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연합 동아리
애드파워
[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전설의 동아리
창립 1989년
분야 광고
독도 광고로 세계를 놀라게 하다

2월 11일 토요일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2공학관.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빈 강의실에 적막을 깨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대학생이 들어섰다. 매주 토요일 광고 세미나를 열고 있는 ‘애드파워(Adpower)’의 회원들이다.

1989년 창립된 애드파워는 지금까지 동아리를 거쳐간 회원만 1200여 명에 달한다. 매년 60명의 신입 회원을 뽑는데 한 번에 2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다. 평균 4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애드파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의 활동은 매주 열리는 토요 스터디를 중심으로 ‘경쟁PT’ ‘광고전시회’ ‘애드캠프’ 등으로 이어진다. 상반기의 가장 큰 행사인 ‘경쟁PT’는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팀별로 기획 회의를 통해 제안서를 내고, PT를 통해 좋은 작품을 순위로 매긴다.

경우에 따라 기업 관계자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시안 제작과 집행까지 맡는 경우도 있기에 이 시기가 되면 모두가 밤샘을 거듭하며 치열하게 경쟁PT를 준비한다. 이 과정을 통해 광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된다.

광고, 마케팅 분야로 진출한 선배들이 직접 참여하는 심사 현장은 ‘살벌한 전쟁터’와 같다. “학생이라고 절대 봐주지 않아요. 혹독한 평가에 눈물을 흘리는 애들도 많은 걸요.” 애드파워 46대 회장 이준수(서울시립 도시공학 4) 씨가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배우고 얻어가는 게 많다”는 것이 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제일기획, 금강기획, LG애드, TBWA 등 국내외 유명 광고 기업과 마케팅 기업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은 애드파워의 또 다른 자산. 경쟁PT 심사 현장에선 따끔한 지적을 서슴지 않지만, 매주 열리는 광고 세미나에선 든든한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선배들을 만날 때마다 광고업계 현안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가르침을 얻었다”고 이준수 회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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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애드파워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광고를 제작했다. 한반도의 지도를 미국 유명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사진과 합성한 이미지의 광고였다. 동해 위 ‘점’과 같은 섬 독도를 마릴린 먼로의 상징인 코 옆의 ‘점’에 비유하며 ‘That’s the point’라는 카피를 덧붙였다. 작은 점 하나가 여배우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듯 한국의 아름다움 역시 작은 섬 독도가 완성한다는 메시지다.

기발한 발상의 이 광고는 다양한 통로로 배포되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미국 워싱턴대, 미네소타대에서 열린 독도의 날 행사에 광고가 전시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 코리아타임즈를 비롯해 국내외 언론이 이들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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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파워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부회장 임정연(숙명여대 의류 3) 씨가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남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다른 동아리와 차별화되는 애드파워만의 특징으로 꼽았다. 독도 광고를 탄생시킨 PBA(Powered by Adpower) 프로젝트는 “기업의 니즈를 맞춘 광고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보자”는 회원들의 의견에서 출발한 회심의 기획이다. 기획부터 제작, 배포까지 모든 과정을 외부 개입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했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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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올해도 또 다른 ‘광고 혁명’을 꿈꾸며 방학과 주말을 모두 반납한 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준수 회장은 “올해는 20대의 문제점을 스스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찾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애드파워로 오길 바랍니다. 같이 활동하며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광고, 마케팅 분야로 진출한 선배들이 직접 참여하는 심사 현장은 ‘살벌한 전쟁터’와 같다. 하지만 그만큼 배우고 얻어가는 게 많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
사진제공 애드파워



국제교류 연합 동아리
OVAL
[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전설의 동아리
창립 2003년
분야 국제교류(국제회의 기획 및 문화 교류)
글로벌 리더로 크고 싶다면 오라

“2012 년 열리는 제10회 도쿄 대회부터 참가자의 수를 늘릴 것을 제안합니다.”
“동계 회의에 쓰이는 비용을 정례화해 개최국과 참가국 간의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국제회의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중·일 3국의 대학연합동아리인 ‘OVAL’ 회원들이 나누는 이야기다.

겨울방학이 끝나가는 지난 2월, OVAL의 한국 지부인 ‘OVAL KOREA’ 회원들은 OVAL 동계 회의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OVAL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서로의 나라를 방문했을 때 반갑게 맞이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죠.” 정다혜(이화여대 국제 2) 씨의 말처럼 회의장에 도착해 있던 중국, 일본의 회원들이 한국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OVAL(Our Vision for Asian Leadership)은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한·중·일 대학생들의 모임. 지난 2003년 결성된 이후 매년 8월 다양한 주제로 비즈니스 플랜을 짜는 국제경영대회(OVAL Business Contest)를 개최해왔다. 일반적으로 나라별 경쟁이 이뤄지는 국제 행사와 달리 OVAL의 비즈니스 콘테스트는 각 나라의 참가자들이 3인 1조로 한 팀을 이뤄 의견을 모아가며 교류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매년 2월에 열리는 동계 회의는 3국의 스태프가 모여 OVAL의 진행 방향을 토의하고 그 해에 열리는 대회를 준비하는 자리다. OVAL이 만드는 하계 행사는 3개국에서 90명의 대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회인 만큼 논의할 사안이 많아 매일 새벽까지 회의가 이어진다.

“OVAL에서 활동하며 가장 힘든 일은 각국에서 모인 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OVAL KOREA 회장 하태근(숭실대 경영 3) 씨가 말했다. 중국·일본 부원들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나 생각처럼 계획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는 실망하기도 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이도 있다고. 하지만 대규모 국제 행사를 직접 기획해보는 경험은 협력과 책임감을 배우고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그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며 OVAL 활동을 수료하면 결국 힘들었던 일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아시아를 넘나드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OVAL 회원들이 손꼽는 동아리 활동의 장점. 정다혜 씨는 “국적 불문하고 매년 최소 2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다 보니 세계를 보는 시각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활동을 하면서 소중한 인연을 만들고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번은 ‘서프라이즈’라며 갑자기 한국을 찾아온 중국 친구를 종로에서 만나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이번 방학엔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가는데 그곳에서도 OVAL JAPAN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죠.”

그동안 OVAL을 거쳐간 선배들과의 만남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대기업, 공기업, 언론사, 항공사 등으로 진출한 선배들은 “OVAL의 행사 경험을 통해 키운 국제적 소양이 사회 생활의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조언한다. 신요섭(한양대 중문 4) 씨는 “1년에 두 번 OB 선배들과 모이는 자리가 있고, 온라인을 통해 자료를 구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며 “이러한 지속적인 교류가 OVAL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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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AL은 3월 말까지 신입 부원을 모집한 뒤 올해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 2011년 여름, 한국 OVAL에서 주최한 제9회 대회가 역사상 최고라는 호평을 받았던 만큼,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 하태근 회장은 “OVAL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열정적으로 국제 행사를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을 직접 해낼 수 있다는 점이 OVAL 활동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대규모 국제 행사를 기획하며 매년 최소 2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다 보니 세계를 보는 시각이 넓어진다.

글 양해진 대학생 기자(서강대 신문방송 3)
사진제공 OVAL




서울예대 창작극 동아리
만남의 시도
[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전설의 동아리
창립 1981년
분야 창작극
예술은 만남에서 시작된다

“사장이 너무 똑똑한 것 같아요. 쓰는 단어도 그렇고.” “사장이 똑똑한 게 아냐. 허세야. 어려운 말을 일부러 쓰는 거지.” “1장에서 넘어갈 때 손님이 문으로 단순한 대목이 좀 어색해요.” “나는 그걸 연극적 상상에 맡기고 싶어. 단순한 문이 아니야.”

강의실에 둥글게 마주 앉은 20여 명이 소리 높여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서울예대 창작극 동아리 ‘만남의 시도’ 회원들이다. 공연을 앞두고 극작가와 연기자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진 것. 그렇게 즉석에서 대본이 수정되기도 하고 없던 부분이 첨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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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시도가 기타 공연 동아리와 다른 점은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학생들이 도맡는다는 것이다. 서울예대의 다양한 학과가 한 데 모여 극작과 학생이 글을 쓰고 연극과에서 연출을 하고 디자인과에서 무대디자인을 하고 연기과에서 연기를 한다.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과이지만 글을 쓰고 연극과 학생이 배우를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다 보니 극이 올라갈 때까지 수정이 잦고 마찰도 생긴다. 바로 그게 매력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하지 않은 것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기쁨이 있죠. 연기자에게는 극의 첫 배우라는 타이틀이, 연출가는 역할을 창조하는 첫 번째 감독이 되는 거예요. 서로 다른 역할을 경험해보면서 학과 공부 이상의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만남의 시도 31기 회장 오병호(서울예대 연기과 2) 씨의 얘기다.

만남의 시도는 1980년대 마당극 동아리로 만들어졌다. 만남의 시도가 낳은 유명 영화감독 장진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면서 창작극 동아리로 성격을 바꾸게 됐다. 만남의 시도는 장진 외에도 신하균, 황정민, 정재영, 김현철 등 걸출한 선배진을 자랑하고 있다. 바쁜 스케줄에도 자주 동아리를 찾아 조언과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장진 감독은 만남의 시도 30주년 기념극 ‘로미오 지구 착륙기’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도 했다. 총 500여 명으로 구성된 동문은 만남의 시도 안에서 끈끈하게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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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토가 가족이에요. 만남의 시도라는 이름도 ‘예술은 만남에서 시작된다’는 한 러시아 극작가의 말에서 만든 것인데, 실제로도 많은 만남이 이뤄지고 있죠. 선배들에게 지속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일명 ‘만시국’으로 통할 만큼 학교 내에서도 유명 동아리라는 만남의 시도는 일 년에 두 번 극을 올리는 게 주요 활동이다. 방학 기간에 매일 모여 연습과 훈련을 거듭한다. 아침에는 등산을 하고 밤에는 뒤풀이로 마감한다. 학기 중에는 공연이 없지만 자발적으로 매일 모인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모여서 친목 도모를 해요. 작품을 함께 일궈나가는 가족이다 보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우리의 활동 중 하나예요. 아침 등굣길에 주먹밥 나눠주기, 프리허그 이벤트 등 의미 있는 행사를 기획해서 꾸준히 하고 있고요. 그 밖에 전체 동문들이 모이는 총 동문 MT도 빠지지 않고 진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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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하나를 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은 지원을 받거나 단체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모집하는데 필요한 소품은 길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누가 버린 가구가 있으면 다시 못을 박고 색을 칠해서 소품으로 써요. 다 함께 막노동을 하기도 하죠.”

만남의 시도는 지난 겨울방학 내내 준비한 창작극 ‘타인에게 말을 걸다’를 3월 17~18일 선보인다. 완성도를 높여 대학로에 올리는 게 목표다. “어떤 아마추어가 만든 작품 이상으로 좋은 공연일 거라고 확신해요. 관객과의 성공적인 만남을 기대해주세요.”

“누군가가 하지 않은 것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기쁨이 있죠. 서로 다른 역할을 경험해보면서
학과 공부 이상의 것을 배웁니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제공 만남의 시도



숭실대 발명 동아리
바람개비
[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전설의 동아리
창립 1990년
분야 발명
미래의 아이디어 뱅크, 누군지 궁금해?

50명에 육박한다는 동아리 학생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기는 한 걸까. 결코 넓지 않은 ‘바람개비’의 동아리방. 학생들은 이곳에서 끝없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방보다 더 큰 열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 뜨거운 첫 시작은 1990년 9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바람개비는 자칭 반 타칭 반 숭실대의 대표 동아리가 됐다. 겉으로만 그럴듯한 발명 동아리가 절대 아니다. 매년 다양한 활동과 화려한 수상 경력, 50여 건의 특허 기록 탓에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여러 번이다. 1년의 활동 계획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학생들 꽤나 바쁠 것 같다.

우선 MT와 OT, 창립제 등 일명 ‘남들 다 하는 행사’를 한다. 발명 동아리인 만큼 각종 발명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한다. 작년 ‘창의발명 경진대회’에서는 단체상과 더불어 출전했던 3개 팀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아이디어 회의와 한 달에 한 번 있는 총 아이디어 회의도 빼놓을 수 없다. 1년 중 3, 4일 정도는 교내 작품전시회도 가진다. 그동안의 고생을 갈고닦아 선보이는 자리이면서 유일하게 동아리 외부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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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행사는 매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여름발명학교’다.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에게 과학 상식과 발명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것이 목표다. 학교 선정, 숙식 해결과 재정 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항을 회원들이 발로 뛰어서 해결해야 한다.

이쯤 되면 정해진 행사 소화하랴 새로운 발명품 생각하랴 다들 지칠 법도 한데, 정작 회원들은 동아리 활동에 매우 만족하는 눈치다. “발명만큼 좋은 것이 동아리 사람들!”이라고 외치는 그들의 활력소는 다름 아닌 친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힘든 작업에서 생기는 유대감, 이것이 바로 바람개비를 끈끈하게 이어준다. 활동은 구체적이고 체계화됐어도 유연한 선후배 관계가 유쾌한 동아리 분위기를 만든다. 회장 고중광(숭실대 기계공학 2) 씨가 “아버지 같은 선배에게도 ‘형’이라고 부르는 게 철칙”이라며 웃어보이자 학술부장 변정호(숭실대 화학공학 3) 씨가 “1기 선배들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준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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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바람개비의 발전에는 선배들의 몫도 크다. 편안한 분위기 조성과 현실적인 피드백도 모두 선배의 역할이다. 변리사를 준비하거나 회사 내 특허, 제작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선배들의 얘기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한 선배는 면접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합격한 뒤, 그 제품을 특허로 완성시키기도 했다고.

바람개비 회원들은 다른 학생들과 확실히 차별화된 강점을 갖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끊임없이 발명에 대해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기본, 발명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그 단짝인 특허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할 수 있다. 특허의 중요성은 물론 간단한 방법이나 특허 검색법, 무료 변리 이용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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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회원들은 매년 지치지도 않고 대회에서 상을 안고 온다. 하지만 상장이나 상금만이 이들의 목표는 아니다. 겉보기에 바람개비는 작은 장난감에 불과하지만 그 기본 원리가 대형 항공모함 속 스크류, 큰 비행기의 프로펠러나 발전소 터빈을 움직인다. ‘바람개비처럼 작은 원리가 큰 발명품으로 연결돼 편리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바람개비인들의 희망이자 꿈이다. 20여 년 전 지금의 바람개비를 있게 한 한마디 ‘살아 있거든 생각하라’. 이사 후 아직 정리되지 않은 동아리방이었지만 회훈이 담긴 액자만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바람개비 회원들은 매년 지치지도 않고 대회에서 상을 안고 온다. 하지만 상장이나 상금만이 이들의 목표는 아니다.

글 박혜인 인턴 기자 pie@hankyung.com
사진제공 바람개비



연세대 토론학회
Y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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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05년
분야 토론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토론에 미쳤다!

“우리나라 해군의 가장 중요한 병력이 이지스함입니다. 만일 이지스함이 제주도 해군기지에 배치되면 유사시 서해까지 가는 데 24시간, 동해까지 가는 데 48시간이 걸립니다. 굳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방금 긍정 측에서 언급하신 부분은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국가 안보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논란’을 두고 4명의 패널이 치열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책상 위 수북이 쌓인 자료들이 토론 준비 과정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강의실 안 숨죽인 청중 20여 명은 이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표현에는 탄성과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연세대 토론학회 ‘YDT(Yonsei Debate Team)’에서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토론 세션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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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창립된 YDT는 매 학기 20여 차례 토론 세션을 연다. CEDA토론, 이슈토론, 독서토론으로 구성되는 토론에 20~30명의 회원이 돌아가며 패널과 청중으로 참가한다. ‘국립대 법인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위키리크스 정보 공개’와 같은 시사 이슈부터 ‘사랑의 기술’ ‘1984’와 같은 책에서 뽑아낸 주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YDT 학회장을 맡은 안상우(연세대 노어노문 4) 씨는 “주제가 공지되면 ‘집착’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자료 수집에 목숨을 건다”는 말로 학회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토론 자료를 찾다가 이지스함이 정말 서해에 들어올 수 있나 궁금해서 국방부에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어요. 관련 기업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국회에 전화해 보좌관과 통화를 하는 경우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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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이토록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YDT 부회장인 서정길(연세대 법학 3) 씨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를 보는 눈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바뀌었다”고 토론의 매력을 설명했다. 각각의 사안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다 보니 스스로도 몰랐던 고정관념을 깨닫고 사회를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점이다.

‘토론’의 진짜 재미는 세션 이후 뒤풀이 자리에서 오고 가는 ‘막후 토론(After Debate)의 장’에서 나온다. 패널과 청중이 역할에 관계없이 그날 토론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고 한다. 창립 7년의 길지 않은 역사지만 각종 토론대회에서 30차례 이상 수상한 YDT의 화려한 이력은 그들의 숨은 내공을 뒷받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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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tvN ‘대학토론배틀’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해 이슈가 됐던 연세대 ‘토론헌터’ 팀도 모두 이 학회 회원이다. 그에 앞서 열린 EU토론대회에서는 YDT 회원들이 1, 2, 3위를 모두 휩쓸기도 했다. 해당 대회 우승자인 서정길 씨는 “토론대회 준비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며 “매주 YDT 세션 준비를 하듯 똑같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언론계, 방송계, 로스쿨 쪽으로 다양하게 진출한 선배들은 졸업 후에도 가끔 목요일 토론 세션에 찾아와 응원할 정도로 학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사회에 나가봐도 우리처럼 온 마음을 다해 회의하고 토론하는 곳은 없다고 선배들이 말씀하세요.”

안상우 회장은 “나이와 성별, 성향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YDT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단순히 지적 유희를 즐기는 집단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와서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진짜 토론을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
사진제공 YDT




계명대 자동차 동아리
속도위반
[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전설의 동아리
창립 1996년
분야 자동차
세계를 휩쓸 한국 자동차 우리가 만든다

전국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 종합 우승,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 본상, 세계 대학생 자작자동차 경주대회 10위권 진출. 국내외 각종 자동차 대회에 ‘속도위반’이 새긴 화려한 이력이다.

‘속도위반’은 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과 학생들이 주축인 자작자동차 동아리다. 이륜차 엔진(125㏄)을 이용해 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 주 활동이다.
그동안 속도위반을 거쳐간 회원 수는 100여 명. 매 학기 활동하는 인원은 10명 남짓으로 작은 모임이지만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기량은 대규모 동아리 못지않다. 졸업생들 역시 동아리 활동 경험을 살려 대부분 기계 및 자동차부품 회사로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했다.
[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전설의 동아리
[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전설의 동아리
이들은 창단 첫해인 1996년 ‘제1회 전국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이후로도 실력을 갈고닦아 지난 2010년 현대기아자동차에서 개최한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한편, 2011년에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열린 ‘세계 대학생 자작자동차 경주대회’에서 1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서 주관하는 세계 대학생 자작자동차 경주대회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자동차 공학도들이 모여드는 대회.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 본선 진출 자체가 어려운 대회로 알려져 있다.

‘속도위반’은 이 대회를 위해 겨울방학도 반납한 채 5개월 이상 차량 제작에 매달렸다. 속도위반을 이끌어온 송치훈(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 4) 회장은 “스폰서가 없어 제작비를 아껴가며 고생 끝에 차량을 제작했는데, 대회 첫날부터 브레이크 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회상했다.
[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전설의 동아리
알고 보니 영어로 된 규정집을 잘못 해석해 생겼던 문제. 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밤새 차량을 다시 정비했다. 송 회장은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그동안 서로가 노력한 것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정적 검사와 동적 검사를 통과한 그들은 4시간가량 빠르게 트랙을 도는 내구성 테스트에서도 무사히 완주, 전 세계 유수 대학들 가운데 종합 16위를 기록했다. 송 회장은 “매년 속도위반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세계 10위 안에 든다는 목표도 언젠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속도위반이 거둔 또 하나의 기록은 한국자동차공학회가 주최한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 국내 대회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회를 겨우 17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성능이 나오지 않아 처음부터 차량을 다시 제작하게 된 것. 송 회장은 “매일 밤샘 작업과 다툼을 반복했다. 서로 싸우면서 스트레스를 푼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새만금 군산자동차 경주장에서 3일간 열린 이 대회에는 전국 70여 개 대학의 120개 팀이 참가했다. 고생 끝에 탄생한 속도위반의 차량은 둘째날 비가 내리는 악재 속에서도 준결승 1위로 결승에 진출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2위와 한 바퀴 이상 차이를 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종합 1위를 했을 때 모든 힘든 기억이 사라지는 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속도위반 회원들은 요즘도 미국 대회 준비를 위해 학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방학도 따로 없이 매일 일하지만 속도위반의 일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쉽게 도전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새로운 스펙과 경험을 접할 수 있는 동아리죠. 더 많은 학생들이 자작자동차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속도위반’은 이륜차 엔진(125cc)을 이용해 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직접 설계·제작한다. 각종 대회 출전 모습.

10명 남짓으로 작은 모임이지만 열정과 기량은 대규모 동아리 못지않다. 졸업생들 역시 경험을 살려 대부분 기계 및 자동차부품 회사로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했다.


글 신은진 대학생 기자(계명대 교육 3)
사진제공 속도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