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한국 대학생

외국인 유학생 10만 시대.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낯선 외모의 대학생들은 한국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 한국 체류 기간 평균 4년. 한국에서 동아리, 아르바이트, 인턴십을 모두 경험해봤다는 외국인 유학생 4명을 만났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그들이 들려주는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다] 속 깊고 공부 열심히 하지만… 뭐! 꿈이 삼성이라고?
part 1. 연애
“여자친구 가방 들어주는 남학생들 멋있어”

아르미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남녀가 데이트할 때 남자가 비용을 100% 내야 해요. 친구들끼리 만나도 남자가 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요. 그래서 항상 힘들었어요. 파산할 뻔했다니까요. (웃음) 그런데 한국에 왔더니 여자친구가 더치페이하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좋았어요. 남자들도 데이트 비용 다 부담하려면 힘들어요. 여자들도 알아줘야 합니다.

가마하라 일본은 원래 정확하게 더치페이로 해요. 여자 입장에서는 안 좋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남자들이 밥도 사주고 여자친구 가방도 들어주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본 남자 중에 데이트하면서 가방 들어주는 남자는 많지 않거든요. 또 한국 남자들이 일본 남자들보다 키도 큰 편이니까 아무래도 남자답게 보여서 좋았죠.

아르미곤 한번 여자친구랑 싸운 적이 있는데요, 스포츠 경기를 할 때였어요. 같이 축구 경기장에 갔는데 ‘Go Korea’라고 쓰인 빨간 티셔츠를 입으라는 거예요. 저는 입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싸웠어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축구로는 라이벌이에요. 한국 사람들의 애국심 존경하지만 저한테 한국 팀을 응원하라고 강요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다] 속 깊고 공부 열심히 하지만… 뭐! 꿈이 삼성이라고?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다] 속 깊고 공부 열심히 하지만… 뭐! 꿈이 삼성이라고?
part 2. 취업
“꿈이 뭐냐고 하면 ‘삼성’이라고 답하더라”

장용걸 한국 대학생들이 관심 있는 건 토익, 고시, 그리고 삼성? 꿈이 다 똑같아요. 전부 삼성에 들어가고 싶어해요. 모두 다 약속한 듯이 토익 공부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한국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취업하기가 너무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그렇게 하니까요.

아르미곤 한국인들에겐 대학 이름이 중요한 것 같아요. ‘SKY’인지 아닌지가 중요하고, 그 대학에서도 유명한 학과에 다니는 게 중요해요.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지방대를 다녔어요. 공부하고 싶어서 왔기 때문에 대학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대학원으로 오면서 경희대에 들어왔더니 사람들이 다르게 보더라고요. 좋은 학교 다니니까 여자친구가 많아졌어요.


알리나 고등학교 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와도 또 좋은 일자리를 구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친구들 얘기를 듣고 ‘대기업에 가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돈보다는 제 마음이 편한 일을 하기로 했어요. 돈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만족할 수 있잖아요.


가마하라 일본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보니 한국은 일본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 일할 때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했죠. 신입사원으로 일했던 2년 동안 휴가도 못 썼어요. 딱딱한 일본의 회사 분위기보다 한국에서 조교로 일하는 지금이 좋아요.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다] 속 깊고 공부 열심히 하지만… 뭐! 꿈이 삼성이라고?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다] 속 깊고 공부 열심히 하지만… 뭐! 꿈이 삼성이라고?
part 3. 대인관계
“선배라고 부르면 밥 사주는 문화 신기해”

장용걸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안녕하세요’밖에 못했어요. 한 달 정도 어학당을 다니다가 목공예 동아리에 찾아갔는데 정식 학생이 아닌데도 흔쾌히 받아주더라고요. 그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한국어가 많이 늘었어요. 특히 부산에서 올라온 한 친구가 있었는데 제가 휴대폰을 살 수 있게 보증인도 돼주고 부산 집에도 초대해줬어요. 한국 생활에 처음 적응할 때 도와준 사람이라서 제일 기억에 남는 친구예요.

알리나 전공은 다른데 같은 수업을 듣게 되면서 친해진 친구가 있어요.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외국인이니까 한국말을 못 알아들을 줄 알고 아주 천천히 말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참고 들었는데 너무 느리게 말하니까 조금 답답해서 결국 “한국말 잘 안다”고 했어요. 제가 한국말을 하니까 깜짝 놀라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한편으론 외국인이라고 배려해주는 모습이 고마웠어요.

장용걸 한국에서 제일 좋은 점은 선후배 문화예요. 방학 때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선배들이 제가 후배라고 항상 밥을 사줬어요. 한국 학생들에게 정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물론 제가 선배가 되면 후배한테 밥을 사야 하지만 후배일 때는 정말 좋죠. 밥을 먹으면서 친해질 기회도 많고요.


part 4. 공부
“학교, 학원, 과외, 알바… 휴식은 언제?”

알리나 한국 대학생들은 시험 기간에만 도서관에 가요. 몇 달 동안 배운 내용을 며칠 안에 다 외우죠. 벼락치기로 시험을 보고 그 후엔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도 한국인 친구들의 특징이에요.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하고 싶어하죠. 학교를 다니면서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해요.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어서 항상 피곤해 보여요. 한국인들 왜 건강은 챙기지 않나요?

가마하라 휴학을 한 뒤에도 공부를 하는 게 신기해요. 원래 휴학은 공부를 쉬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한국에선 휴학한 뒤에도 학원에 다니면서 전공과 관계없는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많더라고요. 심지어 방학 중에도 공부를 하고요. 일본의 대학생들은 방학 때 주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공부는 별로 안 하거든요.

아르미곤 한국 학생들이 영어 공부에만 ‘올인’하는 게 이상해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항상 영어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특징이에요.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토익 점수는 높은데 영어는 잘 못하고 막상 회사에 가도 영어를 안 쓴대요.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면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텐데….

알리나 우즈베키스탄에선 한국처럼 영어만 배우려고 유학을 가진 않아요. 유학을 가는 건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해서죠. 전 영어를 꼭 외국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외국에 가서도 한국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돈만 낭비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