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없다. 최근 세상을 떠난 아버지도 내 무대를 좋아했을 것 같다.”

“그동안 감사했다.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슈퍼스타K 3’에서 러브라인의 주인공 이정아, 이건율 두 청춘남녀는 같은 날 동반 탈락을 하며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아직 가진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한 두 번째 생방송 무대에서 아쉬운 탈락. 하지만 둘은 울지 않았다.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그리고 조용히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이 둘을 조용하고 착한 이미지로만 이해했다면 이제 다시 눈을 떠보자. 수줍은 미소 뒤에, 음악에 대한 끓어오르는 열정과 반항 기질(?)이 있다. 슈퍼스타K3는 막을 내렸지만 이들의 음악 이야기는 이제 진짜 시작이다.
[스타와 커피 한 잔] 조연에서 주연으로… 나만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슈퍼스타K 3가 끝나고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건율 1월 초까지 슈퍼스타K 3 콘서트를 했어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서울, 부산, 대구, 수원, 대전, 인천 등을 돌아다녔죠. 지금은 YOP11 멤버들과 CJ E&M 인큐베이팅 시스템 하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6월 말까지 훈련을 받고 이후 기획사를 찾는 과정이 남았어요. 학교 다니면서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지금은 보다 감각적으로 노래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정아 다 같이 숙소에서 지내는데 저랑 건율이는 집과 숙소가 가까워서 출퇴근하는 형식으로 훈련을 받아요.



방송 얘기 좀 해볼까요. 슈퍼스타K 3에서 너무 일찍 탈락했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이건율
저는 사실 슈퍼스타K 2에 나갔었어요. 예선 탈락을 했지만요. TOP 10에 들어간 것 자체가 영광이죠. 처음 예선 2차에 올라갔을 때는 3차까지만 가서 TV에 얼굴이라도 한 번 나와보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그 어렵다는 슈퍼위크도 통과했고, 생방송 무대에도 설 수 있었죠. 그룹 미션에서 시스타의 ‘마보이’라는 곡을 불렀는데 평소 제가 연습했던 곡이었어요. 여러 가지로 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마지막 무대는 막상 무대에 서니 배가 산으로 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이정아 아쉬움은 없어요. 저 역시 TV에 제 이름과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이 나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어요. 슈퍼스타K 출연 이전에 CJ 아지트 튠업 4기 뮤지션으로 선정돼서 앨범이 나올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이왕이면 방송 출연을 한 후에 앨범을 내면 더 나을 것 같아서 출연한 거였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자 생각하고 모든 미션에 임했고, 마지막 무대에도 그런 마음으로 섰어요.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이건율 혼자서 음악만 듣다가 중3 때 처음 노래방에 갔어요. 친구들이 ‘못한다’는 평은 안 하더라고요. 음악에 소질이 있나보다 생각했고 진지하게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반대를 하셔서 싸우기도 했죠. 대학에 진학할 때 부모님이 원하셨던 학교에 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재수를 하게 됐는데 ‘이제라도 하고 싶은 걸 하겠다’면서 부모님을 설득했죠. 그렇게 실용음악과에 진학해서 보컬을 전공하고 있어요.

이정아 어머니가 현직 비올리스트세요. 제가 두 살 때 부모님이 유학을 가셨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익혀온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 성악 공부도 했어요. 노래하는 건 좋아했지만 성악은 맞지 않는 것 같아 한 달 만에 그만뒀고요. 이후 작곡으로 전공을 바꿔서 대학 진학까지 했어요. 서울의 한 대학에 합격해서 2년 동안 다녔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재미가 없더라고요. 저는 그냥 혼자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게 좋았어요. 클래식보다는 실용음악이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부모님 몰래 자퇴를 했고, 다시 수시 모집에 응시해 실용음악과에 진학을 했어요.



각각 김지수, 장재인 씨랑 인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건율 김지수 씨랑은 같은 학교 친구이자 룸메이트였어요. 같은 방에서 같이 기타 치면서 우정을 쌓았죠. 지수도 지금은 기타를 현란하게 치지만 그 당시엔 잘 치지 못했고요. 저는 기타가 어려워서 뒤집어서 치기 시작했어요. 박자 맞추는 게 재밌고 그래서 기타와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젬베라는 악기를 다루게 됐죠. 동영상 보면서 연습하고 PC방 아르바이트를 할 때 쓰레기통을 뒤집어서 연습하고 그랬어요. 둘이서 가끔 학교에서 공연도 하고, 지역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지수가 유명해진 후에는 행사나 공연이 있을 때 저도 같이 데리고 다녔죠.

이정아 자퇴를 했을 때 진로를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곡 쓰고 노래하면서 살았어요. 다시 학교를 진학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홍대에 가서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슈퍼스타K에서 장재인 선배를 보고 싱어송라이터 전공이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그저 기타 치고 피아노 치고, 곡 쓰면서 노래하는 게 좋았는데 제가 그동안 꿈꿔왔던 일이 전공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바로 수시 모집에 응시해서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슈퍼스타K 출연 이전과 이후, 추구하는 음악에 변화가 있나요?

이건율 젬베나 퍼커션은 홀로 연주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연주를 돕고 화음을 맞추는 데 익숙한 악기예요. 저도 줄곧 그렇게 지내왔고요. 노래할 때도 혼자서 하기보다는 주로 화음 넣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슈퍼스타K에 출연한 이후 욕심이 생겼어요. 저도 무대의 주역이 되어 홀로 노래를 하고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생방송 첫 무대 때는 밋밋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제 저도 나만의 매력을 찾고 싶어요.

이정아 현재 10곡 정도 곡을 썼는데, 더 많은 곡을 쓰고 싶어요. 기술적인 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면이 그대로 음악에 반영된다고 보거든요. 노래할 때도 그렇고, 음악을 대할 때도 그렇고, 저 자신에게도 매 순간 진지하려고 노력해요.



아직 대학생인데요, 학업과 음악 활동 계획은요?

이건율 4학년 1학기를 앞두고 있는데, 휴학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어요. 학교생활은 재밌게 한 것 같아요. 과대표도 했고요. 빨리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해요. 전반적으로 길게 보고 급하지 않게 하려고요. 가수 이건율로 기억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에요. 나중에는 직접 곡도 써보고 싶어요. 뮤지션 이건율의 탄생을 기대해주세요.

이정아 어차피 늦게 진학을 해서, 빨리 졸업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당분간은 복학할 생각이 없고요, 활동하면서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인생이라는 게 경험은 다르지만 근본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음악에 담고 싶어요. 그리고 노래할 거예요. 목소리로 기억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이정아
1987년 생
호원대 실용음악 1

이건율
1989년 생
대불대 실용음악 3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