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대학의 취업 캠프에 초청받아서 프레젠테이션 강의와 프로젝트 평가를 이틀에 걸쳐서 한 적이 있다. 프레젠테이션 주제는 ‘한국 대학 교육의 문제점’이었다. 여기서 나온 학생들의 문제점 제기는 문제이기보다는 불평 수준이었다. 우선 대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불평을 했다.

1) 교수님들의 무성의한 수업준비(읽는 수준의 강의)
2) 현실에서 사용하지 않는 과거 이론 강의
3) 실습이 없는 이론 교육
4) 토론과 다양성이 무시되는 교육

등록금이나 정부의 대학 정책 등 사회적인 불만도 적지 않았지만, 교수들에 대한 불평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교수들에게 불평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듣다 보니 이것은 불평이기보다는 소통하지 못해서 생기는 답답함이었다. 자신들이 듣고 싶고 말하고 싶고 생각한 것을 교수들이 알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과제가 많아지고 평가가 까다로워지면 이를 피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수강신청을 할 때 취업에 도움되고 학점을 잘 주는 강의,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먼저 찾는 이가 자신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재미는 누가 만들어야 할까. 수강신청의 기준은 무엇보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대학 생활을 만들자’가 돼야 한다.
[이우곤의 잡 멘토링] 수강신청 특명! 너를 성장시킬 교수를 찾아라
한 학생은 취업 캠프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리에서 대학 생활 동안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면 취업을 못한 상태여도 괜찮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 학생은 강의 시간, 교수의 스타일에 맞춰가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강의가 없을 때는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해왔는데, 돌아보니 무엇을 위한 시간이었는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봉사활동, 인턴십, 다양한 경력 관리 등을 못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대학 생활은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한 4년의 시간이었다는 말이 모든 참가자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고, 그 어떤 발표보다 큰 공감을 이끌었다.

필자는 기성세대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조심스럽게 이런 조언을 한다.

1. 주인은 항상 문제점을 먼저 보고 먼저 움직인다. 대학의 주인이 학생이기에 먼저 움직이길 바란다. 교수가 바뀌길 기대하고 있기엔 우리 대학·사회는 변화에 둔감하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려면 학점을 잘 주고 쉬운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에 박식하고 열정 있는 교수를 찾아라. 그리고 학점을 떠나 그 교수와 인연을 쌓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받아라. 유럽 대학의 일부 전공의 경우는 학교 이름이 아닌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교수를 따라서 지원 대학이 달라진다. 즉 교수가 행하는 영향력과 학식이 학교 명성 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학점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도울 수 있는 교수를 찾아나서야 한다.

2. 계획을 세우지 말라. 이것은 아는 것도 없고 시도해보지 않았던 무지한 분야의 도전에서 특히 잘 통하는 조언이다. 수강신청을 앞두고 아직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학기의 계획보다는 일단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교수만 찾아라. 그 교수를 통해서 목표를 잡을 수 있고, 계획을 세우고 싶은 상황이 생겨날 것이다.

학기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광클릭’을 하고 있다. 기준은 무엇인가. 혹시 학교를 4일 이하로 나오는 수강신청인가. 학교를 4일 이하로 나오는 목표는 학점을 채울지언정, 내 가슴과 미래는 채우지 못할 것이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KTV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MC.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