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들어본 적 있어? 있지. 요즘도 들어? 아니. 친구는 시큰둥했다. 그건 왜? 별거 아니야. 나는 말을 돌리며 어제 접수된 사건을 떠올렸다. 이번에 나를 호출한 이는 나꼼수의 재정관리인이었다. 그는 나꼼수의 재산인 청취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를 해적의 지하금고 앞으로 데려갔다.

“청취율이 조금씩 줄고 있어요.” 그가 근심스럽게 말했다. “얼마나요?”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물량을 파악하는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거든요.” 확인할 수는 없지만 청취율이 조금씩 새어나가고 있다. 나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최근에 비키니 사진으로 장사가 꽤 되지 않았어요?” “부피만 큰 물건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비키니가 잘 팔리고부터 더 그렇게 됐죠.”

스마트폰 천만 시대에 팟캐스트 이용자 수도 대폭 늘었다. 나꼼수는 팟캐스트 호황에 누구보다 재미를 보지 않았던가. 나꼼수의 회당 누적 다운로드 청취자 수는 600만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청취율이 손실되고 있다니. 나는 재정관리인이 망상증 환자가 아닌지 의심했다. 나꼼수의 총책임자 정봉주가 구속된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과민해진 것은 아닐까.

“그런데 나 요즘 전하 때문에 미치겠어.” 전하라니. 내가 멀뚱거리자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 안 봐?” 순간 전광이 스쳤다. 해품달! 나는 해적의 지하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전하와 마주쳤다. 전하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나꼼수의 청취율을 두 팔 가득 안은 채로. “전하,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나는 전하를 말리기 위해 정색하고 진언을 드렸다. 그러자 전하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전에 나는 전하의 짐을 빼앗아 들고 있었다. “이런 험한 일은 소신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옥체가 상하실까 두렵습니다.”
[이종산의 이슈탐정소] 나꼼수 청취율 도난사건
범인은 해품달이었다. 그러나 범인이 해품달뿐일까. ‘난폭한 로맨스’일 수도 ‘무한도전’일 수도 있다. 나꼼수는 재미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예능으로 시작한 나꼼수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청취자들은 팬덤으로 들어가거나 프로그램에서 한 발짝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몸집이 불어난 나꼼수가 제 무게를 견디고 성장할 수 있을까.
[이종산의 이슈탐정소] 나꼼수 청취율 도난사건
이달의 시사이슈 & 키워드 다시 읽기

‘나는 꼼수다’는?

- 딴지일보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 방송. 2011년 4월 28일 시작돼 지금까지 40여 회 방송.

-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시사인 주진우 기자, 정봉주 전 국회의원 등이 주요 출연자(정봉주 의원 구속 후 ‘나꼼수 봉주’ 시리즈로 시즌을 이어가고 있음).

-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으며, 사회적 이슈를 특유의 풍자로 담아내 이름을 알리기 시작.

- 2011년 8월 22일 방송된 호외편은 아이튠즈 세계 팟캐스트 에피소드 1위를 차지하는 등 단기간에 큰 인기를 끌었음.

- 2011년 11월에는 뉴욕타임스 해외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서 통치자의 풍자를 통해 젊은이들의 분노 창구 역할을 하는 토크쇼로 나꼼수를 보도하는 등 해외 언론의 관심도 이어짐.



이종산

사건의 여파로 진실을 추적하는 이슈탐정소장. 잡글이라면 다 쓰는 잡문쟁이. 한량 생활에는 염증이 나고 샐러리맨이 되기는 두려운 졸업 유예자로 캠퍼스를 어슬렁대고 있다. role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