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아닌 선택. 나라의 부름이 없어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발적으로 군대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여성 군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에게 입대는 취업과 동일한 개념으로 통한다. 특수 공무원 신분으로 주택, 보험 등의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매력적이다. 2010년부터는 여성 ROTC의 출범으로 여성 장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그렇다면 여성 군인으로서의 삶은 어떠할까. 전역 후 취업은 어렵지 않을까. 8년간 여군으로 복무하고 성공적으로 사회에 안착, 탄탄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박원경 씨(‘여군이 되고 싶다 cafe.daum.net/womensarmy’ 커뮤니티 운영자)를 통해 여성 장교의 세계와 장교 출신으로 취업하기에 대해 들어보자.
[Military&Job]리더십·책임감·실행력을 갖고 싶다면, 여성 장교가 답이다
박원경 씨는?
숙명여대 한국사학과 졸업
여군사관 44기 임관, 육군 28사단·30사단·이라크평화재건사단·56사단 근무
2007년 대위 전역
홍보대행사 피알원에서 팀장으로 근무 중



박원경 씨가 대학 졸업을 할 무렵 IMF 사태가 터졌다. 취업의 길은 묘연했고 그는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여군이었다.

“대학 3학년 때 여군 캠프에 다녀온 후 여성 장교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선생님을 하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역사 전공을 살려 군인을 가르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무원이기도 하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당시만 해도 여성 장교가 흔한 직업은 아니었다. 육·해·공군을 통틀어 여성 장교 60여 명으로 소수였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박 씨는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정훈공보장교로서 총 8년간 전후방, 해외파병지에서 장병들의 정신 교육과 군의 홍보·공보를 담당했다.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와서 군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는데 정훈병과에 소속돼서 홍보 일을 접하게 됐어요. 그게 제 인생을 바꿨죠. 지금까지 그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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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대학 졸업 후 20대 청춘을 모두 군대에서 보냈다. 꽃다운 나이에 군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국방 안보라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어요. 사회에서 20대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는데 여군은 적게는 20명, 많게는 300명의 청년을 관리하게 되거든요. 그 생활을 2~3년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생겨요. 리더십, 실행력, 위기대처능력 등은 군 생활에서 체득한 저의 자산이죠.”

대다수가 남성인 집단에서 차별에 대한 염려가 있을 법도 하지만, 박 씨는 군대야말로 차별 없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곳이라고 말한다.

“군대는 계급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우도 확실해요. 나이나 성별에 대한 편견 없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곳이에요.”

또한 특수 공무원으로 신분이 보장되고 숙소 지원, 대출·보험·휴양 시설 등의 각종 복리후생도 누린다. 국내외 교육기관에서 정부 지원으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남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 큰 매력이 있다. 박 씨가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파병을 갔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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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라크 내에는 다국적군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어요. 한국군은 학교를 지어주고 교육 시설과 국가 기반 시설을 정비하는 일을 했는데요, 저는 우리 군이 하는 일들을 현지 신문으로 만들어 배부하고 홍보하는 일을 했어요. 당시 자이툰 부대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아서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대내 홍보에도 힘을 썼죠. 한번은 자이툰 부대를 배경으로 CF 촬영도 했어요.(웃음)”

반면 1년에 한 번꼴로 있는 근무지 이동을 힘든 점으로 꼽았다. 각종 야외 훈련 등 남군과 동일한 조건에서 체력 단련을 해야 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와 단절된 상태에서 결혼에는 어려움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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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오히려 기회가 많아요. 군인 커플이 많은 게 특징이죠. 여성은 군대에 오면 누구나 공주가 될 수 있어요.(웃음)”

여군은 임관 후 2년 내외에 장기복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장기복무자로 선발되면 군대에 남고, 그렇지 않으면 전역을 한다. 취업을 할 때는 여성 장교였다는 사실 하나가 남부럽지 않은 스펙이 된다고 한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스펙은 좋지만 조금만 힘들면 금세 포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군대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주어진 시간에 계획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법을 배워요. 장교 출신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을 수밖에 없죠.”

책임감, 업무 추진력, 조직관리 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다. 특히 여성 장교는 희소성이 있어서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박 씨는 회사에서 “여군 출신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Military&Job]리더십·책임감·실행력을 갖고 싶다면, 여성 장교가 답이다
“여성으로서 리더십을 키우고, 남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은 여성 장교를 눈여겨봤으면 좋겠어요. 투철한 안보관과 국가관, 그리고 봉사하며 산다는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박 씨 또한 만약 대학생이 된다면 다시 한 번 군대에 지원하고 싶다고 말한다.

“군대와 사회 모두를 경험해봤지만 군대가 적성에 더 맞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보낸 곳이니까 애착이 많이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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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장교가 되고 싶다면?

일반적으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은 학사 장교(사관후보생) 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삼군(육군·해군·공군) 모두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사관후보생을 모집한다. 이 밖에 대학 재학 중 여성 ROTC 선발 시험에 합격하면 졸업 후 여성 장교로 임관할 수 있다. 군대는 성실함과 책임감을 우선으로 하는 조직이므로 장교 선발 시 대학 성적을 중요한 평가 자료로 삼는다. 면접에서는 국가관에 관한 질문이 필수로 나온다. 각 병과와 관련한 학과를 졸업하거나 어학 우수자, 각 군 참모총장의 추천서를 받은 자, 국가 유공자, 일부 자격증 소유자 등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여성 장교의 소속

육군 : 보병, 통신, 정훈, 부관, 정보, 경리, 헌병, 수송, 의무, 화학, 항공, 간호 등 제병과에서 근무
해군 : 항해, 기관, 정보, 병기, 보급, 경리 등 제병과에서 근무
공군 : 조종, 항공통제, 기상, 정보통신, 보급수송 등 병과에서 근무

소속 병과와 부대에 따라 근무조건은 상이함. 여군은 임관 후 2년 4개월에서 3년의 의무 복무기간 동안 군 복무를 하게 되며, 사관학교 출신 이외에는 일정 확인 절차를 거쳐 중위(임관 후 2년 내외) 시기에 장기복무 여부를 결정함.



여성 장교 출신을 선호하는 곳

효성·신세계·삼양·삼성·LG·CJ·이랜드 그룹 등에서 장교 전형을 실시했거나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제대군인지원센터, 국방취업지원센터 등 군 관련 기관 취업 시 장교 출신이 유리하다. 공무원, 군무원, 각 공사 채용에 응시할 때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사·홍보 부서, 유통업, 서비스업 등 사람을 주로 상대하는 곳에서 장교 출신을 선호한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현역 장병 65만 명과 예비군 300만(2009년 기준) 명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20~30대 청년과 현역 군인들을 위한 맞춤형 취업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박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