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배운 값진 경험이었다.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