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등산을 하다가 독사에게 물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재수 없는 일이 생겼다며 불운을 탓할 수도 있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를 문 독사를 잡아 죽이겠다고 달려들어야 할까. 아니면 독이 퍼져 생명이 위태로워지기 전에 독을 제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할까.

독사에게 물리는 것은 비단 등산하다 벌어질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삶 속에서도 치명적인 독을 가진 ‘삶의 독사’들에게 물리곤 한다. 가난이라는 독사, 차별이라는 독사, 연줄이라는 독사, 학벌이라는 독사, 왕따라는 독사, 음해라는 독사, 험담이라는 독사 등.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맹렬한 독사는 어디에나 있다.

그런 삶의 독사들에게 물릴 때마다 나를 물었으니 가만두지 않겠다고 쫓아다녀봐야 상태만 더 악화될 뿐이다. 독사에게 물린 것은 이미 발생해버린 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설사 독사를 잡아 죽인다고 해도 독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가령 학벌이라는 고약한 독사에게 물렸다고 하자. 움직일 때마다 몸 구석구석까지 치명적인 독이 퍼질 것이다.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잘못됐다고 아무리 몸부림을 쳐봤자 독만 더 고통스럽게 퍼질 뿐이다. 학벌이라는 독사에게 물렸을 땐 그런 대처 방법보다는 해독할 수 있는 대안을 빨리 찾아내 독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엔 불우한 가정환경이라는 지독한 독사에게 물렸다고 하자. 나를 이렇게 만든 사회나 부모를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길길이 날뛰어봤자 오히려 내 몸과 마음에 독이 더 빨리 퍼져 삶이 완전히 망가지는 결과만 가져온다. 그러나 가난이라는 독사에게 물린 이상 그 독이 더 퍼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빨리 치료하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한다면 뜻밖에 빠른 치유책이 나올 것이다.
[정균승의 희망칼럼] ‘삶의 독사’에게 물렸을 때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삶의 독사들에게 물린다. 이때 나를 문 독사를 죽이겠다고 덤볐다가는 더 큰 일이 생긴다. 설사 독사를 잡아 죽였더라도 잘못하면 내게 치명적인 상처가 남을 수 있다. 독사에게 물렸다고 생각된다면 냉정해져야 한다. 우선 독을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라. 화풀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유가 먼저다.

치유가 된 다음 화풀이를 하든 뭐를 하든 절차를 밟으면 된다. 하지만 화풀이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에 나를 물었던 독사는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땐 하늘을 보고 한바탕 크게 웃어보자. 이미 상처는 치유됐고, 내 삶은 더 건강해졌을 테니 말이다.
[정균승의 희망칼럼] ‘삶의 독사’에게 물렸을 때
정균승 국립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인기 블로그 ‘정균승의 테마여행(www.cyworld.com/wjdrbstmd)’을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멋쟁이 교수님. 자기 경영 분야 강사로도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