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움직일 7가지 채용 트렌드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 유럽 재정위기, 한국경제 성장률 하락,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2012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신문, 뉴스를 봐도 연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나라 경제와 기업 경영 실적은 고스란히 채용 시장에 반영될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그 결과는 일자리 창출 폭 축소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마냥 불안에 떨면서 좁아진 취업문에 위축돼야 할까. 채용 시장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탈락하기 마련이다. 이런 때일수록 촉각을 곤두세우고 발 빠르게 채용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5명의 취업 전문가가 전하는 2012년 채용 트렌드를 통해 최적의 취업 전략을 모색해보자.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에 주목… 맞춤형 채용 늘어난다
2012년 채용 시장은 ‘안개 속’에 싸여 있다. 세계경제 침체에 따라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민간 연구소들은 신규 취업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취업자 수를 24만 명으로 예상했고 LG경제연구원은 20만 명 선으로 내다봤다. 실업률 전망치는 3.6~3.7% 수준으로 지난해 전망치인 3.5%보다 조금 더 높다.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되고 이에 따라 신규 일자리가 지난해보다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불안’이 가세하면 구직자의 체감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경기 상황에도 채용은 지속된다. 기업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고용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불안하면 오히려 통찰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2012년 채용에서는 여러 변화가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선발 인원에 관계없이 보다 꼼꼼하게, 구직자의 다양한 자질을 반영해 채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핵심은 ‘스펙’보다 ‘역량’이라는 채용 기조다. 이에 따라 ‘장기 면접’과도 같은 인턴십을 통해 채용하는 분위기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2011년 하반기 채용 시장을 보면 인턴십 경험을 가진 지원자의 합격률이 월등하게 높았다. 역량을 확인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201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증된 인재를 가려내겠다는 같은 맥락에서 직무 경험이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류 전형에서 직무 경험이 주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고, 직장 경력이 있는 이가 다시 신입사원으로 합격하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발 방식에서도 변화가 엿보인다.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는 기업의 업종, 성격, 비전 등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맞춤형 인재’를 뽑으려는 움직임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은 “기업이 자체 채용박람회를 열어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류 전형 - 인적성 검사 - 면접 전형의 큰 틀은 유지하되 기업마다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기소개서 문항을 더욱 다양화하고 인적성 검사를 까다롭게 해 변별력을 높이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토론과 협상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면접 방식을 도입하는 곳도 있다.

구직자들은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경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 단순히 스펙을 나열하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자질을 강조하는 자기소개서, 실무에 필요한 설득과 협상 능력을 강조하는 면접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준비된 구직자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해 보다 꼼꼼히 알아야 한다. 강원준 HR나눔 이사는 “기업의 사업, 상품, 시장, 비전 등을 꼼꼼히 분석하는 ‘기업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REND 01 경력 있는 인재 선호

지난해 하반기 채용 시장을 분석해보면 신입사원 채용에서 직장 경력이 있는 지원자가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317명을 대상으로 ‘신입 채용 시 경력 보유 지원자를 선발했냐’고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의 76.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같은 조건인 경우 신입 지원자와 경력 지원자 중 후자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단 몇 개월이라 할지라도 조직·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바로 현업에 투입하기가 쉽다. 따라서 과거에는 1년 이하의 경력이 채용 시장에서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짧은 조직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취업 후 만족도가 낮은 경력자들이 다시 신입 채용에 지원하는 ‘올드 루키(경력직 신입)’의 비율 또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TREND 02 채용 전제 인턴십 증가

업무 능력, 조직 적응력 등을 평가하기에 인턴십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의 판단이다. 또한 인재를 조기 확보하기에도 인턴십은 유용하다. 그래서 인턴십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를 채용과 연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IT 업계, 유통 업종 분야에서 인턴십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수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바로 실무에 투입하는 형태는 2012년에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장·단기 인턴십을 최대 활용하고 이를 통해 실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더라도 업무와 사회생활 경험은 취업의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TREND 03 공공 일자리 경쟁률 상승

공기업·공공기관으로 대표되는 공공 일자리에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2012년 1만4452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만400명보다 40%가량 늘어난 규모다. 민간 부문의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선제적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안정성’ 차원에서 구직자들이 공공기관을 선호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 일자리 취업박람회는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며 상향 평준화된 스펙의 지원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TREND 04 ‘맞춤형 채용’ 늘어나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를 뽑겠다는 의지는 채용 방식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기업의 특성에 따라 인재상이 다른 만큼 채용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자체 채용박람회를 열어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려고 한다. STX그룹은 자체 ‘취업클리닉’ 행사를 진행했고, 점차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잡페어’를 열었다. 이와 같은 기업 자체 채용박람회나 관련 이벤트는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면접에서는 직무가 요구하는 능력을 확인하는 작업이 지속될 것이다. 실무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사례 중심 질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토론·협상 면접을 하나의 전형으로 확정 지은 기업도 있다. 팀원 속 개인 역량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기업마다 다른 인재상과 평가 방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취업 동아리를 통해 기업·직무 정보를 공유하며 피드백을 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교내 동아리도 좋지만 다양한 학교·학과의 구성원이 모인다면 보다 폭넓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TREND 05 서류 전형 더 꼼꼼해진다

웬만한 기업 공채의 경쟁률은 100 대 1이 넘는다. 수많은 지원자 모두에게 필기시험이나 면접의 기회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들은 서류 전형 평가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자기소개서는 핵심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자기소개서 문항을 제시하고, 해당 기업 입사를 위해 얼마나 공들였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지원자의 열정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PT로 대신하는 기업도 있다.

자기소개서의 항목과 양식은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기업마다 질문과 글자 수 제한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스펙이 다소 부족해도 스토리를 통해 설득해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자기소개서다. 글로 인사담당자를 만나는 입사의 첫 번째 단계라는 점을 기억하고 특히 해당 직무 관련 경험을 강조해서 작성할 필요가 있다.



TREND 06 인적성 검사 어려워진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 시장에서는 유난히 인적성 검사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 기업에서 인적성 검사를 까다롭게 실시했기 때문이다. 인적성 검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강화한 까닭. ‘운이 좋으면 합격하는 방식이 아닌 정확한 분석과 확률로 접근하는 시험’이라는 차원에서 이런 흐름은 201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TREND 07 전기전자·자동차·건설업 ‘뜬다’

유망 업종을 살펴보면 일자리가 보인다. 구직자들은 업종별 전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주목할 분야는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업 부문이다. 세계경제 둔화에도 꾸준한 수출이 기대되는 전기전자가 선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몇 년간 침체에 빠져 있다가 지난해 채용 상황이 개선된 건설업도 기대해볼 만한 부문이다.

한미 FTA 수혜 업종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업종이 있다. 또한 섬유, IT, 철강 분야의 수출 경쟁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관세 혜택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 일본 경쟁 업체에 비해 높아지면서다. FTA 수혜 업종에 지원할 때는 어학 실력과 외국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재로서 회사에 기여하겠다는 것을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낼 필요가 있다.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에 주목… 맞춤형 채용 늘어난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에서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2012년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경험’을 중심으로 미리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에 주목… 맞춤형 채용 늘어난다
오규덕
인크루트 취업컨설턴트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채용 기조가 일정 부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직자들은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유망 업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에 주목… 맞춤형 채용 늘어난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 연구소장

올드 루키의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직무 만족도가 높지 않은 이상,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직에 지원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에 주목… 맞춤형 채용 늘어난다
강원준
HR나눔 이사

업무 습득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PT 및 토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회·공모전에 참가해보자. 인성과 사회성을 강조하는 기업에 대비하기 위해 방학 기간 동안 교외 봉사활동·사회공헌 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잊지 말자.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에 주목… 맞춤형 채용 늘어난다
김준영
‘취업 면접 비법’ 저자

기업들이 지원자의 학점, 학교, 토익 점수, 자격증 등의 스펙보다는 직무 적합성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지원하는 직무에 초점을 맞춰 그에 적합한 능력을 쌓아왔음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에 주목… 맞춤형 채용 늘어난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