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테이블에 상자를 두고 갔다. 카드도 있었다. ‘역적 패당의 분별없는 도전을 짓부숴버리기 위한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 행동이 곧 개시된다. p.s. 이번에는 진짜야.’

‘도전’이라. “도전, 하셨어요?” “내가 통일교육원 특강에서 미사일 개발할 돈으로 농사나 잘 지으라고 한 말에 앙심을 품은 것 같아.” MB가 대답하자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은 모두 최근에 김정은을 서운하게 한 이들이었다.

김정은은 모두의 만류를 무시하고 로켓을 날려보려다 결국 실패했다. 꾸준히 그의 편을 들어주던 중국마저도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포기하고 민생발전에 집중하라고 충고했었다. 로켓 발사 후에는 MB,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이 김정은을 공격하는 발언을 했다.
[이종산의 이슈탐정소] 김정은 핵폭탄 상자 사건
“일단 지켜보죠.” 사람들이 흩어졌다. 나는 돌아와서 탐정소에 죽치고 있었다. 며칠 후 김정은이 음악회에서 김정일 찬양가를 들으며 우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상자를 던지고 간 후로 김정은은 더욱더 궁지에 몰렸다. 어린이날 MB가 김정은을 말 안 듣는 나쁜 어린이라고 비난했다. “세계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얘기하면 머지않아 북한도 그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될까. 뉴스를 접어놓고 이메일을 확인했다. ‘나는 레이디 가가 보러 가지롱.’ 친구의 메일이었다. 이메일을 늦게 확인해서 한국기독교총연맹이 레이디 가가 공연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레이디 가가를 비난하다가 비웃음과 우려를 샀던 일도 지난 일이 돼가고 있었다.

공연이 있던 올림픽주경기장 인근에서 신자들이 공연 반대 기도를 하는 사진을 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김정은이 미국 타임(TIME) 지에서 선정하는 영향력 있는 10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는 뉴스다. 김정은이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방어하기 위해 무기에 의존하는 악당’의 한 명으로 꼽혔다고 했다. 김정은도 레이디 가가로부터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번 사건의 범인은 레이디 가가다.



이달의 시사이슈 & 키워드 다시 읽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논란

- 북한은 1990년대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짐. 지난 1998년 ‘대포동 1호’를 시작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시도해옴.

- 2000년 이후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시작하며 ‘광명성’ 시리즈 발사 실험을 시도했음.

- 2012년 3월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인 4월 15일을 맞이해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

- 북한 측은 광명성 3호가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각국은 광명성 3호를 미사일로 규정,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

- 2012년 4월 13일, 북한은 각국의 미사일 발사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로켓 발사 강행. 로켓은 발사 직후 추락한 것으로 알려짐.

- 이후 유엔 안전보상이사회 개최, 기존안보다 더욱 강도를 높인 제재와 향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경고 내용을 포함한 의장성명서를 채택함.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사거리가 5500km 이상인 탄도미사일로 주로 핵무기를 싣기 위해 만든다. 미국과 옛 소련을 연결하는 최단 직선거리인 5500km를 기준으로 이 거리를 넘으면 ICBM으로 규정된다. 1991년 미국·러시아 전략무기감축협정 ‘START-1’에 따라 양국은 탄도미사일 보유수를 감축해 왔다. 현재 ICBM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5개국이다. 최근 인도에서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이종산 rolely@naver.com
사건의 여파를 추적하는 이슈탐정소장. 잡글이라면 다 쓰는 잡문쟁이. 한량 생활에는 염증이 나고 샐러리맨이 되기는 두려운 졸업 유예자로 캠퍼스를 어슬렁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