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경험·풍성한 혜택은 덤


기업, 지자체, 축제, 박람회, 영화제, 그리고 대학. 마케팅을 위해 ‘홍보대사’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마다 원하는 콘셉트에 잘 맞는 홍보대사를 뽑아 이미지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것. 홍보대사 한명 한명이 마케팅 최전방 요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학의 홍보대사는 학교의 얼굴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짱짱한 전통과 치열한 경쟁률로 유명세를 떨치는 홍보대사가 적지 않다. 홍보대사 경력이 특급 스펙으로서 파워를 발휘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지난 3월 말 신입 홍보대사를 모집한 성신여대의 경우 20여 명 선발에 2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10 대 1의 경쟁률로 홍보대사의 높은 벽을 증명했다. 성신여대 홍보대사 ‘포러스’의 오효주 씨는 “홍보대사는 아무나 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인식이 많다”며 인기를 설명했다.

대학가에 처음 홍보대사가 등장한 것은 90년대 말 무렵이다. 숙명여대는 1999년 대학생 모델을 내세운 홍보를 시작했고, 성신여대는 1999년 홍보대사 1기를 모집했다. ‘대학도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대사를 운영하는 학교도 늘어났다. 주로 학교 홍보물에 모델로 나서는 게 홍보대사의 역할이었다.

2012년 현재, 대학 홍보대사의 역할은 초기에 비해 대폭 확대되었다. 사진 속 모델에 그치지 않고, 학교를 대표해 외부에 적극적으로 학교를 알리는 중책을 맡고 있다. 수동형에서 능동형 캐릭터로 바뀐 것이다. 홍보대사는 경우에 따라 마케터, 홍보 전문가, 기자, 아나운서, 기획자 등으로 활약한다. 전국 40여 개 대학 홍보대사의 모임인 한국대학교홍보대사연합(ASA-K)이 출범해 다양한 대외활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모델이 아니라 학교 직속 일꾼”
대학들은 연 1~2회 홍보대사를 공개 모집한다. 주로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성실성’과 ‘적극성’이 주요 선발 포인트. 그저 잘생긴 ‘모델’이 아닌 학교의 얼굴로 적극 활동하는 ‘일꾼’으로서 여부를 평가한다고. 스피치 능력, 외국어 실력 등도 참고한다. 성신여대 고동숙 홍보팀장은 “얼굴 생김새로 뽑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외모’보다는 ‘인상’으로 선발한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대다수의 학교 홍보대사가 동아리나 학생 자치단체가 아니라 학교에 소속돼 있다는 점이다. 주로 홍보실 혹은 기획실 소속으로 활동한다. 연세대 홍보실 관계자는 “홍보대사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학교 홍보 업무의 주축이기 때문에 홍보실이 직접 관리하며, 학적에도 연세대 홍보대사로 남는다”고 말했다.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신입생 유치·VIP 의전 담당 ‘전위 부대’

대학이 요구하는 홍보대사의 첫 번째 역할은 ‘우수 신입생’ 유치.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퍼스 투어나 입시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교를 알리는 일을 한다. 때로 중고등학교에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학교가 요구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홍보대사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발휘해 이벤트를 기획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립대 이루미 7기 회장 이중연 씨는 “모든 활동은 홍보대사인 이루미가 직접 기획을 한다”고 말했다. 이루미는 최근 ‘야식 들어갑니다’라는 이벤트를 기획해 고등학교에 찾아가 야식을 나눠주고 학교 소개와 멘토링을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신입생 유치활동 가운데 캠퍼스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캠퍼스를 방문한 중고등학생과 함께 대학 구석구석을 돌며 학교 소개를 한다. 이를 위해 홍보대사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한다. 이화여대 이화캠퍼스리더는 ‘인증 투어’라는 이름의 사전 훈련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다. 날씨와 건물, 투어 대상 등을 지정해 여러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이다. 입시철에는 대학 입학 설명회에서 안내와 상담을 맡는 것도 홍보대사의 몫이다.

대학을 방문하는 외부 인사들을 맞이하는 의전 활동 역시 홍보대사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다. 국내외 VIP가 학교를 방문하면 홍보대사가 안내와 학교 소개를 맡는다. 성신여대를 방문한 한미연합사령관, 이화여대에 방문한 힐러리 미 국무장관 등은 홍보대사의 안내를 받으며 대학을 둘러봤다. 숙명여대 앰배서더 노승명 부회장은 “외부에서 의전 요청이 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지난해 G20 서울 정상회의에도 참여해 의전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기 간행물 제작(카이스트 카이누리), 동문과의 교류(성균관대 S-ANGEL)에 힘쓰는 홍보대사들도 있다.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급 혜택
대학 홍보대사에겐 어떤 혜택이 주어질까. 홍보대사만 누릴 수 있는 특전이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유니폼과 장학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보다 큰 혜택은 활동 그 자체에 있다. 숙명여대 앰배서더 노승명 부회장은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 각종 대내외 활동 경험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홍보대사를 하면 무엇보다 적극적인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직 홍보대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화여대 이화캠퍼스리더 14기 기장 김효영 씨는 “홍보대사 활동은 그 자체로 비타민 같은 활력소”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애교심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교내 정보에 밝아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스펙도 탄탄해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쌓아나갈 수 있는 것도 홍보대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다.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한 홍보대사 선배와의 네트워크는 물론 동문, 외부 인사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접하며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성신여대 - 포러스
“아웃사이더도 모범생으로 만드는 신기한 활동”

성신여대 홍보대사 포러스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중고등학생, 외부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캠퍼스 투어는 이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까지 사용한다. “지난해 여대 ROTC가 화제가 되면서 한미연합사령관이 학교를 방문했어요. 당연히 포러스가 의전을 맡았죠. 홍보대사라서 가능한 그런 경험은 정말 감동적이랍니다.”(권다영 포러스 회원)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포러스의 신입회원 경쟁률은 보통 10 대 1. 그만큼 성신여대 학생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유니폼이 멋지다. 핑크색, 보라색, 파란색 등 총 3가지의 유니폼이 있는데 코트, 구두, 장갑, 머플러, 액세서리까지 풀세트라고. 유니폼을 입고 거리로 나서면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박슬기 포러스 14기 부회장은 홍보대사 활동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처음엔 화려해 보여서 지원했더라도 활동을 통해 학교를 사랑하는 모범생으로 변한다는 것.

“포러스는 학교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무슨 행동을 하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홍보대사를 하면서 달라졌어요. 수업도 열심히 듣고, 쓰레기라도 떨어져 있으면 절로 줍게 되었어요. 학교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동국대 - 동감
“교육·봉사·멘토링 통해 ‘자신감 UP’”

봄 꽃 만발한 동국대 캠퍼스를 50여 명의 고등학생과 함께 돌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대학생들. 주황색 스카프와 넥타이로 단정한 차림을 한 그들은 동국대 홍보대사 동감이다.
“캠퍼스 투어와 교내 주요 의전, 학교 홍보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매주 월요일엔 정기 회의를 하고 온라인 홍보도 활발하게 하고 있죠. 페이스북 ‘동감이’는 3000명의 재학생과 친구를 맺고 있어요. 학우들과의 소통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김유나 동감 6기 회원)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2006년 출범한 동감은 소모임 활동도 펴고 있다. 바로 ‘봉사단 동감’이다. 홍보대사 활동 중 배운 스피치, 매너 교육을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재능기부 하고 있다. “쉽고 재미있는 게임과 역할극을 통해 아이들의 자신감과 발표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게 이재완 씨의 설명이다.

선배들과 함께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심승민 씨는 “동감을 통해 배운 배려심과 남다른 경험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선배의 말에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학 때 실시하는 이미지 메이킹, 스피치 교육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교육 프로그램은 회원들의 역량 강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신지수 부회장은 “홍보대사 본연의 활동은 물론 취업과 사회 생활에 유용한 것만 체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숙명여대 - 앰배서더
“앰배서더 활동하며 미래 꿈 키워”

숙명여대 홍보팀 회의실에서 앰배서더 회원들을 만났다. 의전 활동으로 단련돼 있어서인지 스피치, 표정, 자세 모두 100점 만점에 100점인 여대생들. 한눈에 봐도 ‘외교사절’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교육을 많이 받아요. 수습회원은 교육을 이수해야 본격 활동에 참여할 수 있죠. 외국어 교육, 이미지 트레이닝, 성우 특강 등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해요. 토요일엔 스피치 교육을 받고요. 단어 선택법, 목소리 톤, 표정 연출까지 배운답니다.”(김윤희 앰배서더 13대 회장)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앰배서더는 1999년 출범해 올해로 14년째 활동하고 있다. 초기엔 학교 안내를 맡는 역할이었지만, 최근엔 귀빈 의전, 외부 봉사활동 등으로 활동 영역이 커졌다. 자연스레 홍보대사로서 자부심도 쑥쑥 자라고 있다고. 김슬기 앰배서더 부장은 “행사를 통해 평소 만나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영어 투어를 준비해야 하다 보니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영어 실력이 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 정보에 밝아서 해외 파견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많고, 충실한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도 회원들이 입을 모으는 홍보대사의 매력. 노승명 부회장은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꿈을 갖게 된 케이스다. 그는 “외국인 의전을 맡으면서 적성을 발견했다”면서 “이제는 외교관이라는 확실한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 S-ANGEL
“선후배 간 인적 네트워크 빵빵해”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보물과 같은 활동이죠.” “대학 생활의 전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진정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장이죠.” 성균관대 S-ANGEL 회원들의 홍보대사 예찬이다. 그만큼 활동을 통해 얻는 만족감이 대단하다는 뜻.

성균관대는 문과와 이과가 서로 다른 캠퍼스를 사용하는 이원화 캠퍼스다. S-ANGEL은 명륜캠퍼스(서울)와 율전캠퍼스(수원)에서 동시에 선발되어, 같은 기수로 함께 활동한다. 입학식과 졸업식, 동문회 등 거의 모든 학교 행사에 참여하며 다양한 자체 기획 이벤트도 연다.
[대학 홍보대사 열전] 우리는 학교의 얼굴
“언론인의 밤, 성균 체육인의 밤, CEO 초청 행사 등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많아서 좋아요.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 고민을 해결하기도 하죠.”(허연선 팀장)

연말에 여는 일일 호프 ‘막걸리에 빠진 산타’는 S-ANGEL표 이벤트. 크리스마스를 콘셉트로 기획부터 요리까지 모두 회원들의 손으로 한다. 매년 9월에 열리는 홈커밍데이에는 선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값진 조언과 인적 네트워크를 다진다. 한미연 씨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입사한 선배,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에 진출한 선배들에게 듣는 한마디 한마디가 약이 된다”고 말했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류다영 대학생 기자(동국대 회계2)│사진제공 각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