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를 TV로 시청했던 30대 이상에게는 친숙한 장면이다. 하지만 ‘건축학개론’의 열풍에서도 엿보이다시피 이제는 90년대라는 가까운 시기마저 레트로한 감수성의 소재가 된 것처럼 ‘코리아’는 20대 관객에게 또 하나의 신기하면서도 낯선 기억의 풍경일 것이다. 그러니까 1991년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 탁구팀을 결성했고 기대했던 바로 그 성과,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의 전국적인 감격의 순간 말이다.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오래된 기억의 풍경 코리아 外
1991년 한국 탁구계의 최고 스타 현정화(하지원)는 번번이 중국의 탁구 ‘마녀’ 덩야령(실제 이름은 덩야핑이지만 영화에선 이름을 바꿨다)의 벽에 부딪혀 은메달에 머문다.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이유로 남북 단일팀 결성이 강행된다. 그동안 대회에서 매번 라이벌로 만났던 선수들은 갑자기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 팀이 되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특히 남한의 에이스 현정화와 북한의 에이스 리분희(배두나) 사이의 신경전은 갈수록 예민해진다.

‘코리아’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국가대표’의 뒤를 잇는 스포츠 영화다. 대회에서 금메달 혹은 기록 갱신이라는 목표가 민족주의적 감수성과 접목되고, 동시에 팀원들의 사적인 면모를 자잘하게 포착하면서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물론 ‘코리아’에는 재미있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적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재미라기보다는 배우들의 개인기에 그친다는 느낌이 강하다.

127분이라는 시간 동안 남북 선수들이 겪어야 했던 정치적 긴장감을 형상화하고 해소하는 방식은 꽤 진부하고 미숙하게 이어진다. 정치적 이해관계는 금메달이라는 상징적 기표로 대충 무마되고, 모든 종류의 갈등은 인정에 호소하며 해결된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아버지와 지도자라는 사적 존재로 교환했을 때에는 그 극적 흐름이 보다 자연스러운 공감으로 소화돼야 하지 않을까.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오래된 기억의 풍경 코리아 外
그동안 남성 배우들이 독식하던 영화계에서 모처럼 여배우들의 매력이 한껏 돋보인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언제나처럼 성실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임하지만 현정화라는 역할 자체가 밋밋해서 아쉬웠던 하지원부터, 북한의 떠오르는 에이스 유순복을 연기한 한예리, 그리고 6년 만에 한국 스크린에 등장한 배두나의 도약이다. 지금껏 소녀 이미지가 강했던 배두나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여자, 대표팀 맏언니로서의 책임감과 애국심에 순응하는 여자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단언컨대 ‘코리아’를 보고 다시금 배두나의 팬이 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백설공주
감독 게리 로스 출연 줄리아 로버츠, 릴리 콜린스, 아미 해머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오래된 기억의 풍경 코리아 外
새 왕비(줄리아 로버츠)와 재혼한 왕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뒤 딸 백설공주(릴리 콜린스)는 18세가 될 때까지 성 안에 갇혀 지낸다. 왕비의 사치와 낭비벽으로 왕국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잘생기고 부유한 타국의 왕자(아미 해머)가 이곳을 방문한다. 왕비는 방해물 백설공주를 없애기 위한 흉계를 꾸미고 백설공주는 숲 속의 일곱 난쟁이와 재반격에 나선다.



데인저러스 메소드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이클 패스벤더, 비고 모텐슨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오래된 기억의 풍경 코리아 外
지그문트 프로이트(비고 모텐슨)는 제자이자 동료인 칼 융(마이클 패스벤더)과 함께 정신분석의 이론을 확립하려는 참이다. 이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성적 학대로 성 도착증과 히스테리를 앓고 있는 여성 사비나(키이라 나이틀리)가 등장한다. 융은 프로이트가 고안했던 ‘대화 치료’ 방법으로 사비나를 치료하던 중 그녀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멜랑콜리아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커스틴 던스트, 샤를로트 갱스부르, 키퍼 서덜랜드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오래된 기억의 풍경 코리아 外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은 마이클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 그 무렵 멜랑콜리아라는 이름의 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사람들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저스틴 역시 기이한 우울증 발작 증세를 보이며 결국 식을 망치고 만다. 언니 클로에(샤를로트 갱스부르)도 지구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다. 2011년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