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백화점 영업1팀 사원엄세영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은 몇 가지 고정관념에 빠진다. ‘토익 점수는 무조건 따둬야 한다’ ‘지원서는 수십 부 뿌려야 한다’ 등이다. 100%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맞는 말도 아니다. 지난 2011년 10월 대전 세이백화점에 입사한 엄세영 씨의 케이스 때문이다.

엄 씨는 입사 지원 때 토익 점수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영어 능력을 어떻게 증명했을까. 무슨 배짱인지 그는 아예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영어 대신 입사에 꼭 필요한 능력들을 다졌다. 결과는? 딱 한 군데 지원해 그곳에 입사했다. 성공률 100%다.



취업문 뚫은 나만의 무기
- 전문성과 끈기를 드러낼 수 있는 경력
- 업무에 맞는 자격증만 취득
- 한 회사에 집중한 취업 전략
엄세영 씨는?
학력
대전대 경영학과(2012년 2월 졸업)
학점 3.98점
토익 없음
어학연수 없음
자격증 유통관리사, MOS 마스터



엄세영 씨가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한 것은 3학년 때다. 준비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찾아간 곳이 학교의 취업정보실. 그는 이곳에서 조직해준 취업 동아리에 들어갔다. 6~7명이 모여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회사를 분석하고, 경제 용어, 토익 등을 함께 준비하는 곳이었다. 그는 이 동아리의 회장을 맡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취업 준비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가장 문제였던 것은 어눌한 말투. 그는 수차례의 발성 연습과 모의 면접을 통해 또렷한 말투를 가지려 노력했다. 또 다른 문제는 어학이었다. 그는 ‘토익’이라는 스펙 대신 자신의 장점을 더 부각시켜줄 다른 스펙을 갈고닦기로 마음먹었다.

“토익 성적은 노력에 비례한다고들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시험 자체가 자신과 맞고 안 맞고의 문제도 적잖이 있는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케이스를 많이 봤는데, 이는 자신이 토익이라는 시험과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이런 경우, 남들이 다 준비한다고 해서 무작정 토익을 준비하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실제 입사 지원 때 그는 토익 점수를 내지 않았다. 왜 내지 않았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그는 “입사 후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것을 더 채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영어 공부 대신 다른 것을 준비했다”고 대답했다.



물건 나르기 3년, ‘끈기’를 증명하다

그는 원래 물류·유통에 관심이 많았다. 이 분야 경험도 많다. 군 제대 후, 집 근처에 있는 한 생활용품 회사의 물류창고에서 3개월가량 일했고, 입사 전까지 약 3년 동안은 주말 시간을 이용해 지역 건설사가 운영하는 휴게소 물류팀에서 3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물류·유통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말뿐이 아닌 실제 경력으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단순히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의 근거로만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이 경력을 ‘끈기’라는 키워드로 이어나갔다.

“입사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퇴사하는 신입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대단한 손해라고 느꼈습니다. 힘들게 뽑은 신입이 나가버리면 그 자리에 또 신입을 뽑아야 하고,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것이죠. ‘그런 신입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3년 동안 같은 곳에서 꾸준히 아르바이트했던 경력을 부각시켰죠.”

하지만 그는 경험과 끈기가 취업 성공의 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회사가 나를 뽑아야 할 이유’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토익이나 어학연수 경험과 같은 일반적인 스펙의 부족함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직무에 적합한 스펙을 갈고닦았다. 자격증이 그것이다.

그가 취득한 자격증은 총 2가지. 유통관리사와 MOS 마스터가 그것이다. 물류·유통 분야 진출을 희망하면서 기본적인 지식도 습득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유통관리사를 땄고, 실제 업무에서 엑셀·워드·파워포인트가 많이 사용된다는 주위의 조언에 따라 MOS 마스터를 취득했다. 모두 물류·유통 분야에 포커스를 맞춘 결과다.



1차 합격하자 그대로 올인

그는 물류·유통 분야 중에서도 백화점에서 일하고 싶었다.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던 2011년 하반기, 대전 지역 백화점 3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공고가 떴다. 결론적으로 그는 딱 한 군데만 지원했고, 떡하니 합격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세이백화점에서 가장 먼저 1차 합격 소식을 알려왔어요. 그때까지 준비했던 다른 백화점 지원을 모두 그만두고 이곳에만 올인했습니다. 그만큼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이기도 했거니와 지원서를 많이 뿌린다고 취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차 합격 소식을 듣고 난 후 그는 세이백화점 단 한 곳의 면접 준비에 온 힘을 쏟았다. 면접 준비를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백화점 탐방’이라고 답했다. 대전 지역의 백화점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각 백화점의 특징, 장단점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그는 “운 좋게도 면접에서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운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백화점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던 의문점을 면접 때 면접관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보통 면접에서 구직자가 질문하는 것은 ‘제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맡게 될 업무는 어떤 것인가요’ ‘출퇴근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등 처우와 관계된 것이 많다. 하지만 그는 ‘명품관이 없는 세이백화점에서 VIP 고객층을 어떻게 유치하고 있는지’ ‘모 백화점이 유독 대전 지역에서만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평소 업계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면접관에게 당당히 물어봤다.

“면접이라는 것이 제게는 취업의 문턱이기도 하지만 업계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면접관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처럼 제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변해주시리라 믿었습니다. 모르는 점을 물어보는 것이 제 열정을 표출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학교 취업팀의 조언도 있었어요.”

실제로 면접관은 그의 질문에 대해 길고 성의 있게 답변을 해줬다고 한다. 면접관이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직접적으로 업무, 업계와 관련된 질문을 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부분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성공 취업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기업에서 원하는 것은 숫자로 된 스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펙이 좋은 사람은 그만큼 이직할 확률도 높은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곧 나가버리는 인재보다 꾸준히 자신의 업무에 열정을 갖고 임하는 인재를 원하죠. 스펙을 뛰어넘는, 진심이 담긴 열정이 성공 취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